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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또르 씨의 시간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이재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엑또르 씨는 정신과 의사이다. 그에게 오는 환자들을 생각하면서 그는 ‘시간’에 관해 생각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남을 느꼈다. 시간이 점점 느려져서 자신만의 시간을 더 갖길 바라는 사빈, “결정”울 자신의 마음대로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꼬마 엑또르,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만-특히나 자신의 아내가 자신을 사랑하던 그 때로- 결코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위베르.. 등등
“ 깊이 생각했지만 해답을 구하지 못했을 때 늘 그랬던 것처럼 엑또르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 (p58)
자신의 환자들 덕분에 “ 시간” 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 엑또르는 그것을 탐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러면서 만나게 되는 노스님, 에두아르, 엘레오노르......
엑또르 씨의 시간여행은 꿈과 현실을 넘나들고, 추운 극지방부터, 중국, 지중해의 나라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어진다. 그리고 그런 여행 속에서 엑또르는 끊임없는 사유를 통해 아직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작은 수첩에 자신만의 깨달음을 적는다. 25가지나 되는 그 사유를 통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 시간” 에 대한 생각을 해보길 권유한다.
- 당신만을 위한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보라. 잠자는 시간을 계산하지 말 것(대신, 사무실에서 자는 시간은 계산할 것).
- 나이든 사람을 만나거든 그 사람의 젊은 시절을 늘 상상하라.
- 당신은 바뀔 수 있는 것을 바꾸려고 애쓰며 시간을 보내는가? 바뀔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애쓰며 시간을 보내는가? 당신은 이 두 가지를 구별하며 시간을 보내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
책을 읽는 것인지..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두가지 다 하고 있는 것인지..
엑또르 씨의 다정다감한 말투에 젖어들어 그의 여행에 동참하다가 보면 혼란스러워진다.
물론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은 혼란스러움이 계속 될 것이고 “ 시간” 이라는 것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엑또르씨는 깨달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는 “ 시간” 에 대한 고민은 계속된다.
거기에 덧붙여 ‘시간“ 이라는 것을 통해 보여지는 ” 프랑스 사람들의 철학적 깊이“ 에 대한 부러움도 한번 이야기하고 싶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에서도..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을 읽을 때에도..
기욤 뮈소의 책에서도..
그리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프랑스 소설에서 보여지는 “ 니체, 에피쿠로스 학파, 칸트, 하이데거...... ” 와 같은 철학자의 이름, 학파 뿐만 아니라 각각의 주장들까지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소설의 내용이(작가의 실력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문화가 그런 것인가? 프랑스인들은 그러한 것에 대해 정말 교육을 통해 철저히 배우고 있는지.. 너무 자연스럽게... 그리고 전혀 어렵지 않다는 듯.. 소설 속에 사르르 스며들어 있는 것을 보면 항상 부럽기만 하다.
오랜만에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는 책.. 부러움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다.
엑또르 씨의 시간 여행을 통해 나도 나만의 시간 여행을 한번 떠나봐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