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근두근 우타코 씨
다나베 세이코 지음, 권남희.이학선 옮김 / 여성신문사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 사회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떠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초'고령화 시대라고 난리다. 솔직히 20대에는 나이들어 간다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한번도 없다. 내게도 서른 나이가 정말 올까? 하는 황당한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 결혼과 출산, 엄마가 된다는 것들이 남의 이야기처럼 가슴에 와닿지 않는 젊은 시절을 보냈다. 어느덧 나이를 먹어 서른 중반이 되고, 특히 남편이 40을 넘기면서 노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다. 아... 나는 지금 노후 준비를 잘 해나가고 있는걸까? 나도 모르게 거울 앞에 서서 눈가의 주름을 쓰다듬어 본다.
몇년전 노인의 성문제를 다룬 영화가 상영되었을 때가 생각난다. 노인들도 젊은 사람들과 같은 감성과 욕구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수긍하는 사람과 주책맞다며 무조건 얼굴을 돌려버리는 사람, 자신은 늙지 않을 것처럼 관심없다고 말하는 사람등 대중의 반응은 다양했다. 그러나 잠시 뿐이었다. 어느새 모든 사람의 관심밖 이야기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이제는 국가적,사회적 차원에서 노인들의 사회생활을 비롯해서 연애문제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단계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류의 책이 많이 나와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를 편안히 받아들이고 모델을 삼기위해, 또한 편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긍정적인 메세지를 주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첫장을 펼치면서 "엇~"하고 놀라는 독자가 많으리라 생각된다. ^^ 로멘틱해 보이는 표지와 <두근두근 우타코씨>라는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책의 주인공은 77세 할머니다. 젊은 시절 모진 풍파를 견디며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온 우타고씨는 비록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살고 있지만 자식들을 훌륭히 키웠으며, 여전히 당당하고 멋있는 할머니같지 않은 할머니다. 나이보다 젊어보이는 외모와 식지 않는 사회생활에 대한 열정, 탄탄한 금융 소득이 풍족한 노후 생활을 받쳐준다.
우타코씨는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처럼 사랑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결혼생활을 하였다. 일흔일곱 기념 희수잔치를 준비하면서 결혼전 연모했던 우라베씨를 떠올리며 그때의 설레임을 다시 느끼고, 다쓰겐씨와의 인연에서도 잔잔한 설레임을 만끽한다. 우타코씨는 '두근거림'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불같은 사랑도 유효기간은 3년뿐이라고 하지 않던가? 결혼후에는 믿음과 신뢰, 정... 그런 것들로 산다. 살아보니 그말이 참이다. 어제는 사랑스러웠던 남편이 오늘은 웬수같고, 내일이면 잘 참았구나 스스로를 다독일 것이다. 아무리 웬수같은 남편이라도 연애할때를 떠올리면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곤 한다. 세월속에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도 있지만 그때의 '두근거림, 설레임'으로 평생을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돈만 있으면 누구든지 우타코씨처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런지 모르겠다. 그러나, 물질적으로 풍요롭더라도 욕심과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 내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우타코씨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 온 사람이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당당하며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가졌다. 분명한 것은 우타코씨가 누리는 노후의 풍족함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이며 타인으로부터 뺏은것도 아니고, 저절로 굴러들어온 호박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이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 말이 있다. 거기에 덧붙여 노후의 모습은 결국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는가를 보여주는 총괄이라는 사실에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