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과 관련된 이야기는 언제나 나를 흥분시킨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소설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를 보면 로맨스 소설만 취급하는 헌책방 어제일리어에서 벌어지는 사건 뿐 아니라, 로맨스 소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나와 흥미로웠다. 책을 통해 여행이 시작되는 에세이 < 책걷기> 나 <여행자의 독서>도 재밌고, <굴라쉬 브런치>에서 언급된 처음들어보는 작가와 책 이야기도 나를 즐겁게 한다.

그래서 <추상오단장>의 첫장을 넘기기 전부터 기대가 가득 차올랐다. 아마 어떤 이야기가 펼쳐졌어도 나는 그저 입 헤- 벌리고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다 읽고 난 지금 또 하나의 재밌는 이야기에 만족한다.

고서점 스고 서점을 배경으로 한 것도, ‘리들 스토리’라는 소설 형식에 대해 알게 된 것도, 다섯 개의 소설이 모여 하나의 큰 사건을 가리키고 있다는 설정도 다 좋다.

“ 아버지가 <호천>에 보낸 소설은 리들 스토리riddle story였다고 합니다. 리들 스토리가 뭔지 아시나요? ”

요시미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 판단을 독자에게 맡기고 결말을 쓰지 않은 소설 말이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덤불 속>같은 작품이요.” (p43)

“ 리들 스토리 중에는 소설로서는 매력적이지만 적절한 결말이라 할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클리브랜드 모펫이라는 작가의 <수수께끼 카드>같은 작품이죠. 어설프게 결말을 갖다 붙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재미있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단순히 결말을 써 놓았던 카노 코쿠뱌쿠는 진지한 작가였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p125)

이와 같은 의미를 가졌던 다섯 개의 리들 스토리를 찾아 달라고 스고 서점으로 키타자토 카나코가 찾아온다. 소설이라곤 쓸 줄 몰랐을 것 같던 아버지가 남긴 그 소설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알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큰아버지의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요시미츠는 그녀가 제시한 보상에 혹해 부탁을 받아들인다. 제목과 발표 시기 정도만 알고 다른 정보가 별로 없던 그 다섯 개의 소설을 찾기 위해 요시미츠는 동분서주한다. 카나코가, 혹은 같은 서점에서 일하는 쇼코가, 아르바이트 하던 서점에 있던 타쿠치가 알려준 단서로 하나씩 소설을 찾아가는 요시미츠.

소설을 찾아가는 일은 그에게도 큰 의미가 되어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가세가 기울어 다니던 학교도 쉬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요시미츠도 소설을 찾아가며, 소설에 담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가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선택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두사람의 인생이 담겨서일까. 이야기는 시종일관 진지하고 담담한 분위기에서 전개된다.

책과 관련된 조각, 조각을 모아 큰 퍼즐을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그림을 보며 쓸쓸하고 마음아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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