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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함께 - 생각하는 그림책 2
제인 시몬스 글.그림, 이상희 옮김 / 청림아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복슬이와 땅꼬마는 서로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 사이에요. 얼마 만큼 이냐구요? 함께하는 '모든 게' 근사할 만큼요. 둘은 나란히 산책하거나, 함께 놀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던 어느날, 둘은 서로가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 해요. 강둑 위를 걷는 것을 좋아하는 땅꼬마와 헤엄치는 것을 좋아하는 복슬이, 햇볕이 좋은 땅꼬마와 그늘이 좋은 복슬이, 땅꼬마가 좋아하는 과자는 너무 작고 복슬이가 좋아하는 뼈다귀는 너무 크고 등등... 서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게 다른 두 친구는 마침내 더이상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말해버려요. 하지만 헤어져 있는 동안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그리워 하게 되요. 다시 만난 복슬이와 땅꼬마는 누가 뭐라해도, 너무 달라도, 서로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 사이에요.
유치원 입학식날 우리 아이 반에 언어 장애가 있는 친구가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걱정스런 마음부터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요즘은 초등학교에도 장애아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라고 듣긴 했지만, 아이들에게는 '1년'의 성장차이가 큰데다 마냥 어려보이기만 한, 제 앞가림도 잘 못하는 유치원 아이들이 그 친구를 어떻게 도와주고 받아들인 것인지 걱정을 떨칠수가 없었다. 며칠이 지나 담임선생님께 전해들은 이야기는 그렇다. 아이들은 지훈(가명)이 와의 첫만남부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다른 친구들에 비해 특별할 것이 없다는 듯이 받아들였고 그저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것은 이미 엄마들에게 확신시켰던 결과와도 다르지 않았다.
첫째날 누가 지훈이를 도와줄 것인지 자원해서 손을 들라고 하자 몇 명이 손을 번쩍 드는데비해 내 아이는 대부분 다른 아이들처럼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더란다. 혼자 자라서인지 형아와 누나를 좋아하고, 돌본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 장면이 눈에 보이는듯 선명하게 그려졌다. 둘째날이 지나 셋째날이 되자 내 아이도 손을 번쩍 들더라는... 그리고 차례를 잘 마쳤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으면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 낯가림이 있다. 그러나 적응력이 뛰어난 것 또한 사실이다. 선생님의 설명처럼 아이들은 '지훈이와의 관계'를 낯설어 했던 것이 아니라 '도와준다는 것'의 의미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랐기 때문에 주저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아이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른에게 있다.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예를들면 내 아이는 휴지를 잘 줍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의 전단지나 길에 버려진 휴지, 플라스틱류 가리지 않고 마구 줍는다. ^ ^;; 아이는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엄마, 나 잘하지? 칭찬해줘~' 그런 눈빛. 근데 칭찬을 해주면서도 더러워진 아이의 손 때문에 신경이 얼마나 쓰이는지 모른다. 더구나 담배꽁초를 집으려 할때는 나도 모르게 "더러웟!!" 하면서 펄쩍 뛰기까지 하게 된다. 집에 돌아온 후에는 아이에게 교훈을 심어주기만 할뿐 실천하는데는 인색하다는 고민에 빠진다. 친구라고 데려오는 아이의 부모가 어떤 직업인지 궁금해서 못 참고, 내 아이는 공부 잘 하는 애들하고 어울렸음 좋겠고... 아이의 대인관계를 부모가 정해주려 한다.
"엄마, 지훈이는 '말을 잘 못하는 친구'가 아니라 그냥 친구야~ 친구~ "
아이한테 이 말을 듣고 순간 멈칫 했다. 노파심에 몇마디 당부를 하려던 것 뿐이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이란 단어를 식상해 하면서도 그보다 더 좋은 말을 찾을 수 없어 쓴다는 변명처럼 아이들에게 '티 없이 깨끗한' ,'순수한' 이라는 말을 남발할 수 밖에 없음을 절감한다. 일곱살 내 아들... 참 잘 자라 주었구나 싶었다. 요즘들어 장난도 너무 심하고, 말도 지지리 안 들어 속상할 때도 많지만, 아이한테 배우는 것 또한 많다. 둘이 함께, 셋이 함께, 모두 함께 행복한 세상... 아이들로 인해 꿈꾸어도 좋겠다는 희망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