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밴드왜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4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표지에 등장하는 일본 가옥이 무척 인상적이다. 지은지 70년이나 되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다고 설명한 것 치고는 아담하고 정겹게 생겼다. 책을 펼쳤을 때, 등장인물 리스트가 따로 표시된 책은 왠지 겁이 난다. 일단은 등장인물이 많다는 뜻이므로 책을 읽는 내내 앞장을 뒤적거리면서 누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이 책은 '도쿄밴드왜건'이라는 오래된 서점에 4대가 함께 모여살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역시나 등장인물이 많다. 하지만 책에 몰입하는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므로 섣부른 오해는 없길 바란다.    
 
"이만큼 개성 풍부한 등장인물들이 있으면, 작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된다. 가계를 스윽 들여다보면 그들이 거기 살고 있고, 나는 그저 그걸 기록해나갈 뿐. 모든 건 러브다. " p.361  작가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성이 풍부한 등장인물을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책의 내용을 반이상 쓴 것이나 다름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4대, 그 많은 사람이 하나 같이 개성 넘치고 사연있는 가족 구성원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도쿄밴드왜건'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크게 네 파트로 나누었는데 각 장마다 사소한 사건이나 오해가 등장인물간의 갈등을 일으키고, 위기의 순간을 잘 넘김으로써 갈등이 해결되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작가가 이 책을 "그 시절 많은 눈물과 웃음을 거실에 가져다준 텔레비젼 드라마에" 바친다고 하였는데 책의 내용 자체가 드라마틱하다. 궂이 표현하자면 시트콤과 흡사하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라고 하지 않았던가. 유난히 가지가 많은 '도쿄밴드왜건'에도 사건과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주인공들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서 가족을 지켜준다. 참, 빼놓을 수 없는 가족이 있는데 도쿄밴드왜건의 주인인 훗타 칸이치영감의 아내 훗타 사치 할머니다.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하늘에서 '도쿄밴드왜건'을 지켜보는 존재로서 이 책의 나레이터 역할을 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대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책의 관점에 대해 말하자면 보통은 젤 막내인 초등학생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것에 익숙했었는데 하필이면 돌아가신 할머니가 가족을 내려다보면서 독자에게 대화를 걸듯 써내려간 문체가 상당히 독특하게 와닿았다. 어쨌거나 이 책은 한마디로 '가족'과 '가족애'에 대한 내용이다. 올 여름 미스테리와 스릴러로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하는 이들에게, 혹은 휴가철 문득 가족의 소중함을 떠올린 이들이라면 이 책이 가슴 깊이 와닿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