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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 씨와 파란 기적 ㅣ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37
파울 마어 지음, 유혜자 옮김, 우테 크라우제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기위한 교육이 잘못되었을 때, 오히려 아이들의 사고를 방해한다는 것을 익히 경험하였다. 예를 들면 상상력을 키우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기위해 미술학원에 보냈더니 정형화된 나무, 사람, 자동차 그리는 방법을 배워서 너나 없이 똑같은 그림을 그려낸다는 사실이다. 방문 학습지도 마찬가지다. 사고력을 키워주는 과목이라고 말은 하지만 처음엔 흥미로워 하던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한가지를 말하더라도 자유로운 사고가 아니라 생각을 쥐어짜도록 요구한다. '상상은 자유'라고 했는데 상상을 강요받는다. 생각에 날개를 달아주는 방법 책에서 찾는 것이 제일 쉽다.
책의 줄거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벨로라는 개가 파란 물약을 먹고 사람인 벨로씨가 된다는 것이다. 좀더 상세히 말하자면,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빠와 둘이 살고 있는 막스는 12살 생일선물로 애완견을 사달라고 한다. 약사인 아빠는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반대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벨로라는 개를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한편, 벨로가 막스네 집에 오기직전 정체를 알 수 없는 할머니가 나타나 아빠에게 파란 물약을 주고 간다. 아빠의 할아버지가 만든 약이라는 말만 남기고 말이다. 실수로 깨진 약병에서 흘러나온 파란 물약을 핥아먹은 벨로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말도 하고 털복숭이지만 분명 사람이다. 문제는 벨로씨가 자신이 개인 것을 안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이야기가 묘하게 꼬이기 시작하는데 벨로씨가 사소한 사건에 휘말려 경찰서로 가게되는 바람에 막스가 고아원에 보내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엄마도 없이 아빠하고만 사는 것은 그렇다쳐도 자신이 개라고 생각하는 벨로씨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여겨진 것이다. 가족은 청소년 위원회의 크납 부인에게 좋은 환경을 보여 주어야만 했다. 벨로씨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예절을 배우고, 아빠가 좋아하는 베레나 아주머니를 좋아하게 된다. 여기에다 아빠 친구인 에드가씨네 농장 가축들도 사람으로 변해버리는등 사건들이 끊이질 않는다. 막스네 가족들은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 나갈까? 상상력을 동원해보자. ^^
어린이 책을 고를 때, 엄마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논술'과 '창의력','상상력' 이런 단어가 아닐까 싶다. 늘어놓은 단어들은 제각각 따로일 것 같지만 결국은 동일한 틀 속에 있다. 논술의 바탕은 창의력이고, 창의력은 결국 상상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상 좀 해 봐~" 하는 말만 가지고는 상상력을 키울 수 없다. 상상력은 마음을 여는 것. 기존의 사고를 던져 버리는 것이다. 솔직히 '말을 하는 개'는 사랑스러워도 '사람으로 변한 개'는 왠지 '엽기'스럽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으니 이 책은 내게도 큰 '시험'이 되었다.
파울 마어의 글은 "상상을 한다는 것은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구나!" 하고 느끼게 해 준다. 실제로 저자는 가족 여행중인 휴가지에서 저녁마다 벽난로 앞에 모여앉아 이러저런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시간을 보냈는데 집으로 돌아와 그 때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서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책이 그렇게 쉽게도 만들어 지는가 싶다. ^^ 책의 권장 연령은 11세로 초등 고학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책을 덮은 후 우리집 강아지가 벨로씨처럼 된다면? 혹은 사람이 물약을 어떻게 될까를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