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가족
권태현 지음 / 문이당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가족 [家族] [명사]
1. 부부와 같이 혼인으로 맺어지거나, 부모·자식과 같이 혈연으로 이루어지는 집단. 또는 그 구성원.
2. <법률> 동일한 호적 내에 있는 친족.
'가족'의 사전적 정의는 이토록 무미건조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는 사실을 반영하기는 한건지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참으로 퉁명스럽기만 하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IMF 가 닥쳤다. 세 아이를 둔 가장인 주인공 시우는 부도를 맞게되고 가족은 뿔뿔히 흩어진다. 시우의 아내 지은은 막내를 데리고 친정 오빠네로 들어가고, 위로 두 아이는 이모네로, 시우는 노숙자 생활을 하게된다. 지은은 애초에 반대했던 사업을 고집하다가 집한간 없는 상황으로까지 오게 만든 남편이 한없이 원망스럽고, 직장을 구해 조금이나마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고자 하지만 사회란 곳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 아이들은 갑자기 닥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고, 시우는 재기를 시도하지만 결국 사기를 당하고 만다.

주위에서 한번쯤은 들어본듯한 사실적인 스토리이다. 주인공이 부도에 직면해 집을 내놓고 아내와 갈등하는 장면에서 시작해서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실제로 IMF때 많은 부부가 이혼을 선택하거나 혹은 일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았음을 잘 알고있다.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라고 배웠던, 인간의 사고와 감정, 이성 모든 것을 지탱해주는 기본이 된다고 배웠던 가족이 그토록 쉽게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개별적인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각자의 괴로움이 모두 이해가 간다.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재기를 위해 애쓰는 주인공은 도저히 가족에게 신경쓸 결흘이 없었다. 부인은 시집식구들에대한 서운함과 가족에 대해 무책임해 보이는 남편이 원망스럽고, 아이들은 예민한 시기에 학교에서의 따돌림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그렇다면 다른 가족에 대한 배려는 어디에 간것일까? 자식이 부모를 걱정하고,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와 아이들을 걱정하는 마음은 어디갔단 말인가? 가족이 흩어진 사실이 원인이 아니라 무언가가 빠진듯한, 납득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이것은 가족에 대한 믿음과 사랑, 희망의 실종이며, 가족 개념의 실종이다. <길 위의 가족> 은 결국 사전적 의미의 가족일 뿐이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너무나 설득력 있는 전개 방식과 맞물려 고개가 끄덕여 질수록 울화가 치밀고 가슴이 답답해 졌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아이들에게 그 사실을 숨긴다든지 신경쓰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라는 식은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차라리 월세라도 살면서 가족이 한곳에 모여살고, 아이들도 교내 근로장학생이나 아르바이트등을 통해 가족의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 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주인공 시우는 고등학교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경제적으로 어렵게 자라 대기업에 입사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자식들에게 신경쓰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강요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는 아닐까. 부모들이 힘들지만 떳떳하게 돈을 벌고, 가족간에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란 자식은 결코 빗나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IMF 가 발단이고, 경제적인 면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것은 가족을 위협하는 한 형태일 뿐이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는 보통의 수준이지만 가족 구성원중 누군가가 불치병에 걸린다든지, 혹은 시부모와 며느리의 갈등, 아이들의 교육문제와 관련된 갈등일 수도 있다. 가족은 개개인의 이해 집단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사랑을 바탕으로한 인간이 정의내린 사전적 의미 그 이상이 아니던가?

솔직히고백한다. 서평을 쓰기 시작 하면서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화두를 던지고, 마무리 할때쯤엔 나름대로 근사한 정의를 내려볼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가족' 의 정의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멋지 게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
가족은... 그냥 가족이다. 굳이 표현 하자면 생각만 해도 코끝이 찡해지는 사람들 아닐까?
실제로 그렇다. 믿어지지 않는다면 한번 시도해 보시라. ㅎㅎ


최근, 우리 가족에게 닥친 한가지 위기? 아니 시험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남편이 서울 본사로 스카웃 제안을 받은 것이다. 작년에 한번 고사하고 이번이 두번째다. 마냥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는 곳은 지방이고, 나도 직장을 다니는 입장인데 남편 혼자만 가야하는 상황이다. 우선 승진 대상에 포함되고, 처우도 괜찮아서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보다 더 오랜 시간동안 고민했다. "내가 당신이랑 민이 두고 어딜가? 어떻게 가? "하는 대답으로 어렵게 마무리 되었지만 미련과 아쉬움은 생각보다 오래 갔다.
매주 아빠와 함께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등산을 하고, 눈썰매를 탔던 기억, 아빠와 함께 목욕탕에서 등을 밀던 여섯살의 기억이 평생동안 소중한 추억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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