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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보다 소중한 우리미술가 33 - 오늘의 한국미술대가와 중진작가 33인을 찾아서
임두빈 지음 / 가람기획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언제인가 미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캔버스 가득 물방울만 잔뜩 그려진 작품을 보았던 적이 있다.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만 같은 물방울들은 빛이 있어 영롱하게 반짝이고 그림자까지 드리운, 생명을 불어넣은듯한 그림이었다. 이 화가는 왜 이토록 물방울에 집착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연이어 물방울 그림만 보이고, 그러면서도 신기하기만했던 독특한 경험이 되살아 난다. 이 책에 소개된 33인중의 한분인 김창열님의 작품이다. "제 그림은 모두가 제례의식과도 같은 것입니다. p.40" 반가운 마음과 함께 왜 그렇게도 물방울 무늬만을 고집했는지 이제서야 오랜 궁금증이 풀렸다. 작은 물방울을 통해 우주를 내다 보고, 신성한 의식으로 표현하고자 한 예술가의 열정이 전해오는 듯 했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예술가의 자아란 우주의 근원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간파한 바 있다. 진정한 예술작품은 손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심오한 울림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화가의 눈과 마음이 그리는 선은 생명의 리듬을 반영하는 소중한 조형의 기본요소다. 따라서 거기에는 우주적 기의 울림까지도 반영될 수가 있다. p.221 "
예술가의 작품 세계는 ’창의성’이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서양의 사조를 전적으로 따르지 않고 얼마나 새로운 작품 세계를 이루어 내는가 하는 것 말이다. 위대한 미술가들은 대부분 자신들만의 독특한 방식이 있다. 붓터치만 보아도 고흐의 작품일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든다든지, 황금색의 밝고 환한 색채를 보면 클림트가 연상된다든지 하는 것이 그런 예이다. 얼마전 추사 김정희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느낀것 또한 알려진 모든 서체를 연구하는등 고문을 완전히 익히고 구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다음 단계로 독자적인 서체를 선보였다는 부분이 바로 추사를 위대하다고 일컫는 이유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퓨전’을 좋아한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국악과 팝... ’본질’을 계승하는 것 만큼이나 ’재창조’도 중요하다. 이왕이면 한국의 미술가이기에 한국적인 느낌이 바탕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김창열님의 물방울 작품이 한자와 어우러질때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조각가인 전뢰진님의 작품은 신화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고, 동화스럽기도 한데 한국의 미, 우리 고유의 정서를 잘 표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석창님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산수화의 느낌을 주는 수묵채색화도 돋보이지만 현대적인 느낌을 접목시킨 수묵화에 더욱 가치를 두고싶다.
전공 분야의 학위를 따기위해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특히 예술계의 유학은 필수처럼 인식되어져 왔는데 문제는 작가의 실력보다 학위만이 우선시 되는 풍토이다. 미술관의 문턱 또한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높다. 의무적으로 다녀와야만 하는 단체 관람이 아닌이상 개인이 일상에서 시간을 내어 미술관람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드라마에서조차 미술관은 재벌의 사모님이나 딸쯤 되어야 운영하고, 기본적으로 그와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관람을 하거나 작품을 거래한다는 설정이 씁쓸한 현실이다. 전자의 경우는 결국 신정아 사건을 후자의 경우는 대기업의 비자금조성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전국민을 경악시켰다.
일단은 관심이다. 책을 읽으면서 예술 분야에, 특히 우리 미술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대형 미술관이 아니더라도 가끔씩 소규모 미술전을 관람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예술적 안목을 높이도록 해야겠다. <고흐보다 소중한 우리 미술가 33> 참으로 고마운 책이다. 무엇가 잊고있었던 소중한 것을 일깨워준 시간이랄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예술계에도 언젠가 한류가 불어닥치는 날이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