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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스 문도스 - 양쪽의 세계
권리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작가의 전작 <눈오는 아프리카>를 읽고 쓴 서평 말미에 내가 써놓은 말이다.
보통 이 말을 쓸 때에는 책 한권 가지고 평가를 못하겠으니 다음 작품을 읽고 욕을 할지, 기대할 것인지 평가하자는 유보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의 그림 <야마 자화상>을 찾아 전세계를 누비는 아들 유석의 이야기는, 흥미롭기는 했지만 모호했다. 중구난방 튀는 이야기의 갈피를 잡는 것도 힘들었고, 여행을 테마로 쓴 줄 알았는데, 해박한 그림에 대한 지식이 나열되는 것도 혼란스러웠다. 아는 것이 많다는 건 알겠는데, 그것을 차례 차례 정렬하는 방법을 몰라 헤매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다음 작품을 읽었을 때도 똑같은 기분이 든다면 이 작가의 작품을 읽지 말아야겠구나... 유보해 놓은 것이다.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을 읽을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암보스 문도스>
“ 나는 이 책이 서점과 도서관 직원들을 혼란스럽게 했으면 좋겠다. 여행기에 놓아야 할지, 철학에 놓아야 할지, 예술 일반에 놓아야 할지, 아니면 문학과 취미 사이 애매한 선반에 애매하게 놓아두어야 할지. ”
작가의 바람은 이랬으나 나는 이 책은 여행기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점점 친숙해져가고 있는 남아메리카 대륙과 유럽을 여행하고 쓴 여행기.
그러다가 문득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 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왠지 비슷한 느낌이 든다. 그럼 이 책은 소설인가?
또 <여행의 기술>이라는 책도 떠오른다. 으흠, 역시 여행기인건가?
독자들도 즐거운 혼란에 빠트리는 책은, 그러나 어느 쪽이든 괜찮을 성 싶다. 전작에 비해 훨씬 문장도 잘 다듬어져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물 흐르듯 그녀의 여행에 동행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잘 정돈되어 보이는 유럽의 혼란스러움과 혼란스러울 거라 생각했던 남미의 열정과 명랑함을 읽는 일은 즐거웠다.
서른 살을 지나칠 때 통과 의례같이 찾아오는 쓸쓸함, 두려움, 혼란과 같은 감정도 깊이 공감된다.
“ 나는 인생의 자잘한 법칙을 완전히 하나의 꼬치 안에 꿰어버린 것 같은 기분을 느꼈고, 이제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 틀 안을 벗어날 수 없다는 회의에 빠지고 말았다. ” (p188)
감히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서른 살이 되어도, 마흔 살이 되어도, 안정될 것 같았던 나이가 되어서도 혼란스러움은 계속 될 것인데, 그 감정을 겪고 난 후 얻은 깨달음을 부디 깊이 깊이 마음에 새겨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암보스 문도스>에 자신이 깨달은 것을 적어 놓았다. 그리고 그 기분을 이렇게 말한다. “ 벼룩이 득실거리는 개보다 행복하다.” 고.
평생 여행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라고 누군가는 꿈꾼다. 나도 꿈꾼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몸소 실현해 가고 있다.
한쪽의 세계에서 아등바등 사는 것도 힘겨운데, 다른쪽의 세계를 하나 더 만들고 양쪽을 번갈아가며 힘들게, 그렇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냐?
라는 질문의 해답은 자기 자신의 마음에 들어 있다. <암보스 문도스>를 통해서 우리가 본 것은 권 리 라고 하는 사람의 해답이었다. 이게 무슨 소린지 궁금하다면, 이 책 <암보스 문도스>를 건네고 싶다. 역시 세상은 넓고, 생각은 그 넓이만큼 가득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