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단골 가게 - 마치 도쿄에 살고 있는 것처럼 여행하기
REA 나은정 + SORA 이하늘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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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도시에 관한 책을 꾸준히 몇 년째 읽어 오고 있다.

그 곳에 대한 애정일지도 모르고, 그렇게 항상 그 곳을 생각하고 있음을 내 스스로에게 각인시켜 나가는 것일지도 모르고, 그저 단순한 동경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감정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 곳에 대해 실망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이것은 계속 될 것 같다.

그 도시는 바로 도쿄. 흔히 하는 말로 양파 껍질 같은 매력을 지닌 그런 도시이다.

어제는 신주쿠, 시부야, 하라주쿠 등이 궁금했다면 오늘은 지유가오카, 시모키타자와, 키치죠지가 궁금하고, 내일은 카쿠라자카, 다카다노바바, 코엔지가 궁금해질 그런 곳.

언제나 그 속의 새로운 곳을 준비하고 있는 도쿄.

오늘도 나는 도쿄에 관한 책을 읽는다.

 

책 속의 표현대로 서울은 유행에 민감한 도시이고, 도쿄는 작은 것 하나라도 꾸준히 이어가는 도시이다. 그래서 그런지 도쿄 소개 책에서는 예전에 보았던 음식점이나 쇼핑점 등 비슷비슷한 곳이 눈에 띈다. 내가 좋아하는 도쿄의 모습은 그런 점이다. 2008년 <비비천사의 도쿄 다이어리> 이노카시라 공원편에서 보았던 ‘책 읽어 주는 아저씨는’는 2010년 <도쿄, 단골가게> 시모키타자와편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2006년도 <도쿄 로망 산뽀>에서 보았던 ‘치쿠테 카페’를 역시 2010년 <도쿄, 단골가게>의 1장을 찾아 넘기다 보면 발견할 수 있다.

세월을 넘겨 정말 ‘단골가게’가 되어줄 준비를 하고 있는 도쿄의 요소요소를 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 곳을 지키며 내가 찾아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그 장소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여자의, 여자를 위한, 여자에 의한 도쿄 여행’

이라는 홍보 문구에 걸맞도록 책 속에는 아기자기한 도쿄의 사진이 가득이다. 먹음직스럽고, 귀엽고, ‘어떡해~~’하며 몸을 부르르 떨어야만 할 것같은 앙증맞은 소품이 가득~ 스위츠가 가득~ 쇼핑거리가 가득~ ^^

그리고 1년여의 시간동안 워킹 홀리데이를 통해 머물렀던 도쿄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도 가득하다. 잠시 잠깐 머물며 호기심이란 렌즈를 통해 보았던 도쿄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리며 진부함이란 렌즈로 바뀌어지려 할 때... 그 솔직한 감정까지 이야기해주고 있어 더 좋았다. 그 모든 것을 다 경험할 수 있는 도쿄라서 더 좋은 것이다.

매일매일이 천국 같았어요... 네버랜드 같았어요.. 이랬다면... 거짓말... 하고 실망했을지 모르겠다. 세상에 그런 곳이 어디 있을까... 싶은 마음에.

 

이 책은 굉장히 두껍다. 크기도 일반 책보다 좀 더 크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만큼 도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또 도쿄를 찾는다면 욕심을 부려서라도 짐에 담아 가지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산겐자야, 요요기 우에하라, 다카다노바바 등과 같이 다른 책에는 잘 소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 보는 재미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가끔씩 스르륵 넘기다 아무 장소나 펼쳐 놓고 다시 그곳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러고보면 도쿄는 정말 매력이 많은 나라구나...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 매력을 다시 찾아 나서게 되는 날, <도쿄, 단골가게>는 분명... 나와 함께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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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삐에로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0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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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시 이사카 고타로! 라는 감탄을 절로 하게 된다.

두툼한 책을 손에서 한번도 놓치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읽기 시작하면 크게 숨쉬지 못하다 마지막장을 넘기고서야 몰아서 크게 휴- 하고 내쉬게 된다. 역시 그는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이야기는 ‘하루가 2층에서 떨어져 내렸다’ 로 시작해 역시 같은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하루? 우리말 하루? 일본어로 하루는 봄인데? 그렇지만 2층에서 뛰어내렸다고 하니 사람 이름이겠군!

하다보니 벌써 하루에게 빠져들고 있다. 책 속 그에 관한 설명은 거짓이 아니었다. 한마디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바로 실천해버리고, 천재적 재능 하나쯤 갖고 있는 인물이 어쩐지 내 이상형인 듯 싶다. 아니, 하루 뿐 아니라 이즈미와 아버지까지 이집 식구들 참 마음에 드는 조합이다. 인물들이 참... 뒤끝 없어서 좋아... 음.

 

처음에는 방화 사건이었다. 그래피티 아트를 지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하루가 전해준 아홉건의 방화 사건이 시작이었다. 방화 사건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알파벳 글자나 숫자가 남겨 있고, 그 단어를 조합하면 유전자가 완성된다!

하지만 방화 사건 뒤에 숨겨진 다른 것이 있었으니!

 

와우.. 오늘따라 인물들이 왜이리 말이 많지? 쉴새없이 하루와 이즈미의 뒤를 쫓다보면 약간 정신이 없어진다. 유전자에, 간디에, 사드에, 샤갈의 그림에, 스토커......

어이... 작가... 너무 똑똑한거 아냐?

어쨌든 이야기가 옆으로 새긴 했지만... 결론은... 재밌으니 읽어보시길 권한다는거.

작가에 대한 편애까지 더하여 별 다섯 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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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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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100℃>라는 글자 안에 ‘ 뜨거운 기억, 6월 민주항쟁’ 이라고 작게 적혀 있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만화라고 하지만 나는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중고등학생을 위해 배포된 자료라고 하는데, 내가 읽기에는 어려웠다.
아무래도 나는... 민주주의는 ‘무작정 어려운 것’ 그러니 모른척해. 라는 세뇌를 엄청 당해온 것 같다. 그저 ‘정치’ ‘민주주의’ ‘정당’ 이런 소리만 나와도 어려워... 어려워... 이렇게 중얼거리고나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광주에서 있었던 민주화 항쟁을 배경으로 하여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초석이 된 그 무시무시한 사건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이렇게도 없었다니... 우리나라가 걸어온 길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는 생각으로 너무 외면해 온 것 같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말은 이제부터라도! 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지금 당장 우리가 시작해야 할 수 있는 일은 ‘공부’!
민주주의가 무엇이며, 민주주의란 어떠해야하는지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본 영화 ‘식코’에서 이런 인터뷰 내용이 있었다.

평범한 직장인이 빚에 몰리면 체제는 이득을 볼텐데요?
- 맞습니다. 빚을 진 사람은 희망을 잃고, 절망한 사람들은 투표하지 않으니까요.
자, 그들은 늘 온 국민이 투표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보기에는 만약 영국이나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모두 들고 일어나서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후보들에게 표를 던지면 민주 투쟁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그런 일이 없도록 국민들이 계속 절망하고 개탄하도록 하는 거죠.
국민을 통제하는 길은 두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공포를 주는 것이고, 둘째는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것입니다. 교육받고 자신감 넘치는 국민은 휘어잡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을 대하는 특별한 자세가 있지요. ‘ 저 사람들은 배워도 안되고 건강해도 안되고 사기충천해도 안된다. ‘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솟는다’ 라고요.’
인류의 상위 1%가 세계 80%의 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기가 막힐 노릇은 사람들이 그걸 참는다는 겁니다. 그들은 가난하고, 어지럽고, 겁을 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최선이란 시키는대로 일하며 소박한 꿈이나 꾸고 사는 것이라고 믿고 살아갑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영국이나 미국이야말로 절대적인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우리나라야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라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민주주의 의식은 그 노력에 비해 얕은 것은 아닐까 한다. 그러니 더 공부하고, 더 노력해야겠지.
앞으로 이런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만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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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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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본다.  

그 거울 안에는 ‘내가 보는’ 내가 있다. 어떤 날은 예쁘고, 어떤 날은 암담해 보이고, 어떤 날은 거울 안의 내 눈을 똑바로 볼 수 없는 내가 있다. 거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내 얼굴에 흠이 있다면 그대로, 내 얼굴에 광채가 나면 또 그대로, 내 눈에 슬픔이 담겨 있다면 그대로 보여준다.

‘내가 보는’ 거울 안의 나는 언제나 다른 모습이지만, 본질은 결국 나다. 그대로의 나다.

 

여기 한 가족이 있다.

스스로를 스스럼없이 막장이라 부르는 가족이다. 보고 있으면 한숨 밖에 나지 않는 그런 가족이다.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가 어쩜 이렇게 제대로 된 삶을 사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까... 어쩜 이렇게 구질구질하고, 징글징글하게 살고 있는지...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스스로 막장이라 인정했으니, 내가 콩가루 집안이라고 비웃어도 하나도 안 미안해질 정도다.

그런데.. 이 가족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마음에 남는 것이 있다. 그냥 묵직하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뾰족한 무언가로 나를 콕콕 찌른다. 아, 뜨끔해.

다시금 책을 쳐다본다. 표지의 가족들이 나를 보고 있다.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나에게 자신들을 비웃을 자격이 있는지 묻고 있는 것만 같다.

집을 떠난 지 이십여년 만에 우리 삼남매는 모두 후줄근한 중년이 되어 다시 엄마 곁으로 모여들었다. 일찍이 꿈을 안고 떠났지만, 그 꿈은 혹독한 세상살이에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p39)

신도시 외곽, 낡은 연립주택들 가운데 하나인 엄마의 집에 이들 삼남매가 다시 모이게 된 것은 이렇게 삶에 한번 실패하고 난 뒤였다. 첫째 오한모는 전과 5범으로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 듯 하다 캄보디아로 라텍스 사업을 벌여 떠났다가 쫄딱 망하고 엄마의 집으로 슬그머니 들어와 눌러 살고 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둘째 오인모는 영화감독이었지만 한 편의 영화를 제대로 말아먹어 제작사 하나를 파산시킨 후 영화계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힌 인물이다.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았다. 세간도 모두 팔고 집을 비워달라는 최후통첩을 받아든, 낭떠러지 위에 선 위태로운 그에게 엄마의 ‘ 닭죽 먹으러 올래?’ 란 말은 구원의 메시지였다. 그렇게 그도 닭죽을 핑계로 엄마의 집에 눌러 앉는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셋째 미연도 바람을 피우다 이혼을 하고 딸 민경과 함께 엄마의 집으로 들어온다.

칠순을 넘기신 엄마, 쉰 두 살, 마흔 여덟 살의 아들, 모두 중년을 넘겨 모이게 된 이 가족의 평균 나이는 사십 구 세이다. <고령화 가족>의 탄생이다.

혹독한 세상살이에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서 모인 그들이었지만, 그렇게 모여서도 서로 보듬고 상처를 쓰다듬으며 위로를 나누기는커녕 혹시나 자신의 영역에 불이익이 있을까 으르렁대기 바쁘다. 하여튼 이 가족 구성원들, 나이도 먹을만치 먹고, 인생도 살만큼 산 것 같은데 같이 모여 살게 된 후에도 유치한 싸움과 반목,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도대체 왜 그들은 이렇게 아웅다웅하는 걸까? ‘살아있음’을 느끼려는 몸부림같은 것인가?

왜 상어도 지느러미를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물에 떠서 살 수 있다질 않는가. 이 가족도 그렇게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외삼촌이란 사람은 조카가 담배를 피우는데 혼을 내지는 못할망정, 그걸 빌미로 조카에게 용돈을 타낸다. 바람피워 이혼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미연에게는 또다른 남자가 생겼다. 미연의 딸, 민경은 가출을 하고, 이 모든 사건들이 얽히고 설켜 그것을 계기로 저 아래 기억의 맨 밑바닥에 가라 앉아 있던 가족의 복잡한 과거사가 두둥실 수면으로 떠올라 봉인해제되어 버린다. 그 진실이라니~ 하, 쳐다보고 있기도 민망하다.

 

그런데도 왜 나는 이런 막장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길 즈음, 이들은 ‘회심의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깔끔한 한방으로 말이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나머지, 다시 알코올 중독의 늪에 빠져들거나, 서로 슬금 슬금 피하거나, 원망만 하던 가족들이었지만, 가족은 가족인 법!

이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고자 가장 먼저 나선 것은, 밥버러지, 인간 망종이라 괄시받던 첫째, 오한모 일명, 오함마였다.

이 가족 중에 가장 싫었고, 눈살 찌푸리게 하는 주범이던 그의 인생이 ‘ 그동안 헛살진 않았네’ 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드는 반전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서 같이 웃음지으며 ‘ 인생이란, 참 알수 없는 것’ 이란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함께 살기 전까지 가족에 대해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던 둘째 인모도, 가족 속에서 대화하고, 살을 비비고 부대끼며 살아 보면서 무능하고, 상처주고, 불명예스럽다 느껴왔던 가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가족을 위해 무언가 해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되고, 어설픈 자기 합리화를 위해 만들어낸 가공의 기억을 진짜라 믿으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바로잡으려 한다. 그의 깨달음을 보며 아, 그래 나도 요즘 이런 것을 느끼고 깨달아가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비상을 위한 도약 한번을 준비하며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나이든 자식들이 사고를 치고 집에 돌아와도 고기를 사다 먹이며 힘을 북돋우는 엄마, 게으르고 무책임하지 않게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지만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아버지, 변변한 직업 하나 없이 부모에게 얹혀사는 자식들......

이 ‘고령화 가족’은 거울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있는 우리 가족, 그 속의 내 모습일지 모르겠다. 이 책은 거울이었다. 그래서 거울에 그대로 투영되는 너무도 현실적인 가족의 모습에 지레 뜨끔하고 불편해 하는 것이겠지.

<고령화 가족>을 통해 나는, 늙어가는 부모를 앞에 두고 내가 깨달아 가는 것들, 나이들어 가면서 느끼게 되는 형제간의 묘한 의리와 동질감, 어긋나 버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서로를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되는 낯간지러운 가족의 사랑을 똑바로 응시하게 되고 만다. 가족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새삼 확인하게 되는 인모처럼 결국 징글징글해도, 지긋지긋해도 가족의 굴레 안에서 안도하고 행복을 찾아가려 하는 나를 보는 것이다.

나에 대한 기대가 부서져 산산조각난 뒤에도 그들은 나를 버리지 않았고 나 자신이 나를 포기한 뒤에도 그들은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p253)

인모의 말처럼 가족 안에서는 아무도 실패자가 아니었고, 서로 포기하지 않았으며, 누구도 약하지 않았고,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제대로 살지 않았다고, 실패하고 돌아왔다고 가족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며, 또 인생의 끝도 아니었다.

 

한바탕 난장을 펼치고 난 후, 이 고령 가족은 행복해진다. 아슬아슬 밑바닥까지 내려가지 않고, 자존심이라는 선을 지킨 덕분에 발견하게 되는 신세계요, 행복한 결말이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똑같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불행하다.’ (p128) 는 불행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행복에 대한 것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실, 행복이 별거인가, 더불어 인생이 뭐 별거였던가.

진정 행복한 삶이란, ‘초라하면 초라한대로 지질하면 지질한대로 허용된 삶을 살아’ ‘이전보다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어 가는 것일지 모른다.

내게 주어진 인생을 살아내는 것의 중요함,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는 가족의 소중함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그대로의 나’로 세상을 살아갈 용기 한줌을 얻은 것만 같아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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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첫 책쓰기 - 인생 반전을 위한 특별한 프로젝트
오병곤.홍승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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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저자의 약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한 것만 자세히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다. < 책쓰기>를 목적으로 한 책이며, ‘책을 내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한다.

두명의 저자가 ‘국문학과’나 ‘ 문예창작학과’와 같이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비유법, 문장론 등과 같은 이론적인 부분을 설명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스스로 이야기하듯, 이 책은 ‘ 책쓰기에 관한 실용 정보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첫 책이 주는 감동과 동기 부여에 초점을 두는’ 책이다. 목록을 살펴 보면 < 1장 왜 책을 써야 하나? > < 2장 어떻게 책을 써야 하나? > <3장 무엇을 쓸 것인가? > < 4장 글을 잘 쓰는 방법은? > < 5장 어떤 전략을 세울까? > < 6장 집필하기 > < 7장 어떤 출판사가 좋을까? > 이렇듯, 책을 쓰기 위한 동기 부여부터 나중에 책이 출판 기회가 주어졌을 때 편집자와의 관계, 책의 홍보와 관련된 생각까지, ‘글쓰기’에만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과정을 미리 생각해 보고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로 저자는 회사에 다니면서 책쓰기를 하였고, 그렇게 첫 책이 나온 뒤에 인생의 활력을 얻은 듯 하다. 그런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여 누구나 마음만 먹는다면 책을 쓸 수 있으며 책을 쓰는 것을 통해 ‘인생 반전’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찌 보면 글쓰기를 알려주는 책이요, 어찌 보면 자기 계발서와 같은 분위기의 책이다.

소설이나 수필, 시 등이 담겨 있는 책만 ‘책’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책’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고, 잘 쓸 수 있으며, 쓰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하거나,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하여 그 직업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그 직업에 대한 노하우가 담긴 책을 써보는 것은 어떤지 권유한다.

어떤 글을 쓸지에 대한 고민만 하고 있었다면, 실제 책을 내본 사람의 작업 일지를 따라가며 ‘글’이 아닌 ‘책’에 관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알아 두는 것도 좋으리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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