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숲에서 사랑을 만나다 - 신화 속에 감추어진 기이한 사랑의 이야기들
최복현 지음 / 이른아침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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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느 대륙,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신화가 없는 나라는 없다. 신화는 단순히 판타지 스러운 신비한 이야기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와 신에 대해 고민했던 고대인들의 사상과 일상이 반영된 결과이다. '단군 신화'만 하더라도 우리가 어디로부터 생겨났는지 민족의 '뿌리'와 '근원'을 규명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며 아울러 고대 사회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기에 역사서의 첫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신화들중 그리스 신화가 가장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 위대한 신들이 일개 인간과 다를 바 없이 사랑을 나누고, 이별의 아픔 때문에 괴로워하고, 연인의 새로운 애인에게 질투하고, 혹여 사랑을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는 지극히도 인간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

그리스 신화에서는 전지전능하고 완벽한 존재로 인식되어 온 신의 개념이 사라지고 없다. 신이라기 보다는 뭐랄까... 고대 사회에 있어서 절대권력을 가졌던 특별한 계층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을 정도다. 신들은 자신의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면서 향락을 즐기고 권위에 도전하는 인간을 벌하고, 권력을 유지하기위해 신들끼리 싸우거나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너무나 인간적인 신들의 모습, 우리와 닮은 그 모습에 사람들은 공감하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신들의 왕 제우스는 여신(혹인 여성) 편력에 있어서도 단연코 '왕'이다. 질투심 많은 헤라의 감시속에서도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을 수 있는지. 제우스의 바람끼 때문에 고통받아야 했던 이들에 대해서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역사를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듯 권력을 가진 자는 여인들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제우스에게 이토록 많은 여인이 허락되었던 것은 권력의 상징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트로이 전쟁을 일으키는 빌미가 되었던 파리스와 헬레네의 사랑이야기는 자주 영화화 될만큼 잘 알려진 내용이다. 하지만 헬레네를 만나기전 파리스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었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다. 남자들이란... ㅠ.ㅜ 영화에서는 메넬라오스를 부정적으로 묘사하여 파리스와 헬레네의 불꽃같은 사랑에 힘을 실어주지만 이 책을 통해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결과를 말하자면 트로이가 전쟁에서 패하자 헬레네는 다시 전남편 메넬라오스와 함께 행복하게 산단다. 적어도 메넬라오스가 죽기전까지는 그렇다. 어쨌거나 고대사회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미인은... 확실히 대접받는다는 사실. 컥   

동생인 데메테르를 범한 포세이돈의 엽기적인 행각이나 페르세포네를 납치한 하데스, 인간 남자를 사랑했지만 시들어가는 육체를 보면서 사랑도 식어간 여신 에오스의 이야기등 민망하고 충격적인 내용이 다수이긴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신화가 고대 사람들의 사상과 생활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보면, 인간들 사이에서 충분히 일어났던 일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세월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으니 아무도 오디세우스를 향한 페넬로페의 사랑이 헛되다 말하지 않는 것이다. 솔직히 오디세우스는 귀향하는 동안 바람도 폈더구만... ^ ^;;  

<신화의 숲에서 사랑을 만나다> 몽환적이고 애로틱한 느낌의 표지가 시선을 끌었던 책이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포장한는데 있어서 이보다 더 좋은 '포장지'는 없으리라. 첫장을 넘기기 시작해 한참동안 신화의 내용을 그린 명화들이 보여서 시작부터 눈이 즐거웠던 책이다. 다만 표지의 그림부터 책에 실린 모든 작품에 화가등 설명이 없어 어리둥절하고 책의 중간중간에도 삽화가 많은데 모두 흑백이어서 조금 아쉽다.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핑크빛 사랑을 꿈꾸었던 사람이라면 분명히 충격 받을 내용이다. "사랑은 하나뿐인데, 사랑의 사본은 갖가지이다. - F. 라 로슈푸코 "  스치듯 지나갔던 문구가 새삼 떠오른다. 사랑에는 여러가지 모습이 있고, 신화는 그것을 충실하게 그려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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