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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평점 :
책을 펼치기 전, 한번 크게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스렸다.
두껍고 조금 무겁게도 느껴지는 책을 들고 진실의 무게를 가늠해 보기도 했다.
책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너무 많이는 놀라지 않겠다, 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나니 조금 편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제목이 <삼성을 생각한다> 라고 했지만, 나는 이 책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 라고 받아 들였다. 지금 세계 시장에 진출하여 있는 삼성에 대한 걱정 뿐 아니라, 그런 삼성이 태어난 나라 대한민국에 대한 근심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대한민국의 효자 장남이라 생각해왔던 삼성이 알고보니, 세상 다시없을 망나니같은 놈(?)이었다는게 밝혀진 것이다. 열심히 회사를 위해 잠도 줄여가며 일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몰래 몰래 뒷돈을 챙기고, 그 비밀을 숨기기 위해 이사람, 저사람에게 로비를 하여 비밀을 숨길 수 있었던 것이다. 점점 덩치를 키워 지금은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며 아무와 소통하지 않으며 그 부를 누리고 있단다.
죽음까지 비밀을 숨겨가는 충직한 부하를 두고 있어서 아무도 모를 줄 알았던 그 비밀을 용기있는 사람과 단체가 세상에 알렸다.
“ 삼성은 망나니다! 삼성은 거짓말쟁이다! ” 라고.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마음 아프다.
사실은 <망나니 삼성>을 세상에 알려 병을 고치기를,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텐데, 사람들은 오히려 사실을 알린 그에게 손가락질하며 배신자라고 불렀다.
책에서 보여지는 삼성은, 이런 비리가 판치고 있는 삼성은, 속으로 곪아 있는 삼성은 솔직히 세계에 자랑스레 내보일만한 기업이 아니었다. ‘글로벌 리더’ 어쩌구 하며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라는 삼성을 이끌어가는 회장 일가의 모습은 우리나라에선 어떻게 통할지 모르겠지만 세계 유수의 다른 글로벌 리더에 비교하자면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다.
책 속에는 그런 삼성에 대한 걱정이, 삼성을 감싸고 도는 무조건적인 부모같은 대한민국에 대한 고민이 곳곳에 담겨 있었다.
그렇지만...... 너무 대책없이 낙천적인 듯도 하지만, 나는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믿고 싶다. 기업가의 윤리를 무엇보다 중요시여기는 세계에서 과연 삼성이 통할까 싶다. 한때 반도체로 세계를 호령했던 삼성의 위상은 지금 오히려 낮아졌다. 삼성이 지금 매출이 늘어 덩치는 커졌을지 모르겠지만 세계를 주도하지는 못한다. ‘애플’이라는 커다란 창의력 공룡 앞에서 맥을 못추고 있는 삼성의 모습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한가지, 지금의 세대를 믿고 싶다.
비리와 로비가 통하는 구세대의 시대는 얼마 가지 않을 것이다. 머리를 새까맣게 염색을 하고, 보톡스로 주름을 펴보아도 세월을 비껴갈 수는 없다. 글로벌한 문화에 익숙해진 새로운 세대들이 과연 삼성을 위해 충성해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우리의 부모님들이야 무조건적으로 삼성아니면 LG 전자의 제품을 사용했다지만, 지금의 세대도 그렇게 높은 충성을 보여줄 수 잇을까?
이렇게 책으로, 기록으로 남겨졌다는 것도 희망을 갖게 한다. 실수는 되풀이 되어선 안된다. 기록은 그런 실수를 되풀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후대에 전해져 좋은 모범이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라도 큰 의미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