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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돌 - I.AM.DOL
김민서 지음 / 세계사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우와, 손에 잡자마자 빨려들 듯 시작해서 끝까지 읽어버렸다.
다른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막힘없이 쭉 이야기가 전개되어 간다. ‘아이돌’을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그것만 아니라면 나이든 사람도 읽고 충분히 공감할만한 내용이 많다. 저자는 아무래도 20대가 아니라 3,40대라고 믿을 수 밖에 없는 인생 경험이 많은가보다. 표지 뒤의 저자 사진을 보며 어떻게 이렇게 젊디 젊은 아이가 세상을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까하는 질투를 살짝 해본다.
‘아이엠돌’은 소설 속 아이돌 그룹명이다. 다섯명, 아이돌스러운 숫자로 구성된 다섯명은 그렇지만, 나이로 봐서는 결코 아이돌이 아니었다. 딱 한명만 빼고.
사법고시를 패스 후 전도 유망한 법조인의 길을 포기하고 온 차지완, ‘돼지새끼’라 불리며 살아온 서른 두 살 변덕현, 세기말 유명했던 아이돌 그룹 멤버였지만 이제는 인기에서 멀어진 지은호, OST전문 가수로 이제는 보컬 트레이너가 된 민정헌, 이렇게 서른을 넘기 네 명이 모였기 때문이다. 제외된 한명은 스물 두 살, 연습생으로 유명했지만 아이돌로 데뷔하지 못하고 기획사에서도 쫓겨난 선우 준이다.
이런 어떻게 보면 오합지졸들이 모여 6개월동안 준비하여 아이돌이 되겠다고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 앞에 놓인 건 혹독한 연습과 끈끈한 우정과 찬란한 비상과 진저리치는 배신이었다.
“ 나도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오랫동안 내 품에 있던 것이 실은 내 것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들이 있어. 직업이든, 연인이든, 돈이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다고 반드시 내 건 아닌거야. 원래 다른 사람에게 갔어야 하는 것인데, 미숙한 선택과 욕심 때문에 내게로 잘못 흘러들게 된 거야. 그걸 깨달았으면 그냥 보내줘야 해. 미련 갖지 말고. ” (p184)
“ 이런게 답이 될 수 있는 진 모르겠지만, 저는 행운이란 자신이 가야할 길을 알고 똑바로 걸어온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p328)
만족스러운 결말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선택한 것에, 열심히 노력한 그들에게 찾아온 행운에 미소짓게 된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신나고 즐거웠다. 군더더기 없이 확고한 이야기는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이런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