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남편 - 주부 자기 개발 시리즈 1
조슈아 콜맨 지음, 오혜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고 있는데 남편이 한마디 한다.
"요즘 책 좀 읽는것 같더니 이젠 별 희한한 책도 다 읽는구만. 지금 나 한테 시위하는 거야 뭐야?"
"응? 아니... 당신은 '부지런한 남편' 이잖아. ^^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그냥 궁금해서 보는거야~ 재미있잖아. 사람 사는 이야기. 흐흐흐"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가슴속 깊은 상처의 흉터가 새삼스레 통증을 일으킨다. 다 나은 상처는 더이상 아프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짧은 몇초동안 결혼 8년차 직장맘으로서 피터지게 험난했던 지난 세월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 남편의 심기를 건드린 이 책, 책을 읽으며 몇번씩이나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고 신기해 하면서 읽었다. 마치 나의 일기장을 들여다 보는 듯 지난 세월 우리 부부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결혼전 남편의 헛공약, 가사 분담으로 인한 부부간의 다툼,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등 일반적인 부부들의 실례가 많이 등장하는데 대부분이 공감가는 내용이다. 그들의 한마디 대화조차도... ^^;;

책에서는 부부의 유형을 세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전통적인 부부, 평등주의적 부부, 과도기적 부부이다. 각각의 유형을 설명하고 남편을 설득하는 '대화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자와 여자의 근본적 사고방식의 차이, 오랜 세월 굳어진 유전적인 요인에 대한 설명도 꽤 설득력이 있다.

# 슈퍼우먼이 되려 하지 마라~
모든 것을 혼자서 해야만 하고 본인만 할 수 있다는 착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남편이 대신 해준 설거지를 다시 한다든지, 걸레질, 변기청소등 남편이 했던 일에 대해서 못미더워하지 말자. ^^ 육아에 있어서도 남편이 잘 할 수 있다고 큰소리 치는데도 우유 태우고, 기저귀가는 것이 못미더워 아이를 떼놓고는 아무데도 못가는 엄마는 되지 말자. 내 아이지만 남편의 아이기도 한 것을...

# 때론 정말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자.
감기 몸살때문에 꼼짝도 못할때, 아이에게 우유한잔 데워 주라고 했더니 남편왈 어디다 데워? 어떻게 데워? 전자랜지 몇초눌러? 왜 안움직여? 도대체 오가는 질문이 몇번인지도 모를만큼 차라리 천근만근 내 몸 벌떡 일으켜 움직이는 게 낫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정말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대화가 훨씬 수월하다. 나의 경우는 전자랜지에 포스트잇으로 사용법을 간단하게 적어두었다. 문열고--> 음식 넣고--> 문닫고 --> 버튼 눌러(우유 30초, 식은밥 1분, 배즙 40초) 라고 말이다.
남편에게 세탁물을 널어 달라고 할땐, 세탁기에 아예 메모를 붙여두자. '탈탈 털어서 널어줘~'

# 남편에게도 선택하도록 유도하라
현실적으로 생각하자. 지금까지 발가락으로 리모컨을 눌러대던 남편이 어느날 부터인가 학창시절 주번 정하듯이 격주로 집안을 나누어서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은가? 몇가지를 제시하고 고르도록 한다. 쓰레기 버리기, 청소기 돌리기, 욕실 청소, 창틀 닦기, 화분관리, 아이 목욕시키기 정도에서 몇가지 고르게 하라. 그리고는 때때로 도와주는 것이 아닌 완전히 분담된 가사의 일부분이 되도록 하라. 가끔씩 쓰레기가 넘쳐나도, 거실에 먼지가 쌓여도, 창틀이 지저분해 집안으로 먼지가 날아 들어와도, 화초가 시들어 죽어도 분담된 가사임을 상기만 시켜주고 손은 대지 말라. 생색 오만상 내면서 한번씩 도와주는 척 거드는 것보다 한가지라도 제대로 분담시키면 장기적으로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친구들 사이에선 우리 부부가 나름 가사분담이 잘 되고 있는 경우로 오르내리는 편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 어느새 나보다 늦게 결혼한 친구들에게 결혼생활에 대해 조언해주는 입장이 되었는데 그중 유난히 언성을 높이는 친구때문에 경악한 적이 있다. 시집(특히 시어머니)와 남편에 대한 불만이 많던 친구의 말인즉, 일상을 점검해 보면 자기도 모르게 아들은 씩씩하게 딸은 다소곳하게를 주지 시킨다는 것이다. 예 를 들면 두아이가 놀이터에서 놀고 왔을 때 아들이 옷을 더렵혀서 오면 두말없이 갈아입히고 씻기는데 딸아이가 옷을 더렵혀서 오면 나무라게 된다는 것.평소에 식사준비를 하면 그나마 딸아이가 수저를 놓아주는등 조금이라도 자기를 도와준다든지 슈퍼에 심부름도 딸아이에게 전적으로 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그러면 아들한테 수저 놓으라고 시키냐? 어쩔수 없자나~ 그런데 말야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 해도 역쉬 아들은 있어야 해. 안그러냐? 대는 이어야지~" 그 친구의 한마디 땜에 정말 왕따시키고픈 충동이 일어났다. ㅠ.ㅠ 이론 모순덩어리 여인이여~ 당신은 공공의 적!!!

그렇다면 우리의 아이들은 어떻게 키울 것인가?
스스로 변하지 않는 한 내 자신은 미래에 지금의 시어머니가 될 것이고, 내 아들은 전통적인 유형의 남편, 딸은 지금의 나처럼 불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할 것이다. 우리 자식들에게는 되물림 하지 말자 하는 것이다.
우선은 내가 변해야 하고, 남편이 변하면, 자식들은 그런 부모밑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자라게 될것이다. 남편들을 게으르다고 단정짓는 것은 옳지 못하다. 왜냐하면 게으른 것은 일종의 습관이지만 우리 남편들은 너무 오랫동안 그렇게 교육되어졌기 때문이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에게 알아서 척척 해주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결론은 예상대로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것.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한다는 것이다. 부부를 위한 남편들의 책 <당신의 손에 물을 묻히면 와이프가 행복해 집니다> 뭐 이런책은 안나오나 싶지만 출간되더라도 남편들이 책을 사서 읽고, 실천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일임으로...
 
 
ps. 이렇게 말하는 내 남편은 어떠냐구요? 이참에 자랑질 좀 할까싶네 ^^
나 서른초반, 남편은 40대 접어들었다. 지난 8년동안의 결혼생활중 3년까지는 사기당한 기분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살았고, 5년쯤 지나니까 한쪽 눈을 꿈쩍 하더이다. 수년에 걸쳐 '느림의 미학'으로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 부부가 타협점을 찾은 가사분담의 대원칙 세가지 '더럽고, 무겁고, 무서운 것은 남편이 한다' 라는 것이다. 청소랑 정리정돈, 다림질은 남편이 나보다 더 잘한다. (군대가서 배운거란다. ^^) 집밖을 나서면 제법 무거운 짐이라도 크로스로 메고 아이를 안고 어지간히 높은 산도 오른다. (친정 식구들도 대단하다고 감탄한다. ^^;;) 계란, 오뎅같은 반찬은 꼭 밤에 사러간다. 왜냐면... 밤엔 무서우니까 ㅋㅋ 집안 곳곳에 쓰레기를 모으는 남편의 뒷모습, 변기 청소하는 모습, 특히, 욕조 배수구에 그 큰손을 집어넣어 머리카락 한뭉치를 끄집어 내는 날이면 반주하라고 술상이라도 봐주게 된다. 정말 고맙다. 그리고, 대원칙과는 상관없이 아이를 목욕탕에 델구 가는 것도 남편의 몫이다. 예전부터 하고싶었단다. ^^ 누이좋고 매부좋고~ 온천이나 수영장갈때도 남편이 아이를 맡아주니까 편하다.
대신 남편은 빨래와 음식만드는 것은 절대 하지 않는다. 세탁기 앞에서서 빨래를 분류하는 짓(?)은 도저히 못하겠단다.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번 남편이 끓여준 라면조차도 먹어본 적이 없다. 내가 몸살이라도 나면 차라리 시켜 먹는다. 평소에도 외식이 잦은 편이고 주로 남편이 제안한다. 그럴땐 절대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고 비용대비 얻는 것, 내가 누리는 것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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