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는 동안 총 서른아홉 집을 돌아보았는데, 그때 건네받은 온갖 다양한 팸플릿을 전부 모아두었지요. 그렇게 모은 팸플릿 뭉치만 대략 15센티미터에 높이였습니다. 더 놀라운 건 그 팸플릿 속의 형용사들이 순전히 허구에 거짓말이라는 점이었죠." p.435 이 말은 핀란드 작가 호타카이넨이 했던 말이다. 내가 아는 핀란드는 일단, 미수다 따루의 나라? ㅎㅎ 그리고 관광자원이 풍부한 부유한 나라로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핀란드에서 집을 구입하는 과정은, 주택업자들의 횡포는 대한민국과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작가는 직접 집을 구입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이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2,3년 전쯤 집을 참 많이도 보러 다녔다. 호타카이넨처럼 그때 모은 팜플렛을 쌓으면 15센티도 넘을 것이다. 경품행사도 어찌나 많은지. 자동차를 준대서 열심히 응모도 해보고(그때 주민번호를 너무 많이 노출한 게 아직도 맘에 걸린다. 쩝~ ^ ^;;) 유명한 서예가를 초빙하였다고 해서 가훈도 여러장 받았다(액자는 알아서 맞춰야 한대서 둘둘말아 잘 보관한다고 두었는데 지금은 찾지도 못하겠다) 각종 허브티 시음회에 발맛사지까지 체험시켜주는 곳도 있다. 그런 잡다스런 이벤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생애 첫집을 장만한다는 기대감에 들떠 인테리어를 유심히 살피고, 소품도 눈여겨보며 언젠가 이렇게 꾸며놓고 살고싶다는 상상을 할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다.
주인공 마티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함께 연립주택에 사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어느날 아내는 쌓였던 불만과 불신이 극에 달해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가 버린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마티는 아내와 딸이 다시 돌아오기만을 소원하는데... 정원이 있는 멋진 주택을 구입하면 분명 가족을 되찾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집구하기 대작전에 돌입한다. 마티의 엉뚱하고도 막무가내식의 집구하기는 '블랙유머'답게 당혹스런 웃음을 짓게 만든다. 중반을 넘어서면서 마티의 행동은 점점 '광기'처럼 느껴지면서 섬뜩하기까지 했다. 작가는 마티라는 인물을 망가뜨리면서도(?) 오직 집을 구하기위해, 가족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평범한 남자임을 재차 확인시켜주려고 애쓰는 듯 보였다.
현대인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인간의 삶을 위해 필수라는 '의식주'의 하나로 지친 심신을 달래는 안식처? 스위트홈? 그것은 집의 의미를 최소한으로 축소시킨 것에 불과하다. 집은 공공연하게 투자 내지는 투기의 대상이다. 또한 집이 브랜드화 되면서 어떤 집에 사느냐가 그 사람을 말해준다는 식으로 위화감까지... --;; 최근에 읽은 재테크 책에 의하면 팔아야만 유동자산이 되는 집에 거금을 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계부나 저축,연금등 모든 부분에서 조언을 수용할 지언정 집에 대해서만큼은 여전히 대출을 해서라도 장만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버릴수가 없었다. 한해 저축할 수 있는 금액보다 더 치솟는 집값을 무슨수로 따라 잡는단 말인가.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수첩에 '부동산 중개인'이라는 제목으로 이런 글을 남겼다. 집값이 터무니없이 높게 하늘을 난다, 새들보다 더 높이. 과학들이 설계하고 조종사들이 조종하는 비행기들이 그렇듯 하늘끝까지 치솟는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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