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거울 메타포 1
미하엘 엔데 지음, 에드가 엔데 그림, 이병서 옮김 / 메타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위대한 화가 피카소의 작품이 고흐나 밀레등 다른 화가들의 것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작품의 '난해함' 때문일 것이다. 피카소의 작품이 가지는 주목할만한 '가치'는 이전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기법들을 선보임으로써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데 있다. 피사체를 단방향이 아닌 다각도로 관찰해서 하나의 평면에 표현해낸 방식이라고 하는데 심하게 일그러지고 뒤틀린 사람과 사물의 형상을 보면서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네가 언제쯤 내 목소리를 듣게 될지 나로선 알 수 없지만.... 그래, 너, 지금 내가 말을 걸고 있는 '너' 말이야. p.8" 이 책의 첫 줄을 읽는 순간 피카소의 그림을 마주 대하고 있는 듯한 당황스러움에 사로잡혔다. 노란색 표지와 초현실주의 표지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탓일까. 어느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구나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어렵사리 진도를 나갔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점점 더 혼란스러워 졌다. 정말... 난해하다. ^ ^;;

'아들은 아버지이기도 한 스승의 뛰어난 지도 아래 날개를 꿈꾸었다.' 라는 부분에서 미로의 도시를 떠나고 싶어하는 아들이 등장한다. 미로의 도시를 떠날 수 있는 사람은 영웅이요 전설이 되곤 했는데 그것은 '행복한 사람'에게만 허용된 것이었다. 아들은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기에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했고 미로를 떠나는 '시험'에 도전하기로 한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아들은 시험에 실패하고 그 이유는 바로 그에게 손내미는 사람들을 거절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치러야 할 시험은 '순종하지 않는 것' 이었다.

'여기는 방이다. 그리고 동시에 사막이다.' 에서는 신랑이 신부를 찾아 사막을 횡단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안내자는 눈 앞에 보이는 직전거리보다 돌아서 갈 것을 권유하지만 신랑은 눈에 펼쳐 보이는 가까운 거리를 선택한다. 그러나 가도가도 끝없는 사막이 펼쳐질 뿐. 우여곡절 끝에 신부가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늙은이가 되린 후다. 신랑은 사랑하는 신부에게 자신이 신랑임을 차마 말하지 못하고 신부는 신랑을 데려다준 안내자와 함께 신랑을 찾아 사막으로 뛰어든다. 

책에는 모두 30여편의 짧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위에서 예를 든 경우처럼 어떤 판타지스러운 공간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주인공들을 그리고 있다.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하면서도 누구도 벗어나지 못했거나 탈출한 이가 전설이 될만큼 벗어나기 힘든 공간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현실'이라는 공간에서 구속받는 인간의 내면, '자아' 뭐 그런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정말 어렵다. 
 
뜬금없이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거울 속의 거울> 이라는 미로 속에 갇혀 버린 느낌. 내 앞에는 3천조각 퍼즐이 널부러져 있다. 조급해 하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끼워맞춰 가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