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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모으는 소녀 ㅣ 기담문학 고딕총서 4
믹 잭슨 지음, 문은실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아주 어렸을 적, 텔레비전에서 ‘환상특급’이라는 프로그램을 했었다. 늦은 밤 식구들이 모두 잠들기를 기다려 혼자 그 프로그램을 즐겨보았다.
어쩜 그리 뛰어난 상상력으로 가득찬 드라마가 있을 수 있을까! 드라마를 다보고 마칠 시간쯤이면 나는 정말 만족스러운 일을 마친 양 그렇게 뿌듯한 마음이 들곤했다.
그런데 마치 그때처럼 하나하나 단편이 끝날 때마다 만족스러운 마음이 드는 책을 만났다. 바로 <뼈 모으는 소녀>이다. 어쩜 이리 환상적이며 괴기스럽고 신비하며 상상력 가득한, 그러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소설이 있을 수 있을까!
하나하나의 단편에 담긴 이야기는 일상적일 수도, 아니면 그 일상 속에서 한번쯤 꿈꿔봤을 상상 가득한 모습을 담고 있었다.
단편 < 레피닥터 > 중
우연이란 세상이 때때로 당신의 관심을 끌려 하는 한 방법일 뿐이다. 이따금 한번씩 당신을 일으켜 세워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어떤 우연은 너무도 하찮아서 눈썹 하나 까딱할 가치도 없지만, 또 어떤 우연은 어찌나 대단한지 그대로 이루어지기만 하면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꿀 수도 있다. (p27)
“ 안 해봤다면...... 그러니까 그걸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데...... ” 그가 말했다. “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죠? ”
약제사는 대답을 찾느라 잠시 생각에 잠겼다. “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야. ” 그가 말문을 열었다. “ 하다 보면 다 알게 되는 거란다. ” (p50)
우연히 고물상에서 레피닥터의 수술도구를 발견하게 된 백스터는 그것으로 죽은 나비를 살려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침 휴튼 박물관에서 ‘ 나비: 밀튼 스퍼퍼드의 신작’ 이라는 작품을 보고 감명과 불편한 마음을 동시에 느꼈던 백스터는 자신이 작품에 사용되었던 나비들에게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줄 계획을 세운다. 숨막힐만큼 아름다운 나비들... 형형색색 나비들의 묘사도 마음에 들었지만, 그 아름다운 나비들이 박제되어 핀에 꽂여 전시장에 있는 것에 더 마음이 아픈 백스터의 심정이 공감되기도 했다.
마침내 약제사를 통해 나비를 소생시킬 수 있는 약품과 비법을 전수받은 백스터.
모두가 잠든 밤... 나비들을 구출해오고, 책상에 앉아 접안경을 한쪽 눈에 끼운 후 작업 시작! 조심스럽게... 조심스럽게... 근육과 조직이 손상되지 않도록...
백스터의 손놀림에 따라 괜히 나도 조심스레 숨을 내쉬어 본다. 이건 극도로 섬세하게 진행되어야 할 작업이니까. ^.^
백스터의 손길에 의해 살아난 나비들이 창문을 통해 다락방을 한꺼번에 빠져 나갈 때는 왠지 내가 자유를 얻은 듯 홀가분한 마음이 되기도 했다.
다만... 그렇게 자유와 생명을 얻은 나비들이 향한 곳이 문제였으니...
책에 빠져들어서는 도대체 이게 왜 이런지.. 가능하기나 한 일인지.. 그런 질문은 제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만들어 놓은 성찬을 그저 즐기면 되는 것 아닌가?
당신은 만들어 놓은 상상력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된다.
그 행복했던 시간을 곱씹으며 실실 웃어도 좋고.. 또다른 상상을 하여도 좋고...
그런 생각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말해주는 <뼈 모으는 소녀>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