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의 연인
정길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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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쉴새없이 지나가는 코엑스 반디 앤 루니스 서점 앞 의자.

친구를 기다리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 뿐 아니라 방학을 맞아 구경나온 가족들이며, 연인, 학생, 정말 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는 가운데 책을 읽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가능했다. ^^ 거기에 덧붙여 그 와중에 이렇게 다이어리를 펼쳐놓고 서평도 쓰고 있지 않은가...

실내여서 에어컨덕분에 시원해서 그런가, 아니면 이 책의 배경이 되고 있는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를 상상해서 그런가 더위도 잊고 책 속에 푹 빠졌다 헤어나왔다. 

<백야의 연인>이라는 달달하면서 뭔가 운명적인 사랑을 암시하는 듯한 제목의 책은, 첫장부터 가볍지 않고 진지하기만 했다. 정도수라는 사람의 쓴 수기를 읽고 그 수기에서 본 어떤 내용 때문에 그에게 만나줄 것을 부탁하게 되고 모스크바로 날아가 그에게 끊임없이 연락하는 박수완의 모습에서는 뭐랄까... 절박함이 배어나왔다. 그 절박함을 느낀 장도수가 그를 피하지만, 정도수의 이야기를 전하러온 스베틀라나의 모습을 보고 수완은 ‘ 운명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와 그의 가족 수명에게는 암묵적으로 가족인 다현이 있다. 

앞서 말했다시피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에서도 읽을 수 있을만큼 이 책은 몰입이 잘된다.

다현, 수완, 스베틀라나. 주인공들의 성격이나 그들의 배경, 인물상이 잘 형성되고 세련되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너무 진지해버리지도 않고 너무 경박하지도 않은 수완과 스베타의 사랑도 공감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처음부터 헤어짐을 알고 시작한 그들의 사랑이라지만 결말로 가는 이유가 설득력이 좀 부족하다. 좀 더 뻗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던 이야기가 급히 수습되어 마무리되는 느낌 때문에 솔직히 책장을 덮으면서도 ‘ 이게 끝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불같이 타오르다 쉬이 꺼져버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왠지 이 책의 결말부분이 딱 그 기분을 느끼게 하지 않나 싶다. 운명이라 했으면서...... 그런 진정한 사랑마저도 일상의 소소함과 시간에 질 수 밖에 없는 그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게 조금 허무하기도 했다.

운명의 사랑도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그렇게 남겨진 스베타와 다현, 그리고 그런 선택을 강요한 운명때문에 수완은 그 뒤에 어떻게 되었을까?

가끔은... 운명이야말로 가장 가혹한 시련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 <백야의 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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