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 제10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 수상작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5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부모님은 늘상 노후를 농촌에서 보내고 싶다고 말씀하곤 하셨다. 자식들 모두 제 짝을 찾아주고 나면 헐직한 촌집 한채 구해서 깔끔하게 수리해서 자리 잡고, 텃밭 일구면서 마을 뒷산에 등산이나 하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촌으로 가고 싶다는 말씀을 더이상 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병원 가깝고, 차편 좋고, 자식들 가까운데 살고 싶다고, 지금이 좋다고 하신다. 농촌에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부모님처럼 한평생 귀농을 꿈꾸었던 분들조차 생각을 달리할 정도니 그 '위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된다.

 소설속의 우시아나 마을도 위기에 처한 농촌이다. 남은 사람은 딸랑 여덟 명. 작년 가을까지 열 명이던 청년회 멤버가 올 봄에 또 두 명이 줄었다. 이젠 워쪄? 우시아나 마을의 미래가 청년회 회장인 신이치에게 달렸다. "마을 맹글기를 할 겨!!!." 그래 그거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큼 확실하게 마을을 띄워보겠어. 도쿄의 에이전시와 마을 사람들이 심사숙고 끝에 내 놓은 안은 '공룡 출현', 용신호수에 나타났다는 '우시아나 사우루스'로 인해 전국민의 관심이 마을로 쏠리고, 마을은 취재진과 관광객으로 붐빈다. 그러나, 공룡의 실제 모습이 '클로즈 업' 되는 순간 마을에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 지는데...

 "우리 엄마는 자주 말했어요. 뒷마당에서 발견되지 않는 것은 어딜 가봤자 발견되지 않는다고. p.120"  생뚱맞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책을 거의 다 읽어 갈무렵 '파랑새'라는 동화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갖은 고생끝에 찾아 다녔던 '행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지 않았던가. 어려서 이 동화를 읽었을 때에는 결과가 너무 허탈해서 약간은 속이 상하기도 했었다. 오누이의 수고가 헛되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파랑새를 찾기위한 수고로움이 결코 헛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모든 과정이 어찌보면 최종적으로 발견한 '행복'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는 것이다. 

"행복이 도망가유?"
"네?"
"한숨 한번 쉬면 복 하나가 달아나유. 마을에서는 그렇게들 말해유.  p.212"

젊은 부부가 귀농을 하거나, 촌 동네에 아이가 태어나면 '인간 극장'에 소개되는 시대가 되었다. 한미FTA 결사반대에 온 몸을 던지는 우리의 농촌 현실이 이웃나라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아 무척 공감이 갔다. 하지만, 한숨만 쉬고 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목표가 있다면 과감하게 시도해보려는 용기도 필요하다. 뒷마당에 묻힌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묻힌 상태로서의 아무 의미가 없다. 찾기 위해 시도하는 사람 즉, 땀흘려 삽질하는 자의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농작물은 거둘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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