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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어리 퀸
캐서린 머독 지음, 나선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 낙농업의 여왕, 유제품 여왕, 우유 여왕’ 이라 해석될 제목 때문에 웃음이 났다. 그런데 그 부분을 이야기 흐름에 맞춰 ‘ 젖소 여왕’으로 해석한 것도 우스우면서 공감가는 부분이었다. 표지의 수채화 느낌의 부드러운 그림도, 아기자기한 표현도 아주 마음에 든다.
이렇게 처음 시작부터 이 책은 호감을 준다. 10대 소녀의 ‘성장 소설’ 이라지만, 서른이 넘은 나도 정말 재밌게 읽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나이에 상관없이 ‘성장기’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언제나 흔들리고, 방황하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지니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나이에 맞춰 고민을 하고, 어려움에 부딪히고, 이겨내고 성장을 한다. 그게 죽을 때까지란 말이다. 어찌 생각해 보면 무시무시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성장 소설’이 좋은 것은 바로 이런 점이다.
문제를 가장 단순하게 보도록 만들어 준다는 것.
뗄 거 떼고, 뺄 거 빼서 가장 단순한 상태의 문제로 만들고, 가장 기초적인 해답을 생각하게 하는 것. 성장 소설을 읽다보면, 세상 일이 조금은 쉬워진다.
우리의 문제는 언제나 초심을 잃는다는 것이었고, 문제를 제일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 생각한다는 것이었으며, 가장 기본적인 양심을 놓쳐버려서 생겨난 것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몸이 안좋은 아빠, 바깥일로 바쁜 엄마, 대학에 진학하여 독립한 오빠들, 집에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 동생 커티스를 대신하여 건초 나르기부터 우유 짜기 등 농장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디제이. 그런 그녀에게 풋볼팀 홀리의 코치 지미 아저씨가 선수인 브라이언의 농장일 도우기를 빙자한 훈련을 맡긴다.
브라이언과 농장일과 훈련을 함께 하면서 디제이는 처음으로 무언가 열심히 해보고 싶은 일이 생기게 된다.
사실 그동안 디제이는 농장일을 하느라 바빠 자신의 학업에 소홀하였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 어떻게 이렇게 살아? 네 인생이 어떤지 모르는 거야? 넌 그들이 하라는 일은 죄다 해. 그러면서 신경도 안 써. 암소랑 똑같아. 50년쯤 지난 후에 그들이 널 죽이려고 트럭에 태운다 해도 넌 그냥 따라나설거야. ”
브라이언의 이런 폭탄과도 같은 말에 조금 상처를 받았음에도, 그것을 계기로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디제이. 그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고, 브라이언과 함께 훈련 뿐 아니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을 바꿔나가게 된다. 그것은 연쇄 반응을 일으켜 결국 디제이는 가족과의 화해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디제이의 이러한 성장을 보면서 나도 함께 무언가를 찾아냈다는 안도감, 해냈다는 뿌듯함 등의 감정을 느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개운~~ 한 기분도 함께 말이다.
성장한다는 것은 가끔은 고통스러운 경험이 될 수도 있지만, 디제이와 같다면, 매일 매일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제대로, 열심히...
디제이는 나에게 이런 가장 단순한 삶의 진리와 그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