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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아래
야쿠마루 가쿠 지음, 양수현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운동을 하러 다니는 길에 초등학교가 하나 있다. 평일에는 정문을 개방해 놓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시간에는 닫혀 있게 되었고, 무언가 뚝딱뚝딱 만드나 싶었는데, 완성되고 보니 ‘학교 보안관’이 근무할 곳이었다. 학교도 보안업체가 지키고 있다고 했고, CCTV 역시 설치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언제부터 우리의 학교가 이렇게 철통 보안을 자랑하는 곳이 되었던가...
아무래도 세상이 점점 흉흉해지고, 아이들을 노리는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게 되다 보니 학교는 점점 폐쇄적이 되어가고, 낯선 이는 무조건 경계 대상이 되는 그런 세상에 살게 된 것이다. 참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겠지만, 언론에서 접하게 되는 사건을 보면 어쩌면 더욱 더 보안에 신경써야 할 것은 아닌가, 더 폐쇄적이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지기만 한다.
그만큼 범죄의 양상이 너무 잔인하고 추악해져만 가고 있다.
<어둠 아래>는 이처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것도 여자 아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이야기이다. 단순히 범죄가 발생하고 수사관들이 수사에 나서 범인을 검거하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한층 더 깊이 들어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살해하는 범인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 또 하나 범죄의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우리는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는 여자나 어린 아이와 같은 약자를 향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 특히나 그것이 성과 관련된 것이면 더욱 다른 범죄보다 중형을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다른 범죄에 비해 당하는 피해자를 심각하게 망가뜨리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으로 동생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나가세 형사와 ‘상송’이라고 자신을 지칭하는 범인에 대한 그의 생각에 공감하게 되는 건 그래서 였는지 모르겠다.
/ 내 안에도 상송이 있습니다. 상송이 악인지 정의인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사법에게는 틀림없는 악이고, 소중한 사람을 비열한 범죄로 잃은 사람에게는, 어쩌면 정의일지도 모릅니다. (p242)/
관조자의 입장에서라면 사실,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라면서 범죄자를 단죄하는 자들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보일 수 있겠지만, 만약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스스로가 피해자가 된다면, 부실한 사법체계 안에서 죄를 충분히 받지 않는 범죄자를 보게 되고, 악마와 같은 그의 피해자가 된다면 그때에는 모두 나가세와 같은 입장이 되질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 범죄 드라마를 보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성범죄와 관련된 피해자는 평생에 걸쳐 후유증에 시달리거나 감당할 수 없어지면 자살을 하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많이 보이고 있었다. 언제나 경찰은 사건이 벌어져야 출동하고, 범인은 경찰 위에 있기도 한다. <어둠 아래>의 결론은 어쩌면 그런 현실에 대한 일종의 복수가 아닐까? 싶다.
<어둠 아래>에서 보여주는 범죄는 옳다, 그르다의 문제뿐 아니라 무엇이 더 피해자를 위로하는 것인지, 범죄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는질문을 던지고 있다. 틀에 박힌 정답을 내놓기 보다 최선의 선택이랄 수 있는 답은, 과연 무엇일지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