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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9 39 - 열아홉, 스물아홉, 서른아홉 그녀들의 아슬아슬 연애사정! ㅣ 소담 한국 현대 소설 2
정수현.김영은.최수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0월
평점 :
독특했다.
그리고 마음에 든다.
한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 10대, 20대, 30대, 나이대가 다른 세 여성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점도 그렇고, 약속이나 한 듯 세 여자 모두 ‘쿨’해서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어떤’ 여자들은 그다지 사랑에 목숨걸지 않는다. 지금까지 텔레비전이나 영화 속 그녀들은 어쩌면 남자들의 ‘이상형’의 산물일지 모르겠다. 지나친 상상의 결과일지도 모르고.
자기(남자)들이 잘난줄 알아! 라고 외쳐보고플 정도로 왜 그렇게 남자에게 목숨을 거는지.
끝까지 ‘쿨’함을 내세우며 담담한 이런 여성도 있는 것이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곳이라는 걸 이제... 남자들도 알아줬음 싶다. 그러니 이 책은 남자들도 꼭 봤으면 좋겠다. 그래야 광안리 해변가에 ‘여자 혼자’ 조용히 앉아 사색할 수 있는 여유도 누릴수 있는거 아닌가, 풍광이 아름다운 제주 올레길도 ‘여자 혼자’ 편히 걸을 수 있고.
‘여자 혼자’ 여행 올수도 있는거지, 괜히 다가와 술한잔 혹은 차나 한잔 마시자 수작걸다 여자가 거절하면 ‘그럼 여기 왜 왔는데?’ 라는 미친 소리를 내뱉는 남자들은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
아, 괜히 혼자 욱했네. 이야기가 딴 데로 샌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차이한이라는 얼굴되고 몸되고 능력되고 더군다나 목소리까지 기막힌 이 남자도 거부당할 수 있는 것이다.
차이한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세 여자, 지아, 유현, 세진이 커피숍에서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각기 다른 로맨틱한 방법으로 사랑이 시작되었다. 각자의 사랑 안에서 행복해 하고 있는 그녀들에게 이런 양다리, 세다리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세 명의 여자를 동시에 만나고 있다는 걸 여자들에게 틀켜도 이 남자, 전혀 위축되거나 미안해하지 않는다.
‘너도 사랑해. 저 여자도, 그리고 저 여자도 사랑해.’ 당당하게 이렇게 말한다.
어쨌든 일은 벌어졌고, 이제 세 명의 여성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찔찔 짜면서 술이나 마시고, 인생 다 산 것처럼 망가지는 사람이 없어 마음에 든다. 19살은 좀 공감이 안됐지만 - 그건 아마도 내 나이 때문이기도 하겠다 - 29살의, 39살의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다른 무엇보다 우선 나자신을 놓치 않고 스스로에게 최선인 선택을 고민하는 그녀들이어서, 그리고 주변을 살펴 다른 이들을 걱정해주는 모습이어서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이야기에서 저렇게 멋진 남자지만 차이한은 주인공이 아니다. 철저히 세 여성의 입장에서 쓰여졌기 때문이다. 세 명의 시선은 차갑고, 침착하다. 어찌보면 오히려 그래서 건조하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것도 아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세상엔 이런 생각을 가진 여자들이 있다.
p303 나는 이제 삶이라는 불구덩이에 뛰어든 불나방이 아닌, 생의 신비를 만끽하는 나비가 되어 어디서든 아름답게 날고 싶다.
세상엔 정말... 할 것도 볼 것도 느낄 것도 생각할 것도 많은 그런 곳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