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박목월.박동규 지음 / 대산출판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문제) 다음중 청록파 시인이 아닌 사람은 누구인가?
1) 박목월 2) 박두진 3)이효석 4)조지훈
객관식 문제 '사지선다형' 세대인 내게 책의 저자인 박목월님의 이름은 아련한 학창시절의 기억들을 되살려 주었다. ^^    구수하고 정겨운 시, 가슴 따뜻한 시를 만드신 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고 무엇을 추구하였는지 그분의 삶이 궁금했다.
책 한권을 아버지 박목월님과 아들 박동규님이 반씩 나눠 쓰셨다.
박목월님은 아내와 자식에 대한 이야기를 박동규님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가난하고 불안정한 시대를 살았지만 가슴에 따뜻함을 품고 살았던 아름다운 가족,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두 부자가 쓴 책의 주제는 '가족'이다.
어머니나 아내에 대한 신뢰와, 어머니나 아내가 어린것이나 남편에게 가지는 염려와 애정은 인간으로서 간직하는 가장 따뜻한 것이며, 이와 같은 친밀한 유대를 자각함으로써 그 훈훈한 훈기 속에서 무한의 신뢰를 서로의 가슴속에 싹트게 하고... p.98-99 박목월

이 평범한 일상의 생활이 가족끼리 모여 사는 모습이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생명을 엮어주는 혈연의 끈이 묶여 잇는 것이다. 언제나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살고 있어서 생명의 연대가 주는 소중함을 잊고 지나치게 마련이지만 세상을 사는 동안 한시도 떠날 수 없는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것이 가족인 것이다. p.180 박동규


두 사람이 생각하는 가족, 그리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아름다운 추억들의 회상과 함께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로 유명한 박목월님의 <나그네>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문학하는 사람으로서의 자부심, 원고료와 작가의 미묘한 관계등 읽을 거리가 풍성하다.
날짜가 적인 일기 형식으로 써 내려간 박목월님의 글, 낯설지 않은 반가움과 그리움이 깃들어 있는 전형적인 수필이다. 간결한 문체 속에 녹아들어간 고상한 어휘들의 조합이 학창시절 배웠던 수필들을 떠오르게 했다. 이하윤 <메모광>, 이효석 <낙엽을 태우며>, 피천득 <인연> 등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푸근해 진다. <낙엽을 태우고>라는 수필을 읽고 하교길에 낙엽을 주워다가 언니들과 화단에서 낙엽을 태웠던 기억이 있다. 생각보다 불이 잘 붙지 않았고 매캐한 연기 냄새에 기침을 멈출 수 없었을 뿐더러 불장난 한다고 호되게 혼나기까지 했던 웃지못할 사건이었지만 지금은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최근에 감동적으로 읽었고, 깊은 공감을 했던 책들이 여성작가의 책이거나 여성을 주제로 한 책이 많았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책을 고를 때 무의식적으로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수가 없나보다. 그 들 책 속에서 스치듯 언급한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문득 아버지에 대한 책을 읽고 싶었다. 그리고, 만족한다. 이 책은 내 기억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 내 주었고, 아버지에 대한 감사함과 내게 아버지가 얼마나 소중한 분이었던가 하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어린시절 내 아버지는 참으로 무서운 존재였다.
성년이 될때까지 아버지의 한마디는 집안에서 법이요 진리라고 믿고 살았다.
"아버지 회사가신다~" 하는 어머니의 소리에 세 자매가 대청마루 마루 끝에 조롱조롱 줄을 서서 90도 넘게 허리숙여 아버지를 배웅하고, 저녁에 퇴근하실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시절에도 우리집 자매들은 MT한번 가보지 못하고 졸업했다. 연애 시절에도 통금때문에 얼마나 가슴 졸이며 살았던지. ^^;;     아버지께 앉겨 어리광부린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컸다. 다른 친구들이 '아빠'라고 부르는 호칭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시절 국민학교 입학전이었던것 같다. 매일 퇴근하실 때, 커다란 일호봉투 속에서 '뽀빠이'를 꺼내 하나씩 건네주시면서 웃으시던 모습 ^^ "우리 딸들 놀다가 다친데는 없냐? " 하는 질문으로 하루를 마감했던 기억.
고3 때, 늦은밤 독서실 앞에서 우두커니 서 계시던 아버지, 아버지는 말없이 내 가방을 받아 어깨에 걸치시고는 세걸음쯤 앞서 뚜벅뚜벅 걸어가셨다. 붉은색과 노란색 줄이 섞인 가방, 달랑거리는 곰인형을 쳐다보며 왜그리 눈물이 쏟아지던지...

그때부터 이미 아버지의 어깨가 조금씩 움츠러들고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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