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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절대로 열지 마시오
미카엘라 먼틴 지음, 홍연미 옮김, 파스칼 르메트르 그림 / 토토북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절대로 열지 마시오!" 첨엔 뭐 이런 제목이 다 있나 싶었다. 당돌한 제목을 달고 나타난 책 ^^ 책장을 넘기니 표지에서 만났던 돼지가 나타나서 또 투덜거린다. 5,6 페이지 까지 계속 돼지가 나타나 책장을 넘기지 말아 달라고, 이 책은 완성되지 않은 책이라고 사정을 한다. 많은 단어들이 적힌 카드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마침내 독자에게 두손 든 돼지는 열심히 카드를 배열해서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돼지와 입씨름을 해가며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길수록 마지막엔 어느새 한권의 책이 완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흔히 '단방향'으로 인식되어진 독서에 대해 과감하게 '양방향' 의 소통을 시도한 책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책 속의 돼지가 이름을 묻는다. 아이는 키득거리며 수줍게 대답한다. 돼지는 아이에게 글자를 못쓰겠다고 말하고 밑줄 그어진 부분이 나올때마다 아이의 이름을 넣어서 읽으라고 한다. 돼지의 눈으로 바라본 독자(유아)는 '말썽쟁이 거인'이다. 이 책을 읽는다는 의미는 책의 활자를 읽는 다는 것이 아니라 책과의 대화, 엄밀히 말하면 책속의 돼지와 대화한다는 뜻이다. 물론 저자가 의도한 효과를 100% 얻기 위해서는 책읽어주는 엄마의 오버스러움도 한몫해야 한다.
유아들의 글쓰기는 아무렇게나 적어 놓은 낙서에서부터 시작되며 글은 문자로 된 것뿐만 아니라,그림이나 낙서, 알아보기 힘든 긁적거림까지 포함한다고 한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낙서를 해놓고는 꿈보다 해몽이라고 열심히 설명하는 우리 아이들을 떠올려 보자. 황당한 설명 들으면서 표정관리 하기 무척이나 힘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울음'이란 한가지 방법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던 아이들이 색연필을 들고 형상을 그려냈다는 것.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
'이렇게 해도 책 한권은 만들어 낼 수 있다.' 는 것이 책의 주제이다. ^^ 돼지는 완성되지 않은 책이라는 솔직한 고백과 함께 책을 열지 말라는 이야기로 이 책을 시작했다. 무엇이 주제이든지 혹은 어떤 내용이든지 생각하는 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에서 부터 글쓰기가 시작한다는 것을 말한다. 유아들에게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알려주는 좋은 지침서가 되어주면서도 주제는 깊이 감추고 웃음만 넘치는 유쾌한 동화책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서평을 쓸 때 잘 써먹는 방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책에 대한 느낌 예를들면 표지, 제목, 그림, 주제나 내용과 관련된 일화, 책의 줄거리, 기억에 남는 구절등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조리 일단 써놓고 본다. 말 그대로 횡설수설이다. 몇번이고 다시 읽어 보면서 문단 사이에 풀칠(?)을 하고 필요 없는 것은 지우는 방법으로 완성한다.
이 서평도 같은 방법으로 쓴 것이다. ㅎㅎ
ps. 책을 덮은 후, 아들이 묻는다. "내 이름은 물어 놓고, 니 이름은 뭐냐. 돼지야?"
글쎄... 정말 실컷 대화해놓고 아무리 찾아 보아도 돼지의 이름이 없다.
아들 왈, "내가 니 이름을 알지. 너의 이름은 '엄마'다!!! " 이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