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 동창중에서  결혼당시  부러움과  질투를  한몸에 받으며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시작했던  친구가 있었다.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었음에도  50평형대의 아파트를 청소하기가 힘들다며 남편이 도움이 아줌마를 불러준다던 그 친구는  결혼 4년만에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되었다.   그 잘나간다던 남편은  재산을 철저히 감추었고  보통수준의 위자료와 아이 양육비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마저도  지켜지지 않았고  숨겨둔 재산을 찾아내고 압류하는등  한때 사랑했던 두사람의  마지막이  차마  말로는 표현못할 난투극이 되고 말았다.
 
우리 사회에서 이혼 가정은 더이상  낯설지 않다.   물론 남녀 모두 성인으로서 자신의 결정에 책임질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에 이른 것이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은 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한다.  사랑하는 남녀가  함께 행복하기위해  결혼을 했지만  두사람이 함께하는 생활들이 서로에게 상처만  안겨준다면  더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은가?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누구인가  이혼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알게된다면  우선은 말리고 싶다.
실제로 이혼한 그 친구는  부부간의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들을 만날때마다 무조건  헤어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30대 초반으로 올해 초등학교 입학하는 딸을 둔 친구,   당장 경제적으로 힘들고  아이 교육문제, 주위의 시선  모든 것이 너무  큰 짐이라고 털어 놓는다.  더구나 이혼후  재혼을  고려한 적도 있는데 결국은 이혼남과  그의 자녀들과 한 가정을 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만나본 남자들은(여자도 마찬가지 이다)  거의  별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노란 코끼리>의 요군 가정도 아빠의 외도로  부모님이 이혼한 경우다.
첫 장면에서  뜬금없이 운전을 배우고 차를 사겠다고 선언하는 엄마를 보고 황당해 하는  요군. 이제 막 11번째 생일을 맞은 5학년 요군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과 그 속에 서 있는 엄마는 늘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존재다.  요군의 엄마는 남편과 이혼후 두 아이를 돌보며 생계를 꾸려가야만 했다.  매사에 덜렁대고  실수를  하며,   때문에  왠지 자신감 없어 보인다.
마침내  면허증을 따고 운전을 하면서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엄마, 반항아처럼 굴며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만  사실은 엄마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사랑하는 요군,   마냥 귀여운 나나,   이 세사람이  가장 힘든 순간에 함께 있어 주었던 노란코끼리(자동차의 애칭) 야 말로  가족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연결해준 끈이 었다.
 
<노란 코끼리>는  특별한 가족의 이야기라기 보다  그저 우리 이웃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기본적인 인성을  교육받는다.  이혼한 가정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  아이에게  요군과 같은 친구들을 이상한 시선으로 대하거나  놀림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것등은 어른으로서 내 아이에게 꼭 주지시켜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덮은 후에야  책의 삽화가 눈에 들어왔다.  흑백 그림속에 노란코끼리가 유난히 눈에 띈다.
회색빛 거리에 노란 자동차가 달려가고  앙상한 가지에도 노란 새 잎이 흩날린다~
 
 
"엄마는 노란 아기 코끼리를 타고 있을 때면 늘 기분이 좋았단다. 엄마노릇도 잘 못하고 아내로서도 부족했지만, 복잡한 도로에서 다른 차량의 물결에 함께 섞여 달라다보면 '어때, 나도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잘 하잖아'하는 기분이 들었거든. 엄마가 그럭저럭 생활을 꾸려갈 수 있었던 건 모두 이 노란 아기 코끼리 덕분이야. 우리도 이젠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어떻게든 씩씩하게 살아가야해. 별일도 아닌 걸 가지고 놀란 고슴도치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말이야. 엄마는 이제 가슴을 펴고 씩씩하게 나아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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