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의 삶에 행복을 채우는 詩 138편
박영만 지음 / 프리윌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투시(投詩)
윤동주/ 序詩
100억을 벌 때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번의실패도 없기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바뀔 때마다
나는 괴로워했다
뒷거래 웃돈을 주고라도
학군 좋은 재개발 아파트를 잡아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프리미엄을
확실히 챙겨야겠다
오늘도
100억의 꿈이 나를 스치운다
정당 총수가 에로틱한 영화 포스터에 등장한 것으로 한동안 시끄러웠던 적이 있는가 하면 기업의 회장님이 코믹영화의 주인공으로, 이쁜 연예인이 한순간 골룸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예전 같으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었겠지만 요즘은 인터넷과 사진 합성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각종 '패러디'가 넘쳐난다. 심지어는 온통 패러디만으로 만들어진 영화에다 하루에도 이런저런 사진이나 포스터가 인터넷에 올라온다. '패러디'의 주목적은 '웃음'이다. 이를 뒷받침하기위해 '풍자','위트'등을 동원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상대를 키득키득 웃겨주는 것만으로도 그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삶에 행복을 채우는 시>이 책은 하이네,푸쉬킨, 워즈워드, 릴케, 이육사, 황진이 등 한번쯤은 들어보았음직한 유명시인들의 작품을 패러디한 시집이다. 시의 기본 틀과 운율은 살리면서, 소재와 내용을 새롭게 한 전형적인 '패러디'로 내용면에서 일상의 다양한 상황을 풍자적으로 묘사하였다는 특징이 있다.
솔직히 책을 처음 받았을 때는 '패러디' 시집이라는 것을 잠시 망각하고 조금 당황하였다. 윤동주님의 서시, 김소월님등 워낙에 유명한 작품은 '패러디'의 진정한 묘미를 느끼기에 충분하였지만 간혹 모르는 시가 나오면 아무래도 느낌이 반감되곤 했다. 그리고, 138편의 시가 모두 패러디다 보니 한번에 모든 시를 음미하려고 한다면 패러디 특성상의 한계도 있고, 조금은 식상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원작과 나란히 싣는다든지 단락별로 원작, 패러디작, 새로운 창작을 고루 편집해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집의 좋은 점은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페이지에 상관없이 책을 펼쳐 시 한수를 읽고 그저 웃어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을 웃음으로 채워주는 시' 라고 불러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