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3 - 1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3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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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최치수가 죽고난 이후의 평사리의 이야기이다. 최치수의 죽음과 관련된 세사람, 귀녀, 칠성이, 평산. 하지만 이 세명에서 끝나지 않는다. 귀녀에게는 강포수가, 칠성에게는 임이네와 자식들, 평산에게는 아내 함안댁과 아들 거복, 한복이 있다. 두 사람의 욕심이 불러일으킨 이 사건으로 마을은 한바탕 난리가 난다. 이후 최참판댁 재물을 노리고 서울에서 조준구가 내려오고 마을에 흉년이 들고, 역병이 돌게됨으로 사람들 인심은 박해지고 흉흉해진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먹을 것이 귀해지자 사람들은 마음 속에 저마다의 분노를 키우고 분쟁의 씨앗을 뿌리게 되는 것이다.

그 와중에 서희는 무럭무럭 자라난다.

“ 작은 독수리였을까 작은 늑대였을까, 어여뿐 꽃, 구슬같은 차갑고 맑은 빛, 서희는 그런 온갖 것을 벌써부터 지니고 있는 듯싶었다. ” (p117)

이 문장이 마음에 드는건 서희의 외적 모습 뿐 아니라 숨겨진 내면까지 잘 포착해내었기 때문이다. 윤씨부인이 짐작한대로 세상은 변화하게 될 것이다. 최참판댁의 입장에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겠지만 윤씨 부인의 마음처럼 그리 변화가 두렵지는 않다. 당당하게 크고 있는 서희에 대한 믿음때문에라도 더욱 그렇다. 아직은 어린 서희지만,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그리고 그녀를 지켜내려고 하는 하인들로 인해 더욱 단단해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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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걷다 : 이야기가 있는 동네 기행 희망제작소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총서 9
김기홍 외 지음, 이지용 사진 / 이매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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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된 것은 아무래도 1박 2일을 통해 알게된 대구의 새로움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대구 골목골목이 가진 매력이 내게 오라 손직하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정작 대구를 찾게된 건 한참 후의 일이지만 말이다.

대구로 출발하기 전 책부터 챙겼다. 영남일보 기자들이 대구 골목을 알리기 위해 썼다는 책이었다. <그녀의 첫 번째 걷기여행> 책에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써놓았다.

“ 단체 골목투어가 불편하다면 영남일보 기자 여섯 명이 쓴 책 <골목을 걷다>를 참고하면 좋다. 대구의 다양한 골목을 구석구석 소개한다.”

책은 열심히 읽었지만 어째 뭔가 미흡하다. 그게 뭔지는 대구에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다.

대구는 참 신기한 곳이다. 동대구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는 서울과 별다를거 없는 풍경에 살짝 실망을 했지만 걸어서 찾아가본 골목 골목은 그곳을 떠나온 지금도, 아니 어쩌면 오랜 시간 기억될만큼 독특하고 매력적이었다. 직접 찾아가본 장소에서 책을 펼쳐 읽으니 그대로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아, 이런 의미가 있는 곳이구나, 여기서 이런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구나, 정말 그 때 그 모습 그대로구나... 떠오르는 생각과 깨달음이 참 많았다.

<골목을 걷다> 책은 그렇게 대구 여행을 알차게 만들어 주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골목 골목 세부적인 면에서는 좋은데, 전체적인 큰 그림이 부족해서 여행 동선 짜기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6페이지에 있는 경상감영공원과 150페이지의 문화재 은행은 딱 붙어 있다. 76페이지 동성로 바로 옆에는 174페이지의 교동 시장이 있다. 

지금이야 몸으로 움직이고 눈으로 익혔기 때문에 장소가 서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지만 떠나기 전에 알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대구 여행을 준비하고 대구의 깊이를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책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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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
기노시타 한타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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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악몽의 관람차>를 아주 재밌게, 인상깊게 읽었다. 뭐랄까... 잘 짜여진 계획이 순서대로 물흐르듯 착착 진행되어 성공에 이른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괜찮은 작가라 생각했는데, 그 뒤로 읽은 다른 작품으로 점수를 잃어가더니 이번 책으로 더 이상 다른 작품을 찾아 보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이 커서 그럴까?

이 책은 악몽 시리즈보다 나중에 발표된 작품일까? 그렇다면 작가의 역량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작가가 되기 위해 끄적끄적,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를 만들어본게 아니라면 <악몽 시리즈>라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놓고, 어떻게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는 것일까.

폭주 가족이라고 불리는 이 가족 구성원은 저마다 나름의 속사정을 숨기고 있다. 근데 그 사정이라는 것이 참, 공감되지 않는다. 제대로된 사람 하나 없고, 그 가족들이 일으키는 사건은 만들어낸 듯 억지스럽기만 하다.

공개적으로 자유 연애를 하는 아빠 겐키, ‘테레사 수녀’라고 불릴만큼 봉사 활동에 여념없지만 사실 남편의 유산을 노리는 엄마 치사토, 세 번의 결혼, 세 번의 이혼을 거쳤지만 개념없는 유비코, 가정교사와 그렇고 그런 관계를 맺는 아들 아유무, 가정교사 한나...

이들이 여행을 떠난다. 아버지가 바람피운 상대에게 차여서 위로차 떠나는 여행이란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이었지만, 상황은 꼬이고 변화하고, 이상해져만 간다.

하여튼 억지로 억지로 읽어냈지만, 끝까지 혀를 차며 ‘ 도대체 이런 말도 안되는...’ 투덜 투덜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다만 글을 읽으면 머릿속으로 영상이 펼쳐지게 하는 작가의 능력은 더욱 단단해진 듯 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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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2 - 1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2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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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권을 채우고 있는 것은 버림받은 최치수의 차가운, 날카로운 마음이다.

또 다른 남자 용이의 공허하고 애절한 마음이다.

귀녀의 욕망과 그에 반응하는 칠성이와 평산의 어긋난 욕심이다.

사건은 숨가쁘게 전개된다. 이 모든 사건들이 모여서 나중에 크나큰 이야기의 축이 되어주겠지만, 따라가기가 벅차다. 가끔은 가만히 서서 최치수의 마음을, 귀녀의 마음을 그리고 인물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싶지만, 그럴 틈을 주지 않는다.

각각의 인물들이 세우는 팽팽한 긴장의 끈이 한시도 가만두지 않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아들이면서도 항시 서로를 견제하는 윤씨 부인과 최치수의 관계처럼 말이다.

노비 구천과 사라진 별당아씨의 뒤를 쫓기 위해 산을 타는 최치수. 이 남자의 마음은 대체 어떤 것일까? 외간 남자를 마음에 들인 아내에 대한 복수심일까, 아니면 그저 어머니의 비밀을 알고 싶어하는 버림받은 아들의 고독한 마음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도대체 무엇일까.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겨우 한숨돌리며 그의 마음을 넘겨짚어본다. 이미 늦은 일이지만 말이다. 마음 한켠에서는 어서 3권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하라고 종용한다. 그래야 다음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까지의 사건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평사리 최참판댁과 그 동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훑으면서도, 소설은 역사적인 사건 또한 놓치지 않는다.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는 세상, 아녀자와 백정까지 모여 시국을 논하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을 통해 이제 곧 역사의 소용돌이가 이곳, 시골 평사리까지 덮치겠구나... 하는 넘겨짚어보게끔 한다.

토속적이고, 끈끈한 욕망이 도처에 있지만, 소설은 ‘선’을 넘지 않는다. 어쩌면 이렇게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서술할수 있는지, 그러면서도 긴장을 놓치지 않을수 있는지... 이게 <토지>가 가지고 있는 힘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토지>는 양반집 규수같은 느낌이다. 도도하면서도 절도있으며 단호하다. 새초롬하면서도 샐쭉하다. 매력적이다.

역시 얼른 3권을 펼쳐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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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등급 그녀
진소라 지음 / 예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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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계속 궁금했다. 결혼 정보 회사에서 제공한다는 설문에 응하면 도대체 나는 몇등급일지.  소, 돼지도 아닌 인간인데, 인간에게도 등급을 매길 수 있단다. 물론 회사의 입장에서, 자본주의 논리로 따져 고객이 모두 똑같아 보일리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참 많이 씁쓸하다. 돈, 직업, 외모가 분명 그 등급을 나누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임을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아, 이 문제를 가볍게 넘길 수만 있다면 이야기는 발랄하고, 재밌다.

주인공 고우신. 세탁소집 딸. 고졸에다가 일년동안 아버지 병간호 하느라 직업도 없다. 딱히 무엇을 하고 싶다는 꿈도 없고, 완성(?)되면 엄마에게 짠-하고 내놓을 예정이었던 애인도 그녀를 배신하고 다른 부잣집 여자에게 간다.

전 남친의 결혼식날. 전남친 뿐 아니라 이별을 사주한 원수 윤승완, ‘적’보다도 더 먼 관계인 엄마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을 알게된 우신은 작전을 짠다.

과연 그녀의 복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처음에 달콤한 로맨스일거라 생각했던 이야기는 읽어나갈수록 그보다는 한사람의 성장 소설이라고 하기에 더 어울리는 내용을 가지고 있었다. 꿈이 없었던 그녀가 어떤 꿈을 가지게 되고, 사랑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모든 것을 가진 그녀의 앞에는 전진하는 것만 남았다.

전남친에게 복수하기 위해 세운 계획, 고우신과 돌아가신 아버지 고장수씨에 얽힌 이야기. 세탁과 관련된 이야기, 결혼 정보 회사 등등 소소한 소재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잔잔한 재미를 던져준다. 좀 더 매끄럽게 다듬어져서 기승전결이 확실하게 하나하나의 사건이 잘 매듭지어 넘어갔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너무 많은 사건이 일어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해서 정신은 없지만, 가끔씩 보이는 단 한줄로 정의되는 그녀만의 깨달음에는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스물 일곱이 되어서, 전부를 잃고 1억이 든 통장 하나 겨우 손에 쥐고서야 알아버렸다. 결국 결과가 모든 걸 말해준다는 걸. (p31)

“ 깊은 상처를 입어본 사람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없어요. 얼마나 아픈지 아니까......”

“ 뭐?”

“ 그리고 스스로 상처를 치유할 줄도 알죠. ” (p196)

결혼 정보 회사에서 D등급을 받으면 그리 좋은 조건의 결혼 상대자가 아니라는 말이지만, 국제적인 기준으로 다이아몬드 색깔에서 D등급은 최상급을 의미한다고 한다.

누군가가 정해준 등급이 대체 무슨 의미란 말이더냐. 고우신의 말대로 내가 생각하기에 스스로가 최상급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싶다. 자신감이 먼저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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