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억 백만 광년 너머에 사는 토끼
나스다 준 지음, 양윤옥 옮김 / 좋은생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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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부터가 호기심이 마구마구 생기게 한다.

일억백만광년이라는 거리가 어느 만큼인지 감도 안오지만, 여하튼 엄청 나게 먼 거리에 사는 토끼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토끼가 무슨 일을 한 것일까?

표지의 아름다운 일러스트는 그런 상상에 불을 붙일 만큼 아기자기함과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 표지의 토끼는 별을 닦고 있다. 아니, 별에 무언가 마법을 걸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세상은 평화롭고, 무언가... 잔잔한 이야기가 펼쳐질 준비를 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독일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 중에 ‘사랑나무’에 관한 것이 있다고 한다.

수령 5백년, 높이 25미터, 둘레 5미터가 넘는 이 거목에는 구멍이 하나 있는데, 숲지기의 딸을 사랑하게 된 청년이 그 구멍을 ‘사랑의 서신을 교환하는 우편함’으로 이용했다. 그리고 다행히 그 사랑은 결실을 이루게 되어 숲지기의 딸과 청년은 결혼을 하게 된다.

그 사랑 나무 전설을 시작으로 저 먼 일억 백만광년이나 떨어진 곳에서 살던 토끼가 자신의 사랑을 믿지 못하여 별닦이를 하며 후회하고 있는 이야기,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만나게 된 할아버지와 손녀의 사랑,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되어가는 케이와 쇼타의 풋풋한 사랑, 케이의 부모님과 마리의 아버지가 관련된 옛 사랑까지 다양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동화 작가의 책이어서 그런지, 여기저기 다양한 ‘소재(혹은 이야기꺼리)’들이 가득이다.

별닦이 토끼가 전해주는 사랑이야기도, 사랑나무 전설을 차용하여 일본의 오래된 나무를 우편함으로 이용하는 이야기도, 엇갈리기만 했던 중년의 사랑 이야기도, 그들을 연결하는 도리스 데이의 음악도 모두 그렇다. 정말로 토끼가 마법을 부리는 듯 그런 이야기, 혹은 소재들을에 집중하다보면, 문득 어느새 나도 옛 기억을 회상하고 있었다.

특별한 의미를 가졌던 음악, 자주 찾던 음식점, 처음으로 함께 가본 장소......

‘사랑’은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전달하는 특별함을 가진 듯 하다.

일생의 한번 찾아올지 모르는 토끼,

‘ 어느 별을 닦아 드릴까요? ’ 하고 물어본다는 그 토끼를 만날 수 있는 날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때, 나의 사랑을 담은 별이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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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teen_포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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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난 후, 당연하다는 듯 나의 14살 시절을 떠올려 보게 된다. 중학교 2학년이었을 그 나이에 나는 도대체 무얼하고 있었을까......

친구들과 어울려 학교 앞 식당에서 떡볶이를 먹고, 집에 돌아가서는 숙제를 하거나, 친구네 집으로 몰려가 만화책을 쌓아놓고 읽거나 그랬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뭐... 내 인생 대부분의 시간이 그렇듯 별 기억이 없다.

<4teen>에 나오는 14살, 어리다면 어리고, 크다면 큼 네 명의 친구들처럼 보내진 않은 것 같다.

나오토, 준, 다이 그리고 데츠로.

이 네 명이 모여 있다면 세상의 어떤 문제든 풀지 못할 것은 없을 것 같다.

어떤 고난의 강도 너끈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도쿄의 외곽, 츠키시마(月島 : 달섬)을 배경으로 네 명이 열 네 살을 살아가는 방법을 보고 있자면 기가 차다가도 결국 그 안에 있는 따스함과 우정이 나에게도 전염된 것 같아 그저 함께 행복해질 수 밖에 없게 된다.

 

나오토는 조로증을 앓고 있다. 그래서 맨 처음 이야기는 ‘나오토’에 관한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나오토의 생일을 맞아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고자 한다. 바로 ‘여자’ 이다.

세상에...... 병도 병이지만, 원래 14살 남자 아이들 머릿속에 이렇게 성에 관한 걸로만 꽉 차 있는걸까? 하지만 세 친구의 나오토에 관한 애정 가득한 선물과 그에 대한 배려로 인해 다른 건 그냥 넘어갈 수 있다.

이어지는 데츠로와 여자 친구 루미나의 이야기. 루미나는 거식증을 앓고 있어 몸무게가 41kg ±16kg을 왔다갔다 하는 아이다. 그런 아이도 사랑으로 감싸 학교에 다니게 만드는 데츠로와 친구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이돌을 꿈꾸지만 엉망인 랩 솜씨를 자랑하는 유즈루, 불륜 사이트에 접속해 유부녀와 만나게 되는 준, 말기 암 환자 아카사카씨와 함께 한 불꽃 놀이와 그의 마지막, 열 네 살에 커밍 아웃을 선언한 게이 카즈야......

이쯤되면 열 네 살 인생에 이런 다양한 삶을 접할 수 있고, 그만큼 다양한 경험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네 명의 인생이 조금 부러워지기까지 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지루하기만 한 인생보다 얼마나 활기차고 살만하게 느껴지던지...

 

“ 난 변한다는게 무서워. 다들 조금씩 변하다가, 어느 순간 오늘 여기서 우리가 느꼈던 이 기분을 깡그리 잊어버리는거. 우리 모두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될거야. 세상에 나가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이런 시절을 무시해버릴지도 몰라. 그건 중딩 시절의 놀이였다고. 아무 것도 모르는 꼬마였다고. 그렇지만 그럴 때일수록 지금의 마음을 되새겨야 해. 변해서 좋은게 있고, 변해서 안 좋은게 있어. ”

 

인생은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다 어려운 것이다.

어리다고 인생이 마냥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네 명의 아이들처럼 좀 더 솔직하게, 좀 더 단순하게 인생을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렵다고 피하거나 머리써서 벗어나려 하지말고, 정정당당하게 그렇게 말이다.

나오토, 준, 다이, 데츠로.

네 명의 14살 인생. 아름다운 달섬을 배경으로 한 이들의 이야기는 도시 이름만큼 아름답고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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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의 피아니시모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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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책장을 덮는다. 겨우, 정말 겨우 다 읽었다.

그러나 이 책이 훑고 간 나의 마음속에 너무 큰 반향이 남아 큰 울림을 만들고, 그 울림으로, 마음을 채워가는 이 조바심을, 걱정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다.

처음엔 그랬다.

작가는 앨리스의 입장을 헤아려 달라고,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많은 사람의 입장을 한번쯤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그 중심에 들어가지 못하고 존과 애나, 톰, 리디아라는 그녀 주변에 머물고 있었다. 마음은 단단한 벽을 만들어버렸고, 나는 그것을 깰 수 없었다. 두려움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라면 어쩌면, 알츠하이머는 나에게도 찾아올 수 있는 그런 것이 되버렸기 때문이다. 우선은 그 생각만 들었다.

“ 애나, 네가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면 네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야. 네 아이들도 그걸 물려받을 확률이 50퍼센트씩 있는 거야. ” (p140)

알츠하이머는 DNA를 통해 후세로, 후세로 전달 될 수 있는 유전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 앨리스, 난 못 할 것 같소. 미안하지만, 1년 동안 집에 앉아서 병으로 무너져가는 당신 모습을 지켜볼 수가 없소...... 연구실에 있으면 당신이 집에 있는 모든 문짝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다니는 걸 안 봐도 되지. ” (p303)

앨리스의 남편, 존의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이해가 갔다. 지금껏 내가 봐왔던 것이 치매를 앓고 있는 당사자가 아닌 주변에서 고통받는 사람의 모습이었기에 아직은 이런 생각만 한다. 

알츠하이머.

처음에 이 단어를 들었을 때, 그 있어 보이는(? 이런 표현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발음에 병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우리말로 해석하여 ‘치매’ 란 말을 들었을 때, 그 당황스러움에 어쩔 줄 몰라 하기도 했다.

‘ 치매는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던 사람이 뇌기능 장애로 인해 후천적으로 지적 능력이 상실되는 경우를 말한다 ’ 라고 설명되어 있다. 그런 의미 말고 내가 생각하는 치매 환자의 생활은 ‘저주’와 동일시되는 것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앨리스는 50대의 하버드대 심리언어학 교수이다. 교수로서의 책임 뿐 아니라 세 아이의 엄마로, 존의 부인으로 똑부러지는 삶을 살고 있던 사람이었다. 어느날 그녀에게 잠깐의 기억 장애가 찾아온다. 메모의 내용을 알 수 없거나, 달리기를 하다 자신의 집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저 처음엔 그 나이대에 찾아올 수 있는 갱년기 증세나 우울증이라고만 생각했다가 증세가 계속되고 점점 심해지는 것을 보고 다른 병원을 찾아가 조발성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된다. 소설은 앨리스의 기억 장애가 찾아온, 아니 그녀가 생활 속에서 그것을 느끼는 시점인 2003년 9월부터 2년 후, 자신의 자녀를 ‘아기 엄마’, ‘여배우’라고 부르는, 기억이 점점 희미해져가는 시간까지 보여준다. 그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은 그동안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 대한 대리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는 의미면서 좀 더 객관적으로 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의미를 가지기도 했다. 

나는 이 책에서 예전 내가 기억하고 있던 그 악몽같은 시간과는 다른 뭔가...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그녀의 ‘우아한’ 시간을 본다. 그녀의 병을, 기억을 잃어가는 것을 슬픔이라고, 함께 당황하거나 혼란스러워하며 그 감정을 함께 할 수 없었던 것은 미안하다. 그녀의 아픔이, ‘치매에 대처하는’ 국가적인 차이인지, 아니면 의료 수준의 차이인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격차’로 인해 나는 그렇게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다. 물론 처음엔 그저 두려움, 걱정 뿐이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책의 내용을 다시 음미하면서 처음처럼 그렇게 절망적인 생각만 들지는 않게 된 것이다.

앨리스의 곁에는 그녀를 이해하고자 하는, 그녀의 병과 함께 싸우려 애쓰는 가족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병에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과 사회 복지사와 같은 ‘사회’라는 울타리도 있었다. 알츠하이머, 치매라는 병을 그저 가족의 문제로만 한정짓기엔, 병을 앓고 있는 당사자 뿐 아니라 무너져 가는 환자를 바라봐야 하는 가족의 아픔과 상실감이 너무 크다는 걸 같이 공감해 주기를 원하고 있었다.  

“ 너희들이 내 나이쯤 되면 아마 예방 치료법이 나올 거야. ” (p141)

“ 우리와 손을 잡아 주십시오. 우리가 기억력, 언어, 인지 능력의 손상을 딛고 나름의 기능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환자 모임과 보호자 모임에의 참여를 독려하십시오. 치매 환자나 보호자 모두 서로를 도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곳도 저곳도 아닌 닥터 수스의 이상한 나라에서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습니다.

저의 지난날들은 사라지고 있고 다가올 날들도 불확실합니다. 그럼 전 무엇을 위해 살까요? 오늘을 위해 삽니다. 저는 현재를 살아갑니다. “ (p326)

그녀의 연설에서 나는 그녀의 희망 뿐 아니라, 나의 희망, 기대를 보았다. 기억을 잊는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는다는 것은 분명 슬픈 일이지만, 그 슬픔을 뛰어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느낀다. 이 책은 그런 노력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라는 병을 직시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제시해 준다. 처음의 나처럼 그저 두려움이나 걱정을 갖는 것만으로는 병을 이길 수 없으며 제대로된 대응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저주는 풀리라고 있는 것이다’

왠지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은건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이 함께 노력한다면 저주는 풀릴거라고. 원래부터 저주란 그런거라고.

우습겠지만 나는 지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가, 앨리스가, 그녀의 가족이 그렇게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한걸음이란 그런 것임을 나에게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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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
박광수 글.그림, 김유철 사진 / 홍익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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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드라마에서나 ‘해피엔딩’ 결말을 기대하는 나에게, <Happy Ending>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은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무얼 뜻하는지 갸우뚱 궁금하게 만드는 그런 것이었다.

Happy Ending? 해피엔딩?

도대체 무얼까.

 

‘박광수’님의 신작이라고 해서 당연히 ‘신뽀리’군이 나오는 만화라고만 생각했다가 사진과 또 사진과, 작은 낙서와 같은 글에 적이 당황했다. 표지 띠지에 있는 글을 보고서야 무언가 감이 온다.

“ 왜 너는 너 자신으로 살지 못했는가 ”

잘 살고, 잘 죽기 위해 지금의 인생을 한번 되돌아 보는 시간.

이 책은 그 시간을 나에게 요구하고 있었다.

요즘 조금씩 나오고 있는 ‘이별’이나 ‘죽음’ 같은, 평소에 잘 생각하지 못하지만, 인생에서 한번은, 두 번은... 아니 몇 번이라도 경험 할 수 있는 그 감정들을 미리 경험하고, 준비하고, 미련이 남지 않도록 미리 노력해보자는 의미를 담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아름다운 마무리, 좋은 이별, 버킷 리스트... 그런 류의 책, 영화처럼 말이다.

아직은 멀게만 느껴질수도, 내게는 찾아오지 않고 나만 피해갔으면 싶은 그 아픔의 시간.

갑자기 찾아올 수 있는 그 시간을 현명하게 넘기기 위한 우리의 자세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것은 준비의 시간이 될수도 있고, 그 시간까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성찰의 시간, 그 시간까지 우리가 후회가 없도록 인생을 채울 수 있는 실행의 시간 또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광수님의 글도 그렇지만, 김유철님의 사진은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함축적인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그 두가지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나에게 툭 던져진 생각거리들 속에 빠져 있다보면 어느덧 마지막 장에 다다르게 된다.

바쁜 일상에 빠져 있다가도 가끔, 아무 페이지나 펼쳐놓고 잠시 휴식처럼 그렇게 나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편한책. < Happy Ending >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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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데이비드 K. 쉬플러 지음, 나일등 옮김 / 후마니타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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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 아메리칸 드림” 이라는 말은 미국의 사람들, 특히나 이민을 간 사람들에게는 희망과도 같은 말이었다. 미국에 가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사람들은 믿었기 때문이다. 그게 사실이라는 듯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 모두들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더 이상 꿈의 나라가 아니다. 부동의 세계 1위의 나라는 경제 위기로 한번 무너졌고, 전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들이 곪아 터지고 있었다. 나라는 풍요로웠지만 그 안에서 살고 있는, 특히 가장 밑바닥 계층의 사람들은 가난하고 비참한 삶을 이어갔다.

이 책 <워킹 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는 지금, 미국의 상황을 가장 잘 전하고 있다.

워킹 푸어, Working poor.

일을 하고 있는데도 가난한 사람들. 어떻게 이런 모순이 가능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이제 꿈을 꾸어도 다 이룰 수 없다. 아니, 꿈을 꿀 수도 없다. 그저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 버틸 수 있을지 없을지를 걱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의 삶은, 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비참’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그들은 일을 해도 비참하고 일하지 않아도 비참하다.

왜냐하면, 일을 하는 것이 그들을 옭아매고 있는 굴레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 굴레는 점점 커지거나 점점 압력이 세질 뿐이다.

도대체 왜? 그리고 누가?

왜 그들의 삶이 그렇게 비참할 수밖에 없을까? 그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누구일까?

 

10장, 11장에 걸쳐 새로운 변화와 개선점 제시를 하고 있지만 앞서 본 절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질만큼...... 그 실천성이 의심되는 것들이다.

에필로그는 또 다른 절망 보고서다. 이 책에 소개된 밑바닥의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 중 몇몇은 그 곳에서 벗어났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그 삶 속에서 힘들어 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힘들었던 건 그 절망이 읽는 이에게도 번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사회가, 기업이, 국가가 모두 제대로된 곳으로 가려하기보다 좀더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사람 위주로, 좀더 불공평하게 흘러가려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 또한 너무 단순하기만 하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것. 빈곤의 늪에 빠지거나, 빈곤의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거나, 빈곤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말... 다른 대안은... 획기적인 대안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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