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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첫 번째 걷기 여행 -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다독이는
김연미 지음 / 나무수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고 해야하나, <그녀의 첫 번째 걷기여행>이라는 약간은 무뚝뚝하게 다가오는 제목이 마음을 움직였다고 해야 하나, 호기심을 가지고 보던 책이었다.
첫 번째.. 하고 했으니 두 번째, 세 번째도 있겠구나...
이런 단순한 상상을 하며 책장을 넘긴다.
역시... 푹 빠져 읽게 된다. 어떤 책의 첫인상이 내용과 딱 맞아 떨어지면 참 기분이 좋아진다. 몽환적인 느낌의 사진도,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도, 그리고 내가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여행지도 마음에 남는다.
정말 우리나라에는 내가 가보지 못한, 숨겨진 비경이 아주 많았다. 이 책은 그런 장소를 아주 많이 내게 알려 주었다. 더 열심히,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경험을 하라고 내게 말하는 듯 하다. 무의식적으로 소개된 책들의 목록을 만들고, 여행지 중에 마음에 드는 곳을 수첩에 옮겨 적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고 다시 그 안을 < 아등바등 사는 자신을 돌아보고 싶을 때 >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 < 메마르고 차가워진 자신을 느낄 때 > < 사는게 두렵게 느껴질 때 > < 잔뜩 예민해진 신경을 이완시키고 싶을 때 > < 가족과 서먹해졌을 때 > < 낙심한 친구를 위로해주고 싶을 때 > < 애인없는 크리스마스가 두려울 때 > 등과 같은 상황별로 나누고 각각의 경우 어울리는 여행지를 추천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러한 배려가 조금 불편했다. 무언가 기대하지 않던 친절을 받는 것 처럼, 원하지 않는 칭찬을 퍼붓는 누군가를 만난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각 상황별로 맞는 여행지를 추천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거기에 어울리는 책, 함께 들으면 좋을 음악까지 추천해주는건 좀, 나쁘게 말한다면 괜한 오지랖처럼 느껴졌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다보면 그랬던 마음이 스르르 사라져 버린다. 괜한 오지랖이 아니라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는 그녀의 배려라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이 느껴졌다. 그러고나니 그녀가 선곡해준 음악을 모두 하나의 CD에 담아 들으면서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손수 걸으며 찾아낸 이 멋진 여행지들이 더 기억에 남을 듯 했다. 아니 음악을 들으며 여행지를 찾아가면 더 좋으려나?
정말 놀랍다.
어떤 감수성을 가지면 이렇게 예쁜 장소를 이렇게 담담하고 소박한 어조로 추천해줄 수 있을까. 찾아가보고 싶은 장소가 잔뜩이다.
그녀가 제시한 상황은 그저 참고로 해도 좋겠다. 사람은 모두 제각각이니 내 마음에는 다르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것까지 염두해두고 일러두기로 “ 이 책에 소개된 걷기 코스 및 숙박, 음식 등 모든 정보는 저자가 취재 후 소개했습니다. 정보에 따라서는 취향에 따라 저자의 감상과 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 라고 적어 두었다. 나중에 책을 다 읽고 이 부분을 읽게 되었는데 괜시리 피식 웃음이 났다. ‘ 못말려. 착한 사람인가봐..^^’
두 번째, 세 번째 아니 그 이상도 좋겠다. 그녀의 여행 이야기는 꾸준히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 역시 그녀의 추천 장소에 가서 멋진 추억 하나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길은 무수한 샛길을 만들고
무수한 선택을 요구한다.
인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덕적도 산길을 걷는다.
해답은 가슴 속에 있고
길은 그 가슴 밑바닥까지 들여다보게 한다. ( 책 속에서 p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