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정글 1
캔디스 부쉬넬 지음, 서남희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TV를 많이 시청하는 편은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정규방송보다는 캐이블 채널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아마도 'sex and the city' 가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시즌6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를 재방송까지 챙겨볼만큼 좋아했었다. 등장하는 네명의 주인공들은 서른 후반의 전문직 여성이고 인생을 즐기고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는 점, 그렇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랑을 갈망하고 찾아가는 내용에서 공감이 갔다. 특히, 마지막 시즌에서 한 단계 성숙한 그녀들의 모습도 훈훈했지만 미하엘 바리시니코프를 만난 순간 그에게서 풍기는 세월의 흔적과 함께 '백야'의 추억이 되살아 났던 감동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sex and the city' 가 30대 독신 여성들의 사랑찾기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립스틱 정글은 40대 여성들의 '성공'을 주제로 한 점이 다르다. 유명 디자이너인 빅토리 포드, 잡지사 편집장인 니코 오닐리, 영화제작자 웬디 힐리 그녀들이 나타나는 곳에는 항상 주위의 시선이 집중된다. 그들은 이미 성공한 여성으로서 부와 명예를 모두 가졌지만 아직 이루지못한 꿈이 있고 해결해야할 문제들로 가득하다. 사회적인 지위로 본다면 그들과 나 사이엔 엄청난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직장내에서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는 것과 가정으로 돌아갔을 때 느끼는 고민은 비슷하다는 점이 이 책에 빠져들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기자가 빅포리 포드에게 묻는다. "일이 가정과 아이를 포기할 만큼 가치있다고 생각하나요?" 라고. 여자는 일을 더 사랑하면 안되고 남자보다 더 부자이면 안되는 것인지 억만장자 애인과 사랑에 빠진 빅토리의 의문이다. 웬디의 문제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그녀는 일생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를 진행중이고 이미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었다. 철없는 남편은 그녀가 벌어들인 돈을 물쓰듯 쓰고 어느것 하나 제대로 해내는 것 없으면서도 그녀가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이혼을 요구한다. 니코의 경우를 보자. 솔직히 할말이 없다. 거침없는 당당함이 멋져 보이지만 남자든 여자든 외도하는 사람은 이해못한다. 무미건조한 남편과의 사랑없는 결혼생활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결코 방어막은 될 수 없다.

문제는 그녀들의 고민이 과연 남자였다면...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같이 맞벌이를 하면서도 남편들은 친구를 만난다든지 모임에 참석하는 것. 귀가 시간이 늦은 것에 대해 자유롭다. 반면 여자들은 정신없는 아침시간부터 퇴근후에도 아이를 찾아오고 저녁준비하고 친구들을 마지막으로 만난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없다. 공연을 관람하고, 미술관에 가는등 문화생활은 사치일뿐 원치않는 회식자리로인해 늦은 귀가는 가족에대한 죄책감으로 이어진다.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맡기는 경우는 더하다. 이것저것 챙겨오라는 것도 많고 다달이 견학에 소풍에 준비물 하나라도 빠뜨리면 정말 몹쓸엄마 취급받는다. 그런 비난은 부부가 함께 겪는 것이 아니라 웬디의 경우처럼 오로지 '엄마 ' 한테만 해당되는 것들이다.

직장의 경우, 입사동기인 남녀가 있다. 비슷한 업무를 하고 경력을 쌓은 두사람이 수년이 흘러 나란히 승진 대상에 올랐을 때, 여성이 모든 면에서 좀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고 해서 승진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노우~ 약간의 성과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여성이 승진하는데 필요한 것은 50% 이상의 월등한 성과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빅토리와 니코가 이룬 성공이 빛나 보이는 이유는 바로 그때문이다. 그리고, 또한가지 지나칠 수 없는 사실, 여성이 배우자 보다 년봉이 많거나 사회적 지위가 더 높은 경우에도 외조를 기대하기는 커녕 남편의 자격지심까지 포용할 수 있는 이해심을 요구한다는 것. 이것이 현실이다.

<립스틱 정글>, 사실 작가의 이름만 믿고 무조건 읽어보리라 마음먹은 책이다. 그만큼 'sex and the city' 의 성공이 엄청난 것이었고, 그 성공은 작가가 평생 뛰어넘어야 할 큰 산이 되어버렸다. 어쩜 그녀가 어 떤 책을 내놓던지 책의 수식어는 항상 성공한 드라마의 이름으로 장식될 테고 내용또한 비교될테니 말이다. 내 멋대로 부제를 정해 보았다. '빌딩숲에서 살아남기 시리즈' 이것이 캔디스 부쉬넬 풍이다. 두깨가 얇지 않은 책임에도 순식간에 읽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언급한 공감대 형성이다. 성공과 사랑 두가지를 모두 꿈꾸는 현대 여성의 심리를 만족시켜준 세련됨이 느껴진다. 저마다의 색깔로 '립스틱'을 바른 여성들이 '정글'같은 사회에서 분투하는 모습, 세명의 주인공이 떠오르고 저자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거기에다 나 자신의 이미지도 살짜기 더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