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 하지만 나는 착실하게 일하는 타입이다. 성실함이라든가 책임의식을 갖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한다. ’ (p60) 착실하게 일하는 타입인 그, ‘치바’의 직업은 바로 ‘사신’ 이다.

사신. 죽음의 신. 정해진 사람이 정말 죽어도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 그것으로 ‘가(可)’ ‘ 보류’를 결정하는 조사원이란 말이다. 이 책은 그의 이야기이다.

그와 죽음이 결정된 사람들의 이야기.

사신 치바가 나타나면 언제나 비가 내린다. 예외없이.

그래서 그는 맑고 파란 하늘, 해가 떠있는 하늘을 본 적이 없다. 죽음의 신답게 감정에 치우치지도 않는다. 그저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는 편이다. 착실하게 일하는 편이기 때문에 다른 사신들은 조사도 하지 않고 ‘가’를 결정하여도 그만은 충분히 주어진 시간, 일주일을 활용하여 죽음이 결정되어질 사람들을 만나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오랜만에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을 읽었다.

여전한 모습이 왠지 반갑게 느껴진다. 여전히 음악을 좋아하고, 여전히 글은 재미있고, 여전히 그는 다음이 궁금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무료한 삶을 살다 어쩌다 한기가 느껴지면서 어떤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면 왠지 ‘사신’ 이 아닐까 의심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사신이 나를 찾아올 일은 애당초 만들지 말아야하겠다. 그럴듯하게 책 속에 빠져들게 하는 점도 여전하다.

지금 또 그의 작품 <오듀본의 기도>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이야기가 영원토록 끝나지 않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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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모으는 소녀 기담문학 고딕총서 4
믹 잭슨 지음, 문은실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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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주 어렸을 적, 텔레비전에서 ‘환상특급’이라는 프로그램을 했었다. 늦은 밤 식구들이 모두 잠들기를 기다려 혼자 그 프로그램을 즐겨보았다.

어쩜 그리 뛰어난 상상력으로 가득찬 드라마가 있을 수 있을까! 드라마를 다보고 마칠 시간쯤이면 나는 정말 만족스러운 일을 마친 양 그렇게 뿌듯한 마음이 들곤했다.

그런데 마치 그때처럼 하나하나 단편이 끝날 때마다 만족스러운 마음이 드는 책을 만났다. 바로 <뼈 모으는 소녀>이다. 어쩜 이리 환상적이며 괴기스럽고 신비하며 상상력 가득한, 그러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소설이 있을 수 있을까!

하나하나의 단편에 담긴 이야기는 일상적일 수도, 아니면 그 일상 속에서 한번쯤 꿈꿔봤을 상상 가득한 모습을 담고 있었다.

 

단편 < 레피닥터 > 중

우연이란 세상이 때때로 당신의 관심을 끌려 하는 한 방법일 뿐이다. 이따금 한번씩 당신을 일으켜 세워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어떤 우연은 너무도 하찮아서 눈썹 하나 까딱할 가치도 없지만, 또 어떤 우연은 어찌나 대단한지 그대로 이루어지기만 하면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꿀 수도 있다. (p27)

“ 안 해봤다면...... 그러니까 그걸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데...... ” 그가 말했다. “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죠? ”

약제사는 대답을 찾느라 잠시 생각에 잠겼다. “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야. ” 그가 말문을 열었다. “ 하다 보면 다 알게 되는 거란다. ” (p50)

 

우연히 고물상에서 레피닥터의 수술도구를 발견하게 된 백스터는 그것으로 죽은 나비를 살려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침 휴튼 박물관에서 ‘ 나비: 밀튼 스퍼퍼드의 신작’ 이라는 작품을 보고 감명과 불편한 마음을 동시에 느꼈던 백스터는 자신이 작품에 사용되었던 나비들에게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줄 계획을 세운다. 숨막힐만큼 아름다운 나비들... 형형색색 나비들의 묘사도 마음에 들었지만, 그 아름다운 나비들이 박제되어 핀에 꽂여 전시장에 있는 것에 더 마음이 아픈 백스터의 심정이 공감되기도 했다.

 

마침내 약제사를 통해 나비를 소생시킬 수 있는 약품과 비법을 전수받은 백스터.

모두가 잠든 밤... 나비들을 구출해오고, 책상에 앉아 접안경을 한쪽 눈에 끼운 후 작업 시작! 조심스럽게... 조심스럽게... 근육과 조직이 손상되지 않도록...

백스터의 손놀림에 따라 괜히 나도 조심스레 숨을 내쉬어 본다. 이건 극도로 섬세하게 진행되어야 할 작업이니까. ^.^

백스터의 손길에 의해 살아난 나비들이 창문을 통해 다락방을 한꺼번에 빠져 나갈 때는 왠지 내가 자유를 얻은 듯 홀가분한 마음이 되기도 했다.

다만... 그렇게 자유와 생명을 얻은 나비들이 향한 곳이 문제였으니...

 

책에 빠져들어서는 도대체 이게 왜 이런지.. 가능하기나 한 일인지.. 그런 질문은 제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만들어 놓은 성찬을 그저 즐기면 되는 것 아닌가?

당신은 만들어 놓은 상상력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된다.

그 행복했던 시간을 곱씹으며 실실 웃어도 좋고.. 또다른 상상을 하여도 좋고...

그런 생각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말해주는 <뼈 모으는 소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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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자파 스트리트 - 행복유발구역
노나카 히이라기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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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프랭크자파 스트리트라는 전제를 이미 보았음에도 이런 마음이 되는 건 아무래도 내 마음이 올바르지 않은 탓인가 보다. 책 앞의 옮긴이의 주의 사항에 해당되는 경우가 없음에도 나는 책을 읽으며 힘들어했다. 나는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다. 배고프지 않게 저녁도 든든히 먹고 책을 펼쳐 들었다. 무뚝뚝한 남친이라도 있고 싶지만... 내 옆엔 뭐... 아직 없다. 아무도. 밀려 있는 일도 없고, 연예인이 되고픈 감정도 없고... 자자 봤지? 해당되는 사항 하나도 없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고픔에... 질투심에... 부러움에...알 수 없는 감정에 휘둘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다. 

프랭크자파 스트리트는 세상 어느 곳에도 없는 장소이다. 그러니까 모든 것이 가능하다.

개와 고양이, 기린, 얼룩말... 각종 동물들이 사람처럼 말을 하고 연애를 하고 맛있는 음식에 탐닉해도 다 가능한 일이란 말이다.

피크닉을 갈 수도 있다. 그날은 모든 거리의 사람들이 나와서 피크닉을 즐긴다. 회사? 그게 뭐라니? 할 일? 몰라..

“ 외롭다고 아무하고나 살 수는 없죠. 결혼하려면 그전에 제대로 연애를 하고 싶답니다. 그러나 연애란 게 그렇게 간단히 되는 게 아니잖아요? 저기 있는 슈퍼마켓에 가서 간식으로 먹을 바나나를 고르는 일과는 다르니까요. 뭐,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 정도면 그럭저럭 잘 익었고 색깔도 괜찮네, 오케이. 배도 고픈데 그냥 이걸로 하자, 이럴 수는 없잖아요? ” (p96)

그럼요... 그럼요... 공골라씨...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면 안되요.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당신도 ‘그레이스 켈리’란 이름의 마음 맞는 펭귄양을 만났잖아요?

“ 정말 세상은 어째서 이럴까? 무엇이든 다 있어. 이런 신기한 일도, 이치에 맞지 않는 일도, 기적 같은 멋진 일도. 물론 때로는 싫은 일도 있지만...... ”

“ 이런 세상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 (p210)

프랭크자파 스트리트에 사는 모두는 그렇게 행복을 찾아간다. 그 길에 동참하다 보면 나쁜 마음을 먹었다가도 이야기에 휩쓸려 그 나쁜 마음은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똑같이 외치고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세상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 이렇게.

‘ 이런 거리가 세상에 있을 것 같아! ’ 라며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하며 화내지만 마시고 상상해 보세요.

세상에 이런 곳, 한군데 정도 있다고 생각하면 왠지 조금 숨통이 트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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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키친 사랑을 굽다
리자 팔머 지음, 서현정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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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신데렐라 이야기에 세뇌당해 왔었나 새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무엇이든..

보통 여주인공이 평범하거나 곤경에 처해 있거나 얼마나 가진게 없는지 풀어나가는 걸로 시작되는 이야기에 익숙해져 있던 내게 부자 상속녀 어머니에, 유명한 작가 아버지와 오빠를 두고 자신은 유명한 레스토랑의 파티시에인 여주인공이 나타났는데 그게 왜 그리도 어색하던지! 뒷부분의 남주인공 다니엘이 엘리자베스와 화려한 파티에 다녀온 뒤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부분은 그중 압권이었다.

오우! 다니엘! 그녀가 그렇게 부자인 것에 그리 놀라면 안되요! 보통 반대의 경우라면 말이죠 그런데 갔다 온 후 여자들은 남주인공에게 더 큰 사랑을 느끼게 되거든요. 아니면 ‘내가 거기서 당신이 얼마나 부자인지 느끼고 당신에게 설설 길 줄 알았나요? ’하고 큰소리치며 앙탈을 부리던지요. 당신처럼 한숨쉬며 고민하지 않아요^^

뭐 이러면서 인물이랑 대화나 하려고 하고... 참...

그렇게 툴툴거리면서도 책은 다 읽어냈다. 그냥 뭐... 투덜투덜하면서 인물이랑 대화하면서 읽다보니 그렇게 되더라는...

 

하여튼 김삼순에게는 공감했지만 직업 빼고는 대체 삼순이랑 뭐가 비슷한지 모르겠는 이야기를 놓고 이런 홍보 문구를 붙인 이유를 통 모르겠다. 엘리자베스의 고민은 더 공감 못하겠고... 아무래도 외쿡 언니 얘기라서 그런가?

우야든동 마지막은 해피엔딩이라는 로맨스 소설의 공식을 따라줘서 나도 다행이라 웃음지으며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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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2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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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친구들이 너무 재밌다고 추천해 준 책이다. 재밌다고, 그것도 너무 재밌다고 했는데 그러면서 자꾸 엉덩이 얘기를 했다. 엉덩이... 엉덩이..

근데...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그 엉덩이가 어느 엉덩일까 너무 궁금해진다.

옷갈아입던 , 혹은 계곡 물에 빠졌을 때의 선준의 엉덩이일까... 아니면 두 번째 만남에서 치료를 요하던 재신의 엉덩이인가...아니면 내가 모르는 엉덩인가? ㅋㅋㅋ

이 책은 정말 재밌다. 다 읽고 난 후 조선 선비판 <커피 프린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집안 사정에 의해 남장여인이 된 김윤희, 반듯한 사대부집 아들 이선준, 세상의 불만을 글로 풀어내는 문재신, 여심을 탐하는 바람둥이로 위장한(?) 구용하..

어찌보면 F4요, 어찌보면 미인도도 떠오르고 온갖 드라마, 영화의 한 장면들이 팍팍 스쳐 지나가는 가운데 그래도 이 책이 대단한 건 ‘정조’ 때의 시대상에 이 대단한 인물들을 섞어 재밌고 깔끔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윤희의 남장이 언제 들통이 날까 조마조마한 마음이다가, 어찌어찌 윤희가 기생 초선과 얽히게 되면서 다른 유생들 사이에서 ‘대물’로 통하게 되어버리는 상황에 웃음이 나고, 윤희를 바라보는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다가 불현 듯 자신이 ‘남색’ 이 아닌가 의심하는 진지청년 선준에도 미소짓게 된다. 놀리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가 아끼는 마음으로 돌아서는 용하도, 툴툴거리며 세상의 불만을 모두 쏟아내지만, 여성처럼 아름다운 시를 짓는 재신도 모두모두 종종거리며 안달나게 할만큼 멋진 인물들이다.

그리고 아끼는 인물들을 자신의 곁에 두고 싶어 어쩔줄 모르는 정조임금 역시, 국사책이나 사극에서 볼 수 있는 근엄하기만 하고 다가서기 힘든 임금이 아니라, 백성들에게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주겠다는 마음이 가득찬, 다정스럽고 자랑스런 임금이 되어 있었다. 

책을 읽을 무렵부터 이미 드라마화가 진행중이라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어 책을 읽으면서도 내 마음대로 누군가 배우를 정해놓고 그 인물이 이야기를 하고, 풀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책이 끝난 것이 아니라 왠지 머릿속으로는 이미 한편의 드라마가 끝난 느낌이다.

후속 이야기인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이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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