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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쯔이 성공 Story
두리 지음 / 월드북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장쯔이를 처음 봤을 때 공리와 정말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오래전 '붉은 수수밭'이라는 영화를 감동깊에 보았었고 그 영화를 통해 깊이 각인된 공리라는 배우가 지금까지도 중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 뿐만 아니라 장쯔이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누구나 공리와 닮았다고 생각하나 보다. 대뷔초에 '작은 공리'로 불려지면서 대스타의 닮은꼴 배우로 시작했던 그녀가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 석자를 세계에 알렸다. 이제 그녀를 대하는 어느 누구도 공리를 떠올리지 않을 것이다. 장쯔이는 그냥 배우 장쯔이일 뿐이다. <와호장룡>을 통해서 만난 그녀는 귀여우면서도 여성스럽고, 고전적이면서도 톡톡튀는 느낌이 들었다. 단 한편의 영화를 보았을 뿐인데도 대성할 배우라는 느낌이 팍팍 와닿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장쯔이는 불과 6년전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존재감이 없는 사람', 평범한 소녀라고 말한다. 스타가 된 지금도 정말 의외이고 자고나니 스타가 되었다고 말할 정도다. 장쯔이의 어린시절 어머니는 허약한 딸을 위해 체육학교에 입학시키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해 체조반이 개설되지 않았고 체육교사의 소개로 무용을 시작하게 된다. 11살때 북경 무용학원 부속중학교에 입학하여 6년간 무용을 배우게 되는데 이는 그녀의 연기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후, 중앙희극학원에서 연기수업을 받고 평생의 은사인 창리선생을 만난다.
누가 뭐라해도 배우 장쯔이는 운이 좋다. 인생에는 3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지만 장쯔이가 무용을 배우기 시작한 것, 중앙희극학원에서 창리선생을 만난 것, 장예모 감독의 눈에 띄여 첫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을 찍은 것만해도 3번의 소중한 기회를 모두 쓴 것이나 다름없지 않을까싶다. 첫 영화로 이미 영화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 시작한 그녀는 다음해에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을 통해 세계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했고, 서극감독의 영화에도 출연한다. 세계적인 감독들과 연이어 작품을 함께하는 영광을 누린다는 것은 결코 흔한 기회가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장쯔이가 단순히 운만 좋았던 것은 아니다. 무용을 배우던 시절,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벽 5시 전에 일어나 연습실로 가서 밤 11시가 넘어서야 잠을 청했다고 한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면서 혼자 밥을 해먹어 가면서 공부했고 당시에도 잘 사는 집 아이들은 그녀와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의 지원을 받아가면서 연습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장쯔이의 어린 시절을 가장 잘 아는 단짝 친구의 증언에 의하면 장쯔이의 무용 실력은 2% 부족했다고 한다. 그녀는 노력파였고 남들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매일 늦게까지 연습하곤 했다.
영화를 찍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배역이 맡겨지면 철저하게 캐릭터에 몰두하려고 애썼다. 연극 공연장에서 격앙된 분위기 속에 유리가 깨어져 상처를 입고도 대사를 읊었던 이야기, 농촌 여인을 에 충실하기 위해 농촌 여인을 연기하기위해 한달간 농촌에서 생활하면서 물 긷고, 아궁이에 불 떼고, 베를 짜는등 철저하게 농촌 여인이 되고자 했다. 그녀의 진솔한 일기를 통해 농촌 생활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닌 절실함 속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연인>을 찍기 전에는 따로 무술 과외를 받았고 한동안 맹인 소녀와 함께 지냈으며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는 집 안의 모든 불을 끄고, 어둠 속을 더듬거리면서 생활하기도 했다. "영화 촬영이 거의 끝나갈 때쯤, 마음이 아닌 눈빛으로도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정말 잊지 못할 기분이었죠." p. 257 행운의 여신이 장쯔이를 찾아왔을 때, 그녀는 스스로의 운명을 바꿀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녀의 성공은 오래 전부터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장쯔이 성공 Story> 이다. 여류 프리랜서 작가인 두리가 장쯔이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어린시절부터 세계적인 배우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세밀하게 기술한 것이다. 솔직히 내용 전개 면에서는 약간 어색한 면이 없지 않다. 기본적으로는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앞서 언 급한 내용들이 계속 반복적으로 나오고, 장쯔이에 대해 쏟아졌던 끝없는 논쟁과 스캔들에 대해서 시원한 대답보다는 적당히 무마하려는 듯한 느낌이 든다. 불과 6여년 정도의 배우 생활이긴 하지만 3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에서 그녀의 선행에 관한 내용이 불과 2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아쉬움이다. 그러나, 연기에 관심이 있는 이들과 배우 장쯔이의 팬들에게는 이 책이 분명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적지 않은 사진컷도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장쯔이는 현대 여성은 자신의 일과 생활이 있고, 스스로에 대해 믿음과 확신이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 자신도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며 계속해서 배우고 자신을 가꾸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바로 자신감이 있고 자아가 확립된 사람,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잘 아는, 정신적으로 독립된 여성이다. p.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