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미 - 렉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소피 킨셀라 지음, 이지수 옮김 / 황금부엉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다 읽은 후에야 한편의 잘 짜여진 기분좋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본 기분이지만, ‘ 구려터진 내인생’ 으로 시작하는 조금은 막나가는 듯한 당황스런 전개에,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었다. 그저 계속 ‘ 그래, 어디까지 그러냐...’ 하는 기분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린 렉시가 회사와 사랑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곧 빠져들게 된다.

그녀... 왠지 전신 성형을 감행했지만, 천성을 버릴 수 없었던 만화 ‘미녀는 괴로워’ 속 칸나처럼 얄밉지만 밉지 않고 정이 가는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친구들과 클럽에서 신나게 놀고 나와 비오는 거리에서 택시를 잡다 사고를 당하는 렉시.

병원에서 눈을 뜨는데...

세상에나 뻐드렁니 수습사원 렉시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시간은 2004년에서 2007년으로 3년이나 훌쩍 지나가 버렸고, 돈많고, 얼굴되고, 몸되는 훈남이 남편이라며 나타난다. 자신은 회사에서 ‘능력있는 거물급 부장’으로 진급해 있다.

믈론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전의 친구들과는 원수 사이보다 더한 차가운 관계가 되어버렸고, 부하 직원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년’ ‘코브라’ ‘ 독한’ ‘ 죽일년’ ... 뭐 이런 평가를 받고 있다.

3년이란 시간동안 그녀는 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일까? 자신의 삶이지만 그 ‘3년’의 기억이 홀랑 날아가버려 남편도 남같이 느껴지는 이 상황을 렉시는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물론 앞서 말했듯이 ‘ 기분 좋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 다운 이 소설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이보다 더 좋은 결말이 어디 있을까 싶은 그런 알콩달콩 아기자기한 결말이었다.

저절로 스르르 미소짓게 만드는 무지개빛 톡톡 튀는 사탕같은 소설.

읽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책으로도 출간된 (물론 책이 먼저, 아니 그보다 잡지에 연재된 것은 더 먼저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소설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이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일본의 남*녀 작가가 번갈아가며 ‘연애 편지’를 쓰듯 2년 동안 써내려간 사랑 이야기라고, 여자 작가는 에쿠니 가오리, 남자 작가는 츠지 히토나리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이 책들을 읽게 된 건 오히려 한참 후였다. <사랑후에 오는 것들>이란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작가, 츠지 히토나리의 다른 책을 찾아보다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책보다 <사랑후에 오는 것들>이라는 책이 더 마음에 든다.

뭐... 그렇다는 말이다. 

이번에도 하나의 사랑 이야기를 두 작가가 나눠서 썼다. 한국의 작가와 일본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는 이번에 일본의 작가로 나섰다.

두 권의 책을 모두 읽어야 완벽하게 이해가 되는 구조이지만, 나는 츠지 히토나리씨가 쓴 부분은 좀 어색하고 매끄럽지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가 표현하는 서울은 이상하게 너무 익숙해서 그런지 그냥 무덤덤하기만 했다. 그녀가 묘사하는 이노카시라 공원에는 그렇게 열광했으면서.

그래도, 두 작가를 비교해 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나의 사랑을 놓고 두 사람의 다른 입장과 생각을 알아보는 것도 좋았다. 

“ 그때부터 계속 달렸어. ”

“ 그때부터? ”

“ 너와 헤어지고 나서 내내. 네 마음에 다가가려고 계속 달렸어. ” (p247)

이 부분이 참 마음에 와닿는다. 보통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모두 다 이해하듯 쉽게 말하지만, 진짜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100% 이해한 것이 아닐 것이다.

베니가 떠난 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준고가 베니의 마음을 알려고 이노카시라 공원을 몇바퀴 뛰는 장면에서 나는, 조금 감동해버렸다. 이 부분이 있어서 책이 더 좋아졌다.

책이 둘이 모두 있을 때 하나의 큰 사랑을 완성하기에 두 가지 책을 모두 읽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책을 여러번 읽는 경험을 자주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예 없는 일은 아니다.

솔직히 <사랑후에 오는 것들>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저 눈에 들어오면 꺼내들고 휘리릭 넘겨 본 것까지 세면 더 많아 질 것이 분명하다.

두 권의 책 중 나는 공지영씨의 책을 더 좋아한다.

베트남의 한적한 바닷가 무이네에서 그녀의 책을 읽엇기 때문일수도, 그녀의 삶을, 작품을 내가 마냥 좋아하기 때문일수도 있다. 여하튼 볼때마다 나의 눈길을 끄는 문장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사지만,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키치조지의 이노카시라 공원과 베니와 윤오의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아련함 감정을 내게 전해준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이 책에서 ‘운명’을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스며드는 그런 질긴 운명같은거 말이다.

이 책에는 이노카시라 공원 외에 리스본이 나온다. 꼭 이 책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왠지...... 책 속에 나오는 장소를 내가 모두 여행하게 된 것이 그저 우연만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게 내 주장이다. 이런 어거지를 부려보고 싶을 만큼 나는 이 책이 좋다. 책 속의 이노카시라 공원은 더 좋고.

 

이 책은 <한일 우호의 해>를 맞이하여 일본작가 츠지 히토나리와 공동으로 집필한 책이다. 공지영씨가 쓴 부분만 읽어도 이야기를 대충 알 수 있지만, 두 권의 책을 모두 읽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공지영씨는 여주인공 최 홍(베니)의 입장을, 츠지 히토나리씨는 남주인공 아오키 준고(윤오)의 입장을 이야기한다. 두 사람의 입장과 마음이 모여야 하나의 사랑 이야기가 완성된다. 그러므로 두 권의 책을 모두 읽어 보길 권하는 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최윤필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경계’에 대해 잘 모른다. 무언가를 나누고, 편가르고 하는 것을 방법도 모르고,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오른쪽이니, 왼쪽이니, 안이니, 바깥이니...... 이런 것은 나에게 아무 의미없이 다가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바깥일까? ‘큰 흐름의 바깥, 스포트라이트의 바깥이라는 의미’ 라고 정의되어 있지만 이것도 어떻게 보면 상당히 주관적이다. 자신이 어떤 흐름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안’ 으로 바뀔 수 있다. 저자가 ‘바깥’ 의 한 단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혹은 대상을 선정하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모음집이 바로 이 책이다.

혼자서 묵묵히 서울의 외면당한 허리우드 극장을 지켜내는 극장주, 아직 이나라에 존재하는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떳떳이 밝히는 사람, 전국을 떠돌며 ‘마을 영화’를 찍는 감독, 열심히 안하는 찌질한 인디 밴드,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K2에 오른 등산가, 대한민국 대학의 시간 강사, 풀피리를 연주하는 장인, 양심적인(?) 무당, 1등에 가려져 있는 수영선수, 군무의 리더 발레리나, 호랑이나 맹수 영상 전문 카메라 감독, 다시 컴백하는 50대 여가수, 원칙 하나 확실히 마음에 두고 있는 출판사 사장, 잊혀져 가는 유림 회관 관장님.....

그의 인터뷰 대상은 사람만이 아니다.

아무도 찾지 않아 폐지로 운명을 마감하는 책, 경마장에서 물러난 경주마, 비무장지대 DMZ, 작은 네모 속 큰 세상 우표, 새롭게 조명받는 막걸리, 고즈넉한 베네딕도 수도원까지......

다 읽고 보니, 인터뷰 대상은 단 한번도 세상의 이목을 끌지 못했던 존재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맨 위에서 보면 이 사람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람, ‘바깥’에 속한 사람들이지만, 피라미드의 제일 아래부분을 든든하게 받쳐 주는 평범한 우리네 이웃, 그 이웃이 찾는 대상이 되어 ‘안’이 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스르르 미소가 지어진다. 자신이 인터뷰 대상이 되었다는 걸 알고 얼마나 마음 설레였을까. 그리고 이렇게 책으로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이 읽는다는 것에 대해 또 얼마나 뿌듯할까 상상해 보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바깥’ 이 더 주목받고,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소수의, 자신만 똘똘 뭉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안’보다 얼마나 더 자유로워 보이고, 실제로 또 그러한가. 또,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안과 밖’이라는 경계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때때로, 일본 시골 여행 west - 무라카미 하루키와 안도 타다오를 홀리다 때때로 시리즈 2
조경자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예전에 <때때로, 교토>라는 책을 읽었다. 교토에 관한 에세이집을 찾아 읽을 때였는데, 교토처럼 한적한, 휴식같은 느낌의 책일 것이라 상상하며 펼친 책 속에 깨알같은 글씨를 보고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책의 두께도 만만치 않았는데, 그 책을 가득 채우고 있는 ‘교토에 관한 정보’가 저자가 직접 찾아낸 것, 혹은 느낀 감상이어서 또 한번 놀라게 되었다.

책을 다 읽는데는 며칠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고, 그 책 하나만 있으면 교토에서 절대! 재미없게 지내고 오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번에 저자가 일본에서 찾아간 곳은 일본의 서부 지역에 있는 시골 마을이었다. 가가와, 시마네, 야마구치, 돗토리, 히로시마, 에히메, 오카야마. 우리에게는 익숙한 곳도 있지만, 처음 들어보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사누키 우동도 나오고, 온천으로 유명한 마을도, 섬 전체를 예술로 꾸몄다는 나오시마 섬, 꼭 가보고 싶은 지추 미술관 등 알고 있는 곳이 나와서 반갑기도 했다. 뭐랄까... 그동안 나무만 보고 있다가 전체적인 숲을 조망하는 듯한 기분이랄까. 알고 있는 곳 주변에 다른 볼거리와 같은 정보를 연계하여 알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여전히 깨알같은 글씨로 그만큼 풍성한 정보를 담고 있다.

표면상 가이드북이었지만, 실상은 몇 권의 에세이를 모아놓은 듯한 다양한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된다.

저자의 책을 두권째 읽는 것이지만, 이제 ‘일본’에 관한 책에 저자의 이름이 있다면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우며 ‘여행시 필수 지참 가이드북’이라 추천, 강추하고 싶어진다.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저자만의 일본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꼼꼼하게 꾸며 놓은 전체 구조와, 선명한 사진,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책이란 생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왠지 ‘일본 시골 여행 EAST' 편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는데, 그 때에도 꼭 찾아 읽고 싶어지는 책이 되어줄거라 의심하지 않는다. 그만큼 저자의 책은 ’믿음‘을 준다.  

(이런 이야기를 써도 될는지......  문득 책을 보다가 <카페 푸드 스쿨>의 표지에서 본 사진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두 권의 책을 같이 놓고 비교해 보니 앗, 같은 출판사다. 책임 편집자에 ‘조경자’님이라고 이름이 있다.  

두 권 다 사진은 ‘황승희’ 님이시다. 그렇구나. 이런 일은 처음이어서 신나고 재밌었다.

황승희 님의 사진... 정말 마음에 든다. 깔끔하고, 선명하고, 장소의 특징을 잘 잡아낸 듯 보여 당장이라도 그 곳으로 떠나고 싶어지게 만든다. 나는 가이드북이나 여행관련 서적의 사진들은 무조건 맑은 날, 환하게 찍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오는 날조차도, 왠지 아련하게 찍어야지 우중충하나 사진들을 보면, 괜히 화까지 난다. 그런 가이드북을 보면서 어떻게 충동질을 받을 수 있을까? 그런 사진을 보며 떠나고 싶어질까?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여튼 사진 굿!! 물론 더불어 책도 굿!!)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