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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칵테일 -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상큼한 세계사가 온다!
역사의수수께끼연구회 지음, 홍성민 옮김, 이강훈 그림, 박은봉 감수 / 웅진윙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학창시절 '세계사' 하면 일단은 좀 갑갑했던 기억이 있다. 공부할 분량은 많은데 비해 실속은 없는 과목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시험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른 상황인지라 그다지 즐겁게 공부했던 기억은 없다. 심지어 중간, 기말고사땐 선생님이 미리 문제를 흘리기도 하셨고, 선배들한테 기출문제를 물려받아 적당히 공부하고 적당히 성적을 유지했던 과목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라는 상황이 사람을 얼마나 구속하는지 행동뿐 아니라 정서적인 면에 미치는 영향이 실로 엄청나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딱딱하게 서술된 교과서와 독자의 입맛을 고려한 일반 서적과 어찌 비교하겠는가 만은 그렇다고 모든 인문학 서적이 잘 팔리고 '대중화'에 성공한 것도 아니지 않는가.
<세계사 칵테일>은 원시, 고대에서 부터 중세,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사 속의 주요 사건들만을 뽑아 질문과 대답형식으로 130여 건을 소개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역사의 흐름대로 흘러가면서 큰 테두리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고 간혹 기발한 내용들이 감초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백년 전쟁은 정말 100년간 했을까?' 라든지 '장미 전쟁은 장미와 무슨 상관일까?' '예수의 혈액형은 무엇일까?' 등이다. 시대별 주요 사건들을 몇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고대부터, 고대는 아직도 의문 투성이다. 그래서 더욱 신비롭다. 예전에 배웠던 내용들이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로 수정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흥미롭다. 학교 다닐 때 열심히 외웠던 4대 문명중 이집트 문명은 약 2,500년,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3,000년, 황하 문명은 탄생부터 은나라 멸망까지 계산하면 약 5,000년간 지속된데 비해 인더스 문명은 불과 500년 만에 소멸하였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는 유목민족 아리안에 의해 멸망했다는 것이 유력한 설이었는데 지금은 '홍수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환경 파괴설'이 떠오른다고 한다. 연료를 위해 주위의 삼림을 지나치게 벌채해 홍수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환경 문제가 심각한 요즘 시대에 좀더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중세로 넘어가기에 앞서 그리스, 로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폴리스, 아테네, 트로이, 알렉산더, 클레오파트라, 그 중 로마제국의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로마제국이 번성했던 시기에 유독 황제와 귀족의 출산율이 낮았던 이유가 '납중독' 때문이라는 설이있단다. 당시 로마는 상하수도 시설이 발달해 수십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로마를 비롯한 각 도시에 물을 공급하는 수도교가 있었다. 그런데 수도교로부터 각 가정으로 물을 보내는 수관이 납으로 되어있었고, 납으로 만든 냄비와 식기를 사용했다고 하니 로마인들은 일상적으로 납에 노출되었던 것이다. 로마 황제들의 폭력적인 성향과 로마인들의 퇴폐적인 생활도 납중독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고 하니 참으로 설득력 있는 주장이 아닌가 싶다.
중세는 역시나 종교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로마교황은 언제부터 카톨릭의 수장이 되었는지, 중세도시의 성, 연금술, 기사단, 페스트, 마녀사냥, 드라큘라 백작이 등장한다. 전쟁이 없을 때 기사들은 어떻게 보내는지, 영국과 프랑스가 앙숙일 수 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동방견문록]으로 유명한 마르코폴로가 사실은 약간 허풍쟁이에다 20년 넘게 중국에서 살았으면서 정작 중국말은 유창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음에도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근,현대에 넘어와서 가장 눈여겨 볼 것은 '제국주의' 와 '식민지'에 대한 내용이다. 강대국의 횡포에 휘둘리는 세계사라 참으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세계의 화약고' 라고 불리는 팔레스타인 분쟁의 씨앗을 뿌린 장본인이 바로 영국이라는 사실 지금까지 나만 몰랐나? ㅠ.ㅠ 영국은 당시 그 일대를 지배하고 있던 오스만터키 제국과 전쟁을 치르면서 아랍과 유대인 양쪽에 이중으로 협정을 맺는 제멋대로식의 외교를 펼쳤다. 후에 분쟁이 커지고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게되자 UN에 중동 문제를 떠넘겨 버린다. 흠...
'아편 전쟁' 에 대한 이야기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당시 영국인들은 중국의 차문화에 매료되어(이때부터 영국사람들이 홍차에 열광했어나 보다) 막대한 무역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영국은 아편을 중국으로 몰래 들여왔고 이에 분노한 중국과 발발한 전쟁이 '아편 전쟁' 이다. 전쟁에서 이긴 영국은 홍콩을 조차하고, 개항과 배상금까지 받아냈으니 당시 영국내에서도 전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고는 하지만 말 그대로 하나마나한 소리아닌가. 하긴... 아직도 침략전쟁을 정당화 시키고, 정신대 문제등 억지 주장만 펼치고 있는 나라도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당신들은 그나마 신사라고 말하고 싶은 거요? ==;
<세계사 칵테일> 이란 제목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상큼한 세계사가 온다' 라고 주장했던 것처럼 책의 구성과 내용, 느낌을 제목에 잘 반영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광범위한 세계사의 중요한 부분만 콕콕 찍어 재미있고, 신나게 엮어 놓은 가벼운듯 하면서도 깊이 있는 책이다. 초등 고학년 이상만 되다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으리라 . 다만, '역사의 수수께끼 연구회'라는 단체가 국내 단체인줄 알았는데 일본의 연구 그룹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는 잠시 '깬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내용면에서 한쪽으로 치우칠만한 그런 건덕지는 없으니 안심하여도 좋겠다. 이는 순전히 개인적인 서운함일뿐 역사책이어서 더 그런가 보다.
책을 펴낸다는 것이 여간 수고로운 일이 아님을 안다. 그러나, 우리도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괜찮은 세계사책을 펴냈음 좋겠다. 대한민국이이 주체가 된, 이 책에는 실리지 못했던 내용들도 거침없이 실어 세계 각나라로 번역되어 출간되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는 교양서적도 될 수 있고, 때론 자부심도 되겠지만 후세에는 또다른 문헌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