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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의 역습 - 대중문화가 어떻게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었나?
스티븐 존슨 지음, 윤명지.김영상 옮김 / 비즈앤비즈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모두가 Yes 라고 말할 때, 혼자 No 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모두가 No 라고 말할 때, 혼자 Yes 라고 주장하기도 힘들다. 흔히 듣는 '고정관념'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고정관념을 벗어 던져야 한다는등 고정관념은 '부정적 선입견'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데, 고정관념이 무서운 것은 인간의 관념이 결코 하루 아침에 형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시절에 겪었던,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어떤 사건에 의한 것일수도 있고 교육에 의해서 혹은 일상생활속의 사소한 경험이나 메스컴을 통해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조금씩 사고가 굳어지는 것이 고정관념이다.
따라서 누군가 대중의 '일반화된 생각'에 이의를 제기할 때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할 것이고, 상당한 근거 자료를 설득력 있는 구성으로 엮어내는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바보상자의 역습> 이라는 당돌한 제목이 일단 마음에 들었다. 저자는 지난 수십년간 '바보상자'로 낙인찍혀 왔던 대중문화에 대해 새로운 반론을 제시한다. 단순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는 그리 나쁘지 않다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대중문화가 인간의 뇌를 자극하고 인간을 더욱 명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보상자'의 역습을 정당화 시키기 위해 저자가 끄집어 낸 카드는 무엇인가?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신조어 '슬리퍼 커브 Sleeper Curve' 가 그것인데 우리에게 부정적인 요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은 긍정적인 요소로 우리 삶에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모든 현상에서 발견되는 양면성에 근거한 '슬리퍼 커브'라는 방식을 들어 주장을 펼치고자 했던 의도는 상당히 좋았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첫번째 대중문화 '게임'에서 예로든 것중 내가 아는 게임이 하나도 없었다. ㅠ.ㅠ 물론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다보니 관심이 미치지 못했던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들어 보지도 못한 게임들이 줄줄~~ 열거되는데 정말 난감했다. 두번째 대중문화 TV 에서도 미국의 프로그램을 예로 들다보니 이거야 원... 당췌 아는 프로그램이 없다. 그만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급좌절하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프랜티즈> 정도 들어는 본것도 같고... ㅎㅎ 여하튼 책 읽는 동안 계속 한숨이 나왔다.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알겠다. 그러나 책의 상당부분이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으로 할애되었기 때문에 뒷부분 부록에 설명된 것만 가지고는 저자가 의도한대로 깊이 공감하지 못한 점이 무척 아쉬웠다.
책을 읽은 후, 나름대로 '바보상자의 역습'을 정의해 보았다. "차려진 밥상을 어떻게 먹느냐는 결국 개개인의 입맛이자 선택에 달렸다." 고 말이다. ('밥상' 많이들 써먹길래 나도 한번 ^^) '바른말'에 관한 프로와 각종 퀴즈 프로, '스펀*'는 개인적으로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위기탈*'은 예전부터 이런 프로가 생겼음 좋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스페셜 다큐나 특히, 환경관련 프로는 우리 부부가 상당히 관심 있어하는 분야고 시청후 많은 대화를 이끌어 낸다. '네셔널지오그래픽'은 예나 지금이나 경이롭기까지 하다. 혹자는 게그프로에 대해 악평할지 몰라도 그 나름대로 즐길만하다. 누가 나를 한바탕 웃게 만들어 준단 말인가. 억지 웃음도 인체에 유익한 물질이 분비되기는 마찬가지라고 하니 억지로라도 좀 웃고 살았음 좋겠다. 늘어놓고 보니 책은 안읽고 TV만 끼고 사는 사람같아 좀 민망하다. ^^;;
대중문화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역사를 가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1950년대 이후 TV가 보급되기 시작해서 60년대만 해도 모든 가구에 TV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은 한가구당 2대이상의 TV를 보유한 집도 흔하고, 인터넷도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시대의 흐름이란 것이 새삼 놀랍다. '게임'이 하나의 '문화 컨텐츠'가 될줄이야 .
하여간 이 즈음에서 '대중문화'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제기된 것은 무척 바람직하다. 대학의 논문이 아닌 대중에게 읽힐 목적으로 출간된 책임에도 대중문화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습'이라고 표현한 다소 저돌적인 제목과 내용이 자신감 있어보여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