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만나는 나와 정다운 사람들 네버랜드 첫 명화 그림책 1
호박별 글, 문지후 그림, 이주헌 감수 / 시공주니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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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으로 여행을 갔을 때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의 명화를 보며 많은 감동과 함께 느낀 감정은 서운함이었다. 프라도 미술관은 평일 오후에 6시부터 8시까지 무료로 개방을 한다. 여행객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그 시간을 이용하여 많이 관람을 하였다. 긴 줄에 서 있으며 내가 명화를 보고 받게 될 감동의 크기를 짐작도 못했다. 학교에서 이미 미술 시간에 배웠던,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외웠던 명화들을 어떻게 하면 두 시간 안에 더 많이 볼 수 있을까, 기다리며 나는 그런 궁리만 했다.

하지만 넓디 넓은 프라도 미술관 안으로 한발짝 내딛는 순간, 내가 얼마나 편협한, 그리고 얕은 지식으로서의 미술교육만 받아왔는지 알게 되었다. 두시간 동안 밖에 볼 수 없는 시간적 제약이 갑자기 억울해졌다. 일주일, 아니 한달 동안 이 곳에 머물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직접 본 다양한 미술 작품은 진심으로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서운했다. 우리에게는 왜 이런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일까, 왜 금전적으로만 미술을 생각하게 했을까, 미술은 이해하기 어렵고, 다가가기 어려운 것이라는 틀은 누가 만들었을까? 그 때만큼은 정말 스페인 국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직접’ 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학교에서라도, 책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라도 우리의 예술을, 세계의 예술을 접할 수 있는 다양성이 존재치 않았던 내 어린 시절이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었다.

요즘 서점에 가면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 작품 뿐 아니라 역사, 게임, 사회, 문화 등을 다룬 책들이 많이 나와 있음을 본다. 대상은 바로 유아, 어린이, 청소년이다. 그런 책들을 보면서 친구와 ‘요새 애들은 정말 부러워. 내가 어렸을 때 이렇게 다양한 책이 있었다면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므르겠단 생각이 들어’ 이렇게 말했던게 생각난다.

어째 한탄이 길어진 느낌인데, 어린 유아들을 위해 책으로 다양한 명화들을 접하고 명화가 담고 있는 의미를 자연스레 전달해주는 <명화로 만나는 나와 정다운 사람들>을 보니 부러움이 커져 길게 얘기할 수 밖에 없었다.
 

 


 

제목에서 말하는 ‘나와 정다운 사람들’은 바로 가족, 그리고 친구였다.

엄마와 아이가 다정한 포즈로 껴안고 있는 엘리자베스 비제 르브륑의 <비제 르브륑과 그녀의 딸>이란 그림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엄마 뿐 아니라,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언니, 오빠, 친구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장면을 포착한 다양한 명화들이 줄을 잇는다. 정다운 사람들과의 즐거운 한 때를 보여주는 이 명화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에게 친숙한 가족이란 주제를 가진 그림을 보여주며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아빠는? 엄마는? 하며 질문도 해가며 책을 보아도 훌륭한 이야기거리를 찾을 수 있다.

세계의 명화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지만,  가족과 친구라는 정다운 사람들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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