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드득 뽀드득 튼튼한 이 아이세움 지식그림책 26
에드워드 밀러 지음, 윤소영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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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이집에서 근무를 했었다. 어린이집에서의 점심시간은 정말 전쟁이다. 6-7세의 경우는 그나마 좀 나은데, 4세반의 경우는 그 전쟁에다가 전쟁을 더 붙이고 싶을 만큼의 전쟁인 시간이 바로 점심시간이었다. 밥먹을 때도 서툴러서 바닥에 밥이면 반찬을 질질 흘리며 먹는 아이들인데 양치질이야 말해 무엇하랴.. 3월에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붙잡고 칫솔에 치약 짜는 법부터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나서는 대강대강 얼른얼른 닦고 교실로 돌아가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감시(?)하며 하나하나 확인도 해줘야 한다. (직접 닦아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이 양치질의 중요성을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일년에 한번 정도는 보건소에서 나와 아이들에게 이닦기의 중요성이나 이 닦는 법 등을 교육해주고 가지만, 효과가 짧은지라 선생님은 언제나 부족하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본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그거다! 오호! 어린이집에서 교육 교재로 딱인데!

‘이도 나이를 먹어요’ ‘ 이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충치’ ‘ 이닦기’ ‘치과에 가요’ ‘치솔질’ ‘이에 좋은 것’  ...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줄 모른다. 이닦기에 관한한 이만한 내용이상이 없을 것 같다.  이걸 선생님들한테 선물해야겠구나! (이제 나는 더 이상 선생님이 아니기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두고두고 아이들이 잊을만 할때마다 한번씩 읽어주며 이닦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줄 수 있고, 중간중간 나오는 이에 관한 이야기들도 재밌게 기억하고 서로 이야기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참, 빼먹을 뻔했다.. 중간중간 나오는 그 이야기.. 이를 빼고 난 후 각 나라마다 어떻게 하는지.. 에 관한 그 이야기가 참 재밌다. 요건 6-7세 아이들을 위한 내용..^.^

  아이들에게 주입식으로 다가가지 않고 이렇게 동화를 읽어주듯이 재밌게 ‘튼튼한 이’의 소중함을 알려주는게 참 좋았다. ‘튼튼한 이’는 그냥 가질 수 없고 그만한 정성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걸 아는 어른이기에 더욱 공감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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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남긴 한 마디 - 아지즈 네신의 삐뚜름한 세상 이야기 마음이 자라는 나무 19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이종균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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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 개가 남겼다는 한마디가 대체 뭘까? ’ 였다. 조금 얇은 듯한 두께의 책에 꽃으로 둘러싼 관 안에 누워있는 여우같기도 하고 개같기도 한 동물을 보며 그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간다. 도대체 뭘까?

‘내 이름은 빨강’ 이후 두 번째 터키 작가이다. 옮긴이의 약력을 보니 이분이 <내 이름은 빨강>도 번역하셨단다. 왠지 뭔가 인연인 듯 기분이 좋아진다. 도대체 왠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이 책은 짧지만 강렬하기 그지없는 우화같은 글이 여럿 담겨 있다.

조롱, 비판, 위선, 모순, 부조리...

이라는 단어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내용들이다.
아!
하고 무릎을 탁! 칠만한 내용들이 많다.

예를 들어 “ 아주 무서운 농담” 의 글에 나오는 통치자, 경호실장, 총리, 내무부 장관 등은 농담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 설마 나? ” 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오히려 그 농담을 전해주는 사람은 전전긍긍하게 된다. 왜 자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걸까? 이렇게.

그리고 읽고 있는 나는 참나... 왜 다들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거지.. 하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가 움찔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도 찔리지 않는자, 마음껏 세상을 비웃어라>

라는 홍보 문구를 보고 마음껏 등장인물을 비웃었는데 그 칼끝이 나 자신을 향해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얼마나 창피한 일일까... 싶어져서다. 털어서 먼지 안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솝우화를 읽으면서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듯이 이 책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끔 하는 풍자가 가득하다. 그리고 지나간 일을 다시 되풀이하는 실수를 다시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잘못들 속에서 내가 변하지 않으면 무엇도 변할 수 없다는 생각도 한다.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개가 남긴 한마디...... 무엇일꺼라 기대했는가?

개는 말을 못한다. 인간의 욕심이 언제나 문제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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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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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돌아왔다. “ 이제 다시 연애다!” 라는 주장은 작가 스스로의 외침이었다. <악인>이라는 작품을 통해 인간 내면의 심리를 으스스하게 전해 나를 깜짝 놀래키더니.. 이제 다시 잔잔한 연애 소설로 다시 찾아왔다.  “ 돌아와서 기뻐 ” 란 인사말을 그에게 전하고 싶어진다.

‘독한’느낌의 그의 글도 싫은 건 아니지만 왠지 나는 이렇게 무심한 듯 달달하게 심리를 표현해 내는 그의 작품이 좋다.

  연애 소설을 쓸 때 요시다 슈이치는 “ 우선 장소를 정하고 거기서부터 얘기를 끌어내는 방식” 을 선택한다고 하는데, 이번 작품의 장소는 도쿄이다. 도쿄를 배경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슌페이와 들을 수 없는 쿄코가 만난다. 그리고 사랑하게 된다.

슌페이가 쿄코에게 다가선건 어쩌면 단순한 호기심이었을지 모르겠다. 그녀는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대화를 하려면 메모지가 필요하거나, 아니면 서로의 얼굴을 빤히 쳐다봐야만 소통할 수 있다. 만약 그녀가, 그가 고개를 돌리거나 등을 돌리는 순간 소통은 이루어질 수 없고 각자는 오롯이 혼자가 될 수 있다. 그녀는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러한 생활에 익숙하지만.. 그는 아니다. 그동안의 연애를 통해 기다리지 못하고 전화하고 문자하고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그녀들에게 질린 슌페이에게 어쩌면 쿄코의 약간은 불편한 소통 방식은 탈출구가 되어 줄 수도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은 것이다.  슌페이는 어쩌면 사랑에 관해서는 제 욕심만 차리는 어린아이 같은 태도를 가졌는지 모르겠다. 자기가 원할 때만 찾는 사랑을.. 자기가 소통하고 싶을 때만 소통하는 사랑을 보여주는 슌페이를 쿄코는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쿄코는 들을 수 없을 뿐이지 아마 다른 감각은 슌페이보다 더 예민했을 것이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몸으로, 공기로 전해주는 그의 마음을 그보다 먼저 알아챘을테니까..

  그래도 사랑이 위대한 건..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게 한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아주 간단한 한마디 말로 충분히 마음을 드러낼 수 있다. 그래서 슌페이의 <보고싶어>란 문자에 나도 빙그레 웃음이 지어진다. 슌페이... 이제 당신도 느낄 수 있죠? 코쿄의 사랑을..

  오랜만에 보는 요시다 슈이치의 잔잔하지만 여운이 오래가는 사랑에 푹 빠졌다 정신을 차린다. 일상을 아름답게 보게 만드는 그의 작품의 여운은 정말 한동안 나를 사로잡을 것이다. <7월 24일 거리>를 보고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찾아갔는데, 이 책을 보고는 배경이 된 도쿄의 공원을 찾아가 슌페이의, 그리고 쿄코의 흔적을 찾아 헤매게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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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파는 나라 일본 - 콘텐츠 강국 일본의 이색 테마 공간
김현정 외 지음 / 미래의창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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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은 여행 관련 서적은 아닌 것 같다는 점.

대학원 네 명이 모여서 쓴 글인데,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일본에 있는 열 여섯 곳의 박물관(혹은 미술관), 놀이 공원 등등에 있는 콘텐츠를 연구하고 우리나라에 소개하려는 목적을 가진 책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주제를 가지고 쓴 책이 없어 교재(?) 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든 책인 듯도 싶다.

 

  그렇지만... 표지의 빨강색이 너무도 예쁘고, 각각의 동그라미 안의 사진이 마음에 들어 골라 보게 되었다.

몇 군데는 내가 가본 곳도 있고, 처음 보는 곳도 있고, 알고 있는 곳도 있었다. 그래서...

가보고 싶은 곳은 또 작은 수첩에 적어 놓았다.

책을 보면서..

일본의 앞선 콘텐츠 활용 능력과 개발 능력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리고 한번 보고 끝인 것이 아니라 계속 찾고 싶게 만든다는 점이  부럽기도 했다. 자국의 것이 아닌 것도 자국화 시키려 한다는 것을 보고는... 역시 대단한 나라구나 했다. 

 

 책에 나온 내용으로 이 책을 소개해 보자면 이렇다. 

-  전통, 유럽, 음식, 환타지라는 4개의 분류

'전통과 시소타기' 일본 전통의 역사, 문화를 소재로 한 테마공간

'유럽아 사랑해' 자국의 콘텐츠가 아니면서도 그것을 일본화 시킨 발상의 유연함이 돋보인 테마공간

'맛좋은 공간' 눈으로 보고, 코로 맡고, 혀로 맛보는 오감이 살아 있는 테마공간

'환타지 천국' 꿈으로만 존재했던, 환상으로만 머물렀던 소망들을 실현시켜주는 테마공간

  

이러한 분류에 따라 교토의 시구레덴, 오사카의 역사 박물관, 하코네의 어린왕자 박물관, 유리의 숲 등 모두 16 곳이 언급되어 있다.

하지만 딱딱하지 않고 어떤 장점이 돋보이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접근해야할지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을 전개해서 읽는데 어렵거나 부담스럽지는 않다고 본다.

 

다만 나처럼 환율이 너무 높아 직접 가지는 못하고, 책으로나마 여행을 떠나고 싶어 선택한 사람이라면 조금 실망할지 모르겠다.

사진도 컬러도 아니고,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쓰여진 책이라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새로운 곳을 알게 되는 즐거움으로 나는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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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또르 씨의 시간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이재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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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또르 씨는 정신과 의사이다. 그에게 오는 환자들을 생각하면서 그는 ‘시간’에 관해 생각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남을 느꼈다. 시간이 점점 느려져서 자신만의 시간을 더 갖길 바라는 사빈, “결정”울 자신의 마음대로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꼬마 엑또르,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만-특히나 자신의 아내가 자신을 사랑하던 그 때로- 결코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위베르.. 등등

“ 깊이 생각했지만 해답을 구하지 못했을 때 늘 그랬던 것처럼 엑또르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 (p58) 

  자신의 환자들 덕분에 “ 시간” 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 엑또르는 그것을 탐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러면서 만나게 되는 노스님, 에두아르, 엘레오노르......

 엑또르 씨의 시간여행은 꿈과 현실을 넘나들고, 추운 극지방부터, 중국, 지중해의 나라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어진다. 그리고 그런 여행 속에서 엑또르는 끊임없는 사유를 통해 아직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작은 수첩에 자신만의 깨달음을 적는다. 25가지나 되는 그 사유를 통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 시간” 에 대한 생각을 해보길 권유한다.

- 당신만을 위한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보라. 잠자는 시간을 계산하지 말 것(대신, 사무실에서 자는 시간은 계산할 것).
-  나이든 사람을 만나거든 그 사람의 젊은 시절을 늘 상상하라.
-  당신은 바뀔 수 있는 것을 바꾸려고 애쓰며 시간을 보내는가? 바뀔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애쓰며 시간을 보내는가? 당신은 이 두 가지를 구별하며 시간을 보내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 

책을 읽는 것인지..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두가지 다 하고 있는 것인지..

엑또르 씨의 다정다감한 말투에 젖어들어 그의 여행에 동참하다가 보면 혼란스러워진다.

물론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은 혼란스러움이 계속 될 것이고 “ 시간” 이라는 것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엑또르씨는 깨달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는 “ 시간” 에 대한 고민은 계속된다.

 거기에 덧붙여 ‘시간“ 이라는 것을 통해 보여지는 ” 프랑스 사람들의 철학적 깊이“ 에 대한 부러움도 한번 이야기하고 싶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에서도..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을 읽을 때에도..

기욤 뮈소의 책에서도..

그리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프랑스 소설에서 보여지는 “ 니체, 에피쿠로스 학파, 칸트, 하이데거......   ” 와 같은 철학자의 이름, 학파 뿐만 아니라 각각의 주장들까지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소설의 내용이(작가의 실력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문화가 그런 것인가? 프랑스인들은 그러한 것에 대해 정말 교육을 통해 철저히 배우고 있는지.. 너무 자연스럽게... 그리고 전혀 어렵지 않다는 듯.. 소설 속에 사르르 스며들어 있는 것을 보면 항상 부럽기만 하다.

  오랜만에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는 책.. 부러움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다.

엑또르 씨의 시간 여행을 통해 나도 나만의 시간 여행을 한번 떠나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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