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찾기
마리네야 테르시 지음, 유혜경 옮김 / 책씨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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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예전엔 몰랐다. 아이가 세돌쯤 지났을 때, 밤에 잠을 자다가 갑자기 발목과 무릎이 아프다고 울기 시작했고 한 30여분을 주물러주면 다시 잠이 들곤 했다. 이름하여 성장통, 정확한 원인은 없지만 '설'은 많다. 뼈가 자랄때 성장점이 자극되어 그렇다는 주장이 많은데 칼슘제를 먹이라는 권유에 따라 종합영양제 한통을 구입했다. 그 후로 지금도 아프다며 간혹 나를 깨운다. 전에는 울면서 짜증도 내고해서 다리 주무르랴 아이 달래랴 여간 속상한 것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엄마, 나 또 키크고 있는 거야?" 하며 눈물만 주르르 흘린다. 이제 겨우 여섯살인 아이도 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픔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 녀석... 근데 엄마 마음 아냐? 입술을 꽉 깨문 그 모습이 더 가슴 아린다는 것을.

"아빠는 죽지 않았다. 다만 아주 먼 여행을 떠났을 뿐이다. " 이 책은 아빠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소년 가브리엘 2세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가족들에게 소중하지 않은 아빠의 존재란 있을 수 없겠지만 가브리엘에게 있어서 아빠는 더욱 특별한 존재다. 일때문에 바빴던 엄마를 대신해서 어린 가브리엘을 돌봐주셨던 아빠, 가슴이 뻥 뚫린 것 같다는 표현은 아마 이럴때 쓰는 것이겠지. 15년 세월동안 아빠와의 추억들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기억을 더듬어 일기를 씀으로써 미래를 위한 추억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일기장이 두꺼워 질수록 아빠에 대한 사랑, 믿음... 아빠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는 것을 느낀다. 아무도 아빠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아. 엄마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어쩜 아빠가 떠난 것이 엄마 때문인지도 몰라. 아빠의 이기적인 선택, 엄마의 석연치 않은 태도는 주인공의 갈등을 점점 키우고 마침내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너무나도 충격적인 진실로 되돌아 온다. 아빠를 사랑했던 그 깊이만큼 텅 빈 가슴이 원망으로 채워진다. '가정'은 분명 모든 이에게 가장 안락하고 평안한 장소여야 하지만 성장소설에서는 인생에서의 첫시련을 겪는 곳, 내적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설정되기도 한다. 가정은 아이들을 보호하고 성장시키는 밑거름을 제공해 주어야하지만 때론 미성숙한 어른들로 인해 오히려 생채기를 내는 일도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진실 뒤에 가려진 진실을 볼 줄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장애물을 뛰어넘는 것은 바로 스스로의 몫이라는 것도. 거기에 남은 자들의 사랑의 합쳐져 성큼 자라려는 주인공에게 튼튼한 장대가 되어준다. "아빠는 누구나 어른이 되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고, 또 결정을 내려야 하고 자신의 실수를 책임져야 하는 거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어른들도 잘못 생각할 때가 있는 거라고 그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굳건한 의지와 이성과 상식을 가지고 노력할 뿐이라고 하셨죠. p.124

어린시절 내게 있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돈을 벌고, 하고 싶은 것을 다 이룰 수 있는 그런 완벽한 모습을 갖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어릴 때 내가 기대하던 그런 모습은 아니다. 나 또한 아직도 진정한 내 모습을 찾지 못한 아직도 찾고 있는 어른일뿐이다. 신입 때, 직장 선배가 해 준 조언이 생각난다. 인생이란 것이 마음먹은대로 살아지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능한 계획적으로 살아라 하는 것이다. 단기계획과 장기계획을 세우되 서른이 넘으면 반드시 단기계획도 10년은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30대는 40대의 내 모습을 위해서 살고, 40대가 되면 50대의 내 모습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 그 나이에 가장 어울리는 사고를 하고, 가장 멋진 모습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어쩜 모든 인간은 연륜에 걸맞은 모습을 갖추기 위해 죽을 때까지 성장이 필요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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