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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세계 - 생생 입체 사진 팝업북
리처드 퍼거슨 지음 / 애플비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내 아이가 팝업북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두돌무렵쯤 되었을 때인가 큰맘 먹고 구입했던 책인데... 아이보다 엄마가 더 신이나서 호들갑을 떨며 짜잔~ 하고 책을 펼쳤는데 유난히 겁이 많던 아이는 입을 크게 벌린 '입체 개구리'를 보고 겁에 질려 버렸다. ^^;; 일단 철수!! 한동안 치워 두었다가 다시 꺼내주었을 때, 반응이 차분하길래 방심했더니 잠시 눈돌린 틈에 "때찌!!~~" 하는 소리와 함께 개구리를 확 뜯어 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우째 이런일이... 다른 애들은 입체북 사주면 좋아서 난리라는데 그게 얼마짜린지나 아니? ㅠ.ㅜ
<곤충의 세계> 정말 오랜만에 만난 팝업북이다. 우선 표지에 대해 말하자면 시선을 끌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선명한 초록이 아닌 청록색이라고 해야하나 어두운 느낌의 초록빛 바탕, 아랫쪽은 빨간색, 그것도 하필 어두운 주홍빛이 난다. 거기에다 나비는 흔히 연상되는 노랑나비나 호랑이 무늬 나비, 혹은 하얀색 배추흰나비도 아닌 어쩡쩡한 색의 나비다. 조금 박하게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표지와 책의 가격때문에 별 반쪽을 빼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랩으로 포장되어 있는 이 책이 표지로 인해 선택받지 못한다면 얼마나 많은 아이들에게서 기쁨을 앗아가는 결과를 가져온단 말인가.
하지만, '애플비'라는 이유만으로 품었던 기대감이 결코 헛되지는 않았다.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책을 덮을 때까지 감탄사가 끊이지 않았다. 아이도 엄마도 입이 다물지 못할만큼 신기하고 매력적인 책이다. 책 읽다가 할머니,할아버지,아빠도 불렀다. 책구경 하시라고... ^^;; 곤충모양이 입체적으로 모양을 갖추자 무당벌레가 아이의 주먹만해졌다. 잠자리도 사슴벌레도 실사라서 더욱 생생하게 와닿았다. 더듬이를 만지작 거리던 아이는 무당벌레를 떼어내려고 낑낑거린다. 엄마는 화들짝 놀라서 그러면 안된다고 말해주었다. 이번에는 감자리를 지그시 눌러본다. 그러면 책이 덮히지 않게 될지도 몰라~ 아이는 깜짝 놀라며 이리저리 책을 관찰하였다.
"샤랑해~ 샤랑해~ 내 쇼중한 책아~~ "
여섯살 아들 녀석이 혀를 굴려가며 말을 한다. 책을 끌어안고 몸을 살랑살랑 흔드는데... 아들내미 맞아? 싶을 정도로 오버하는 녀석의 반응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될 만큼 잘 만들어진 책이다. 책의 단계가 너무 낮은 것은 아닐까도 생각했는데 화살표 방향으로 당기면 각각의 곤충들에 대한 부가설명이 나오는 부분에서 답을 찾았다. 곤충의 생애, 서식지, 먹이등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내 아이가 읽어도 충분할만큼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
아이의 책장에는 팝업북이 많지 않다. 동화책은 이쁜 그림과 어여쁜 내용으로 채워지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하기에 어떤 기능을 추가한(말하자면 소리가 난다든지, 그림이 벌떡 일어난다든지) 책에는 관심이 부족했다. 아니 가격적인 압박이 심하다보니 선듯 손이 가질 않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솔직하겠다. '팝업북'하면 대부분의 엄마들이 비슷한 생각을 떠올릴 것이다. 아이들은 너무 좋아하는데 비싸다는 점. 플랩북도 마찬가지고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작업이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던데 하여간 좋은 책을 저렴한 가격에 많이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아이는 애라서 그렇다쳐도 이 책만 보면 엄마인 나도 너무 기분이 좋다. 책을 읽고 나면 나름대로 책에대한 평을 하는 아이가 마지막에 한마디 덧붙인다.
"엄마, 리처드퍼거슨 아저씨한테 감사하다고 전해줘. 참, 다음엔 '동물의 세계'를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