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훔쳐보는 선생님 일기
문현식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가 훔쳐보는 선생님 일기>는 지극히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선을 끄는데서부터 일단 성공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선 교사가 초등 2학년생들의 일기를 주제별로 분류해서 싣고 주제에 대한 에피소드나 선생님의 생각을 달아가는 형식으로 책을 구성하였다. 내가 궁금해 했던 보통의 선생님들의 사고방식, 가치관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제목처럼 저자의 개인적인 '일기' 형식을 띤 수필같다. 선생님의 눈으로 바라본 아이들의 세상, 아이들의 순수함을 나누어 가짐으로써 엄마가 우리 아이를 좀더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빼빼로데이 아침, 아이들은 저마다 책상위에 빼빼로를 꺼내놓고 몇개 받았는지 자랑하느라 소란스럽다. 그러나, 그들중에는 빼빼로를 살 수 없어 친구들에게 줄 형편이 못되는 아이가 있다. 이들은 당연히 빼빼로를 받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가득하다. 선생님은 기뻐하는 아이들보다 아파하는 아이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금부터 빼빼로 꺼내는 사람은 다 압수다~!!" 하는 말로 그나마 그들의 아픔을 덜어준다.

개인적으로 초등학생들의 일기검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표현하자면 '일기검사'라는 말을 쓸 수 밖에 없지만, '일기검사'라는 것은 선생님과 아이들간의 '소통' 이라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전에 비해 정원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그만큼 아이들 개개인이 귀한 존재가 되었고 개성도 강해졌다. 선생님이 아이들 한사람 한사람의 가정사나 생각을 파악하기 어렵고, 대화로써 개별 상담을 하기도 쉽지 않다. 일기는 가장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대화의 창구'다. 초등 3학년때, 담임 선생님이 유난히 일기쓰기 지도를 많이 하셨던 분이셨는데 항상 일기 끝부분에 선생님의 의견이나 당부, 위로등을 적어 주셨던 기억이 있다. 언니와 싸우고 울었던 내용을 일기에 적었는데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에 힘이 불끈 솟았던 기억이 있다. 단순히 '참 잘했어요~' 라는 도장보다 선생님의 한마디 메모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던 것이다.

기존에 알고 있던 일기의 형식에 대해서말하자면 일기는 하루 중 일어났던 특별한 사건과 나의 느낌, 생각과 함께 하루의 반성이 반드시 담겨져야 한다고 배웠다. '일기' 는 그야말로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임에도 특정한 형식과 틀에 끼워맞춰져야 한다고 강요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일기는 쓰는 사람이 형식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또한, 일기를 통해 다른 효과 즉 맞춤법, 띄워쓰기, 글짓기 능력 향상등을 기대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매일 쓸 필요도 없으며, 때에 따라서는 평범한 일상의 나열 (밥먹고 학교가고 집에와서 저녁먹고 게임했던 것) 일 수도 있고 길이에도 구애받지 않는 다는 것이다. 비록 뒷부분의 5페이지에 불과했지만 일기쓰기에 대한 지도방법이 참으로 유익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초등학생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내게 있어 선생님은 결코 다정스러운 존재는 아니었다. 선생님은 어렵고 무섭고, 때론 두려운 존재이기도 했다. 등교길에 매일같이 듣는 어머니의 당부는 "차 조심하고, 선생님 말씀 잘들어야 한다." 였는데 어머니도 선생님을 어려워 했던 것 같다. 솔직히 어린 마음에 선생님은 화장실도 안가시는 줄 알았다. 그러나 초등고학년때 선생님께 처음 실망한 적이 있었다. "니네 어머니 말이다. 특별한 일 없어도 학교에 좀 오시라고 해라. 이거야 원. 애를 학교에 맡겨놓고 한번 오시지도 않냐? 내가 안 잡아 먹는다고 한번 뵙자고 전해라~" 교실 바닥을 문지르고 있는 나에게 선생님이 느닷없이 던진 한마디는 지금 생각해도 참... 평생 기억에 남을 만큼 충격이었다. '선생님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사람은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듯이 선생님도 좋은 선생님과 나쁜 선생님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선생님에 대한 나의 사고가 조금씩 변하고 있었 음에도 내 어머니는 학창시절 내내 모든 선생님에게 무한한 존경과 신뢰를 보내셨다.

요즘은 어떠한가? 아이가 서너살만 되면 어린이집이나 방문학습지 선생님을 처음 만나게 된다. 아이가 옆에 있거나 말거나 엄마들 둘이상만 모이면 선생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는데 어느 어린이집이 좋고, 우리 애 선생님은 이렇고 저렇고 좋고 싫고 서로 정보교환차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어쩜 그런 것이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게 만들고, 선생님의 존재를 존경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무의식의 상태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은 아닐까 반성해 본다. 내 아이가 좋은 선생님을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만큼 나 자신은 학부모의 역할을 잘 할 준비가 되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