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의 서울 - 한국문학이 스케치한 서울로의 산책 서울문화예술총서 2
김재관.장두식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작년 여름에 아이가 너무나도 간절히 소원을 말했던 적이 있다. 유아채널에서 파워레인저 매직포스 뮤지컬 공연에 대한 광고가 나올때마다 팔짝팔짝 뛰면서 보러 가고 싶다고 졸라대는 것이었다. 내 새끼여서 그런게 아니라 지금까지 마트에서 뭐 사달라고 징징거린적 한번 없을 만큼 성격이 차분한 아이다. 어린이집 입학식때, 엄마들과 아이가 함께 참석한 자리에서 30여분이 지나자 다른 아이들은 돌아다니고 눕고, 뒹굴고 여하튼 난리가 났는데 1시간 반이 넘도록 내 앞에 앉아서는 "엄마! 언제 마쳐?" 이 말만 세번인가 묻고는 꿋꿋히 자리를 지킨 아이다. 그런 아이가 그 광고를 보고는 얼마나 졸라대는지... 마음이 조금씩 흔들렸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서울에서 공연하고 있었고 입장료만 우리 가족 세명분 10만원이 넘었다. 뮤지컬이니 관람료는 그렇다 치고 당일 교통비에 식비까지 합치면... 헐~ 도저히 계산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머리를 맞대고 상의한 끝에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너무 멀고, 값도 비싸고 도저히 소원을 들어줄 수 없다고 말이다. 다섯살 인생에서 그토록 간절히 바랬던 일인데 부모로써 들어주지 못하게 되어 얼마나 아픔 아팠는지 모른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 는 말이 있다.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는지는 알수 없지만 조선시대 선비들의 꿈이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 한자리 하사받아 임금계시는 곳 가까이(지금의 강북) 살고 싶어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서울은 사람이 몰리는 곳이다. 사실 나 자신은 30여년 넘도록 지금 살고 있는 지방을 떠나 본적이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면서 서울로 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절실히 해본적도 없다. 단지 내게 있어 서울이 좋아보이는 것은 앞서 언급한대로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런 부러움이 때론 질투가 되고 서운함이 된다. 때문에 서울은 이기적인 도시라고 말하고 싶다. 문화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등 모든 분야에서 독식하고 비대해진 도시며, 그늘이 많은 도시다. 문학속 서울의 모습은 산업화로 인한 서울의 이면, 꿈을 찾아 서울로 온 이들의 아픔과 좌절을 그린 작품이 눈에 많이 띈다.

특히,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가슴 한켠이 저려왔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갔던 경제력의 핵은 우리 누이들의 희생과 피땀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벽을 보고 이야기 하는 것처럼 한때는 권력자들에게 말이 통하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다. 결국 분신을 통해서 '진실'을 알리려 했던 그는 노동자들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다. 그러나, 이 부분을 읽으면서 시대의 아이러니함을 느낀다. 우리 누이들이 고통받던 그자리는 세월이 흐르면서 더 나은 노동 환경으로 대체된 것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해 채워졌다. 사업주들은 요즘의 젊은이들이 힘들고 고된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하고,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의 일자리마저 빼앗고 있다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서울은, 대한민국은 더이상 과거만을 되내이며 살 수는 없다. 아픈 과거를 묻어둔 채 세계를 품는 넉넉함을 보여줄 때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책을 펼쳐들 때에는 자랑스러운 서울, 화려한 서울의 모습을 기대하였다. 그러나, 문학속에 비친 서울의 모습은 회색빛이다. 조용한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비오는 창밖을 내다보는 풍경이랄까 좀 심할 땐 황사비를 맞으며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때도 있었다. 문학 속의 서울은 도대체 왜 이렇게 서울을 홀대하는가? 내가 아는 서울은, 대한민국의 중심이면서 불과 수십년만에 전쟁의 흔적을 몰아내고 세계속에 우뚝서게 한 자랑스러움을 간직한 곳이 아니던가? 문제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와진 만큼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메말라졌다는 것이고, 사람들은 어느새 물질의 가치만를 최우선으로 인정하기에 이른다. 문학속에 비친 서울은 그점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대중이 볼수 없는 곳을 비추고, 잊혀 져 가는 것들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는 것들을 상기시킨다. 문학 속의 서울이 회색빛인 이유는 서울에 대한 애증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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