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인간적인 삶
김우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지긋지긋한 밥상머리 전쟁이다. 아들 녀석이 젓가락으로 밥을 휘젓고 있다. 몇차례의 주의와 경고를 무시한 채 콩을 가려내느라 머리를 들지 않는다. "콩은 어디에 좋다고 했지?" 아이는 잠시 내 눈치를 살피더니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몸을 튼튼하게 해줘." 그 다음은 마치 노래를 하듯 질문과 대답이 이어진다. "계란은 머리가 좋아져. 김치는 나쁜 세균 물리쳐. 당근은 눈이 좋아져. 우유는 키를 크게 해. 멸치도 키를 크게 해. 시금치는... "  밥상에 올라있는 반찬을 한번씩 읊을 때마다 한젓가락씩 입으로 들어간다. 여섯살 아이는 골고루 먹어야 뱃속에서 '합체' 해서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굳게 믿는다. 

 인문학이라는 분야는 왠만큼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밥공기 속의 '콩'같은 존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편독하면 안되는데, 소설만 읽어서는 될 일이 아닌데 하면서 가끔씩 역사,예술등의 교양 서적을 뒤적이다가도 막상 인문학 서적은 덜컥 겁부터 나는 것이 사실이다. <자유와 인간적인 삶>이라는 이 책을 처음 소개받았을 때도 과연 잘 읽어내고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실제로 처음 몇페이지를 넘기면서 결코 만만치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나마 위로가 되었던 것은 두깨가 얄팍하는 것이었다. ^^;;

"사람은 자유 속에 태어나지만, 어디에서나 사슬에 묶여 있다. (중략) 윤리, 도덕이 중요해지는 것은 바로 그것이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하게 자유에 대한 추구가 일어나는 것은 바로 자유를 잃었기 때문이다. " p.57-58 오늘날 우리 사회는 '자유'를 부르짖는 이들의 목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이루기위해 농성하는 이들만 보더라도 그들을 구속하는 제도나 환경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자유'는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자유'란 말 그대로 남에게 구속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정말로 내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이 가능할까. 앞서 자유의 개념을 넓게 보았듯이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을 자유의 영역으로 포함하였을 때, 자신을 위하여 이러한 삶의 목적을 추구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똑같은 삶의 완성과 행복을 원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말해 '자유'는 권리와 의무속에서 추구할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첫부분을 페렐만으로 시작해서 페렐만으로 끝맺고 있다. 페렐만은 수학의 난제로 알려진 '푸앵카레 추측'이라는 문제를 푼 러시아의 젊은 수학자이다. 페렐만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논문 발표가 아닌 인터넷에 올리는 방법을 선택하였고, 미국의 사립 수학연구소에서 내걸었던 100만불의 상금도 거절하였다. 그는 연구소나 대학에서 제시하는 자리를 거절하고 어머니와 함께 아파트에서 조용히 사는 삶을 선택하였다. 취미는 등산과 등산하면서 버섯을 따는 일이란다. "그가 보여준 것은 간단히 말하여 사람이 자신의 삶을 자신의 생각대로 선택하여  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동시에 거꾸로 우리가 그러한 자유 선택의 가능성을 얼마나 멀리하고 살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p.25

  얇다고 그나마 위로를 삼았었는데 사실 내겐 너무 어려운 책이었다. 고등학생시절 성경을 처음 완독했을 때가 얼핏 떠올랐다. 너무나도 눈물겨운 여정이었기에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어려운 책을 읽더라도 이보다 더 힘겨우랴 하는 생각을 했었다. 문맥이 막히고 눈이 닫힐때마다 처음 일독으로 전부를 알려고 하지 않겠다는 그런 마음으로 읽었다. 인문학에 관해 좀 더 내공이 쌓인후에 다시 읽어주마하고, 그때는 또 다른 느낌으로 사고의 폭을 넓혀주겠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