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1 - 엘파바와 글린다 위키드 6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한동안 가스펠풍의 이 노래가 유행처럼 자주 들리던 때가 있었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아무런 이유도 조건도 없이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가 된다. 사람뿐만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피조물은 저마다 삶의 이유가 있고, 소중한 자연의 일부다. 

"우리가 고생해서 받아낸 것 좀 봐요. 조그만 초록색 버터 덩어리야. 요걸 죽여 버리지그래요?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뻔하잖아요. p.46" 갑자기 서늘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싸는 것 같다. 갓 태어난 아이를 축복해주는 말은 분명 아닐터. 아기를 들여다보며 뱉어낸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잔인하다. 하지만 아기는 자신의 초록색 피부 때문에 경악하는 사람들에게 날카로운 이를 들어냄으로써 자신이 결코 만만치 않은 존재임을 확인시켜 준다. 초록색 마녀 엘파바는 그렇게 태어났다. 엘파바의 탄생은 유일교 목사였던 아버지에게 치명적이고도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되어졌고, 어머니 멜레나조차 모성애를 불러일으키기 힘겨워 했다. 어린시절 엘파바는 사람이, 사랑이 그리웠고 후에 그녀의 성격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어느덧 소녀가 된 엘파바는 기숙사에 들어가고 두루 많은 친구들을 사귀지는 못했지만 학창시절 소중한 추억을 쌓는다. 여기서 엘파바의 인생을 바꿀만큼 크나 큰 사건이 일어나는데 바로 '동물'인 딜라몬드 박사의 죽음이다. 사람들은 어린 동물들이 '말을 하는 동물'이 될지 '그냥 동물'이 될지 알 수 없다. 밥상에 오른 고기가 그 동물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즈의 나라에는 <반지의 제왕>에서처럼 여러 부족이 등장하고 왕국을 다스리는 왕도 있다. 저자는 왜 특정 부족이 아닌 '동물' 이라고 설정했을까. 하여간 당시 오즈의 섭정은 '사람의 말을 하고 영혼이 있는 동물들'의 권리를 제한하고 핍박하였다. 엘파바는 그들을 돕기 위해 학교를 뛰쳐나와 지하운동을 하는 조직에 뛰어든다. 
 
"정말로 경계해야 할 상대는 자기들이 선량하다거나 다른 사람들보다 더 착하다고 주장하는 자들이지. p.234"

왜 엘파바를 마녀라고 할까. 솔직히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단지 초록색이라서? 위대한 오즈의 섭정에 대항하였기 때문에? 피예로와 금지된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어쩌면 가장 어설프면서도 잘 어울리는 이유는 그녀가 빗자루를 타고 다녔기 때문일 것이다. 엘파바는 생각보다 사악하지 않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으면서도 애초에 은둔하는 생활을 좋아하고, 행여 누구라도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으면 차라리 '사악한 마녀'라고 생각해 주는 것을 편하게 여겼을 뿐이다. 그녀가 너무 가엾다. 

<위키드> 이 책은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서쪽 마녀의 일대기를 그린 것이다.  작가가 의도하였을 도덕성, 악의 본질, 권력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막연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긴 한데 무어라 명확하게 표현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분명히 말 할 수 있는 것은 시종일관 판타지스러운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는 사실이다. 책의 첫부분과 끝부분에서 도로시와 일행들을 만나게 되는데 절묘한 패러디가 아닐 수 없다. 반가운 마음에 애써 기억을 되살려 본다. 등장인물 서넛과 회오리 바람같은 단편적인 것들만 떠오른다. ^ ^;; 거꾸로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당장 <오즈의 마법사>를 읽으러 달려가야 겠다. 

"껍데기 속의 용이 어떻게 생겼을까?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지. 보려고 껍데기를 깨는 순간 용은 더 이상 껍데기 속에 없을 테니까.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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