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원숭이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의 책과는 무언가 좀 다르다.  언제나 단순하고 명쾌하고, 질주하듯 쭉 나아가는 느낌의 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책은 잠깐 잠깐 끊어가는 느낌이기에 한 호흡 정도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그런 여유 덕분에 더, 이야기의 전개가 더 궁금해지는 효과를 주었다. 여기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 이것’ 이라는 식의 전개로 명쾌함을 주었다면, 선과 악, 폭력의 정당성의 물음을 끊임없이 던져주고 읽는 이에게 답을 구해보라 요구하는 뻔뻔함이 생겼다. 번갈아가며 주거니 받거니 하던 이야기가 나중에는 결국 하나의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되는 것을 보고는 역시! 하며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결국 지금까지 나왔던 책의 몇몇은 바뀌지 않고 유지되고, 몇몇이 추가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사카 고타로는 분명 진화하고 있었다. 

이전의 책들에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아이템’과 같은 소재가 흥미를 주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큰 줄기로 ‘서유기’를 선택했다. 주구장창 손오공이 등장하여 궁금증을 배가시킨다.

<오듀본의 기도>에는 ‘파토스키의 학살’을 당한 나그네 비둘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골든 슬럼버>에서는 제목이기도 한 비틀즈의 노래와 비틀즈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그래스호퍼>에서는 잭 그리스핀이라는 정치가 이야기를 하며 ‘ 파시즘은 파시즘의 탈을 쓰고 나타나지 않는다’ 나 그의 은퇴사라며 ‘ 피자가 먹고 싶다’ 는 이야기를 했었다. <중력 삐에로>에서는 DNA 구조와 그래피티 아트에 대해 나왔고......

이번 책 <SOS 원숭이>에서는 아까 말했던 손오공의 이야기가 있는 서유기가 나온다. 그리고 주인공 격인 지로는 원래 직업 외에 부업으로 악마 퇴치를 하는, 즉 엑소시스트이다. 그에게 도움을 구하는 헨미 누나의 아들 마사토는 히키코모리(우리나라에서도 그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은둔형 외톨이이다.)이고.

이처럼 작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이런 요소들을 한데 어울려 버무려서는 재미난 이야기 하나를 만들어냈다.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하는 소리지만, 작가는 분명 천재임에 틀림없다. 

예의 사회에 대한 삐딱한 시선도 여전하다. 병들고, 다른 사람을 돕는데 인색한 일본 사회를 비판한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묻는다.

“ 폭력은 어떤 순간에도 나쁜 것인가? ” 라고.

이 책은 분명 범인을 쫓거나 사건이 발생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자신을 손오공이라 생각하는 한 소년의 상상을 토대로 그 진실을 찾는 정도?의 이야기이다. 시원한 액션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 범인이 누굴지 상상하며 얻는 기대감을 기대했다면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의 이런 이야기도 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의 작가가 <골든 슬럼버>를 썼다. 앞으로 작가의 행보를 눈여겨 보게 만드는 새로운 시도에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

덧붙여... 이 책의 표지... 정말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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