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 소아정신과 최고 명의가 들려주는 아이들의 심리와 인성발달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1
노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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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일터에서 지친 엄마가 집으로 돌아옵니다. 종일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가 "엄마" 하고 외치며 달려오지요. 그날따라 엄마는 매달리는 아들이 무난히 무겁게 느껴집니다. 엄마는 아이를 가볍게 안아준 뒤, "엄마 옷 갈아입어야 하니까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합니다. 낮에 할머니한테 혼이 나서 엄마한테 위로받고 싶었던 아이는 엄마의 성의 없는 포옹에 화가 나서 바닥에 드러누워 떼를 씁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엄마가 화를 냅니다. "엄마가 옷 갈아입고 놀아준다고 했지! 이렇게 떼쓰고 난리피우면 다시는 안 놀아 줄거야!" 엄마의 말에 아이는 더욱 심하게 떼를 쓰고, 엄마도 기진맥진 합니다. (p. 158페이지 예문 요약)

 아이를 키우는 직장맘이라면 한번쯤은 위와 같은 경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부분을 읽으면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 대게 네 살 미만의 아이에게는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 없다고 합니다. '부족하다'는 표현이 아니라 아예 없다고 표현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헤아리고 대응하는 뇌의 기능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네 살 이전에는 아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유일한 사실이라고 여기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생각한다고 느낍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어린이집에 보내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기를 기대하는 것, 놀이터에서 낯선 아이들과 잘 어울리기를 바라는 것, 식당에서 얌전하게 있어 주기를 바라는 것등이 부모의 욕심일 뿐이라는 겁니다. 네 살 이전에는 오로지 절대적인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지요. 
 
좀더 거슬러 올라가 아가들의 상태를 살펴보자면, 갓난 아이의 가시거리는 20cm정도 라고 합니다.  놀랍게도 이 거리는 엄마가 아기를 안고 젖을 먹일 때, 서로 바라보는 거리와 일치합니다. 즉, 갓난아기는 엄마를 알아볼 만큼의 시력을 가지고 태어나며 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된 진화의 결과인 것입니다. 아기에게 젖을 먹이면서 눈을 맞추고 쓰다듬어 주고, 말을 걸고, 엄마의 체취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다각도로 아기의 뇌를 자극시키는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아기에게 말을 걸때만 사용하게되는 목소리 톤은 청각을 가장 민감하게 자극하는 음역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모든 생물은 자극을 받으면 반드시 반응하도록 되어 있지요. 사람의 경우 뱃속 태아 시절의 경험도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답니다. 어른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가 '애들이 뭘 안다고' 하면서 별 생각없이 아이에게 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아이의 뇌는 다 자라지 않아서 경험을 의식적이고 논리적인 기억으로 정지하지는 못하지만, 모든 자극이 기억으로 남아 아이의 평생에 걸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장기기억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기억으로 볼 수 있다. 변연계 뇌의 해마체와 편도핵 등이 장기기억에 영향을 미치는데, 해마체와 편도핵은 스트레스에 특히 약하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해마체와 편도핵이 손상되어 장기기억 체계가 나빠질 수 있다. 이는 마음이 불안한 아이가 공부를 잘할 수 없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p.91"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제목 그대로 '자녀교육'에 관한 책입니다. 이전에 읽었던 육아서에서는 아이와 친구가 되라는 책이 있었던 반면 친구보다는 엄한 부모가 되라는 책도 있었습니다. 아낌없이 칭찬해주라는 책과 칭찬이 아이를 망친다는 책도 있었지요.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육아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 이라는데 있습니다. 유아의 심리를 설명하면서 뇌의 구조와 발달 단계를 함께 이야기해주니 조금은 어려운 용어가 등장함에도 큰 틀을 이해하는 데는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지금 6세인 우리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내용도 많지만 태아와 영아에 대한 언급이 많아 예비부모님이 읽으면 더 좋을 책입니다.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아이게 대한 사랑도 표현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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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꼭 읽어야할 필독서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0-22 17:10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 노경선 지음/예담Friend 아들을 데리고 백병원 소아정신과에 상담 받으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에 담당 의사가 꼭 읽어라고 권해줬던 책이었지요. 이 책을 읽고 나름 내 방식대로의 교육이라는 저의 무지에서 비롯된 착각이 초래한 결과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반성하면서 책을 두번 꼽씹어서 읽었습니다. 아시는 분 아시겠지만 저는 책 다시 읽거나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너무 좋은 내용이 많아서 다시 봤던 거지요. 부모라면..
 
 
다가섬 2007-08-29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선 '지식'도 꼭 필요한 것 같아요.머리와 가슴, 온몸으로 키워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