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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평점 :
원래 책을 구입할 때 다른 사람의 서평을 미리 읽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 책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읽어볼 수밖에 없었다. <보통의 존재>라는 제목을 김남희씨의 책 <일본의 걷고 싶은 길>이라는 책에서 발견했고, 나는 그게 알랭드 보통의 책이라 생각했다. 비행기 안에서 재밌게 빠져들어 읽었다는 책이어서 제목 그대로 검색해보았더니 노란색 표지가 인상적인 책 하나를 나에게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이 책이 그 책 맞는걸까?
그러다가 어떤 두사람의 글을 읽고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별하나의 박한 평점을 주고도 모자라 ‘개나 소나’를 거론하던 서평이었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이 문장이 있던 서평이었다.
내나이 서른 여덟.
나는 아직도 생의 의미를 명확하게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여전히 고민한다. (p38)
단 몇 줄의 글이 마음을 흔들었다. 아, 하는 감탄이 절로 입에서 흘러나왔다.
어쩜 이렇게 내 마음을 콕 집어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란색 표지가 상큼하게 다가오는 책은 누군가의 일기장같고, 넋두리 같았다.
그런데, 이 책... 그렇게 찌질하다가도 진한 감동을 주기도, 킥킥거리게 하는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나역시 살아가면서 느꼈던 감정, 깨달음을 이 책에서 발견하고는 아, 역시 인생은 대충 비슷하구나 하고 안심하기도 했다. 사실, 지금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 100% 확신하고, 자신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싶고, 인생 역시 그렇게 자신있게 확신에 넘쳐 사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이 책이 어느정도 그 의문을 풀어 주었기 때문이다. 다들 확신없이, 자신없이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알게 되었어도 전혀 슬프거나 아쉽지 않다.
책을 읽으며 불평이 전부였던 그 서평이 다시 떠올랐다.
그 사람은 이제 갓 세상에 나온 20대가 아닐까,
삶이 너무도 긍정적인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세상이 장밋빛으로만 보이는 사람 앞에 인생의 쓰디쓴 맛을 알려준다고 이해할수 있을까, 그게 어떤 것인지 과연 알수 있을까 싶다. 그 사람에게는 ‘보통의 존재’로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구질구질하고 특색없으며 가고싶지 않은 길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게 가장 어렵고 평범하며 다수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인지도 모르고.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니 분명 김남희씨가 즐겁게 읽었다는 책이 이 책이 맞는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주목받는 것은 성공한 사람들, 빛에 있는 사람들이다. 빛 반대쪽에 선 사람들이나 실패한 사람이나, 아니면 아예 도전도 못해본 사람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저자의 나이정도가 되면 이제 그런 사람의 삶이 눈에 들어오게 되고, 또 나역시 그렇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슬프지 않은건, 소박한 삶 속에도 무언가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희망’ ‘사랑’ ‘ 사람' 과 같은 따뜻한 체온을 가진 그런 것 말이다. 공감할만한 그런 내용들을 함께 나눌수 있어 좋았다.
끔찍이도 싫어하는 노란색을 표지로 썼다는 것도 어떤 도전인 듯 느껴져서 힘을 준다.
<보통의 존재>가 되어 주목받지 못하는 삶이어도 뭐 어떤가, 그게 인생이라는데. ^^
다만 난 꿈이라는게 누구에게나 쉽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가 알기로는 꿈이 없어서 고민하고, 꿈을 찾으려 애쓰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p37)
역시 조언이란 남의 상황을 빌어 자신에게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p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