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의 결 - 뷰티 다큐
고현정 지음, 조애경 감수 / 중앙M&B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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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고현정’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뷰티법도 참 여러 가지던데, 재미는 있어요. 추측이거나 부풀려지거나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빠진 경우가 더 많지만. 그래서 내가 직접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몰라요. 내 이야기라고 하는 실제로는 아닌 게 더 많으니까.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쏙 빠진 경우가 많으니까. 내 이야기는 나만 할 수 있으니까. (p20) /

드디어 고현정, 고배우가 입을 열었다. 갖가지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녀가 입을 열었다고 하니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한창 잘나가던 때에 재벌가 며느리가 되었다, 어느 순간 갖가지 소문이 난무한 가운데 이혼을 했고, 이혼을 한 후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연기를 하고, 그래서 이제는 뭐랄까, 거물로 성장한 그녀였기에 더욱 그렇다.

고배우가 아닌 다른 사람이 책을 냈다 해도 이렇게 관심이 생길까? 생각해본다.

역시 고배우니까. 그녀니까 관심이 생긴거다.

사실, 뷰티 노하우를 말하는 책이었다면 솔직히 나는 실망했을지 모르겠다.

그런건 굳이 누군가의 이름을 내건 책이 아니어도 한달에 한번씩 나오는 잡지에도, 텔레비전에도, 인터넷에서 차고 넘치게 많은 정보가 있다. 눈썹을 이렇게 그리고 아이새도우로 눈두덩이 어느 부분에서 시작해서 색을 칠하고, 입술은 이런 모양으로 그리고 마무리는 이렇게... 세상 사람들의 얼굴이 일률적으로 생기지 않았을텐데, 대부분 비슷한 방식으로 화장법을 설명하고 있는 뷰티법은 질리게 들어왔다.  그런 방법을 안 따라해본것도 아니다. 열심히 비슷하게 그려보아도, 나중에 거울 속에서 나를 보고 있는건 어색한 나일뿐이다. 한번 두 번 실패하다가 결국 그냥 편하게 화장이라고 말하기도 뭐하게, 화장을 한다. 그래도 그게 더 마음 편하다. 허옇게 퍼렇게 칠한 나보다 그게 더 나같다.

뷰티 노하우를 얻기 위해 책을 펼쳐들었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별다를게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끝마다, 이건 저한테 맞는 방법이에요, 이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고, 저는 그래요. 라니...... 물론 제안하는 방식도 있다. 자기가 어떤 피부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지 항상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가 스스로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세요,란다.

그러니까 이 책은 고현정의 뷰티법을 알려 주는 책이 아니라, 맨 위에 인용한 문구처럼, 누구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더 많다.

/그저 ‘ 내 안에는 나도 모르는 힘이 있다. 예뻐지는 힘도, 감동을 내는 힘도, 자유로워질 힘도. 나는 그걸 덮고 있는 흙만 파헤치면 된다’ 고 뭐라 근거를 댈 수 없는 물렁물렁한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이라고요. (p80)/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하면서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 속에 부풀려진 자신보다 평범한 ‘고현정’을 알아줬으면 하고 바란다.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일 뿐임을, 일에 관해서라면 냉정한 사람일 뿐임을, 어쩌면 당신보다 특별할 것 없는 사람일 뿐인 고현정을 말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고현정 스스로가 쓴 글이 아니라, 한사람(옥양) 거쳐서 써진 이야기라는 것. 가끔씩 보이는 그녀의 수첩 안 글을 그대로 옮겼으면 어떨까... 싶었다. 왠지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손길을 거친 책에 ‘고현정 지음’ 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언제나 삼천포로 가버리는 이야기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옥양의 말에, 그냥 삼천포로 가게 놔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뭐 그녀 스스로, 지금은 이정도만... 이라고 한다면 할말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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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아래
야쿠마루 가쿠 지음, 양수현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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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운동을 하러 다니는 길에 초등학교가 하나 있다. 평일에는 정문을 개방해 놓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시간에는 닫혀 있게 되었고, 무언가 뚝딱뚝딱 만드나 싶었는데, 완성되고 보니 ‘학교 보안관’이 근무할 곳이었다. 학교도 보안업체가 지키고 있다고 했고,  CCTV 역시 설치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언제부터 우리의 학교가 이렇게 철통 보안을 자랑하는 곳이 되었던가...

아무래도 세상이 점점 흉흉해지고, 아이들을 노리는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게 되다 보니 학교는 점점 폐쇄적이 되어가고, 낯선 이는 무조건 경계 대상이 되는 그런 세상에 살게 된 것이다. 참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겠지만, 언론에서 접하게 되는 사건을 보면 어쩌면 더욱 더 보안에 신경써야 할 것은 아닌가, 더 폐쇄적이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지기만 한다.

그만큼 범죄의 양상이 너무 잔인하고 추악해져만 가고 있다.

<어둠 아래>는 이처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것도 여자 아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이야기이다. 단순히 범죄가 발생하고 수사관들이 수사에 나서 범인을 검거하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한층 더 깊이 들어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살해하는 범인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 또 하나 범죄의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우리는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는 여자나 어린 아이와 같은 약자를 향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 특히나 그것이 성과 관련된 것이면 더욱 다른 범죄보다 중형을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다른 범죄에 비해 당하는 피해자를 심각하게 망가뜨리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으로 동생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나가세 형사와 ‘상송’이라고 자신을 지칭하는 범인에 대한 그의 생각에 공감하게 되는 건 그래서 였는지 모르겠다.

/ 내 안에도 상송이 있습니다. 상송이 악인지 정의인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사법에게는 틀림없는 악이고, 소중한 사람을 비열한 범죄로 잃은 사람에게는, 어쩌면 정의일지도 모릅니다. (p242)/

관조자의 입장에서라면 사실,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라면서 범죄자를 단죄하는 자들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보일 수 있겠지만, 만약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스스로가 피해자가 된다면, 부실한 사법체계 안에서 죄를 충분히 받지 않는 범죄자를 보게 되고, 악마와 같은 그의 피해자가 된다면 그때에는 모두 나가세와 같은 입장이 되질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 범죄 드라마를 보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성범죄와 관련된 피해자는 평생에 걸쳐 후유증에 시달리거나 감당할 수 없어지면 자살을 하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많이 보이고 있었다. 언제나 경찰은 사건이 벌어져야 출동하고, 범인은 경찰 위에 있기도 한다. <어둠 아래>의 결론은 어쩌면 그런 현실에 대한 일종의 복수가 아닐까? 싶다.

<어둠 아래>에서 보여주는 범죄는 옳다, 그르다의 문제뿐 아니라 무엇이 더 피해자를 위로하는 것인지, 범죄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는질문을 던지고 있다. 틀에 박힌 정답을 내놓기 보다 최선의 선택이랄 수 있는 답은, 과연 무엇일지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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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것을 기다리는 시간 - 한 시골교사의 희망을 읽어내는 불편한 진실
황주환 지음 / 생각의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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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육, 에 관해서라면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르치는 사람이든, 배우는 사람이든 관계없을 것이다. 또한 교육에 관한 좋은 얘기보다는 불만이라던지, 혹은 싫은 기억과 같은 나쁜 얘기들이 더 많을 것이다.

왜 그럴까?

즐거웠거나 기쁜 기억보다 어떤 선생님이 나빴고, 얼마나 맞았고, 가방이 얼마나 무거웠는지와 같은 기억이 먼저 떠오르는지......

어른이 되어 배우는 입장에서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을때에도,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보다는 힘들었던 기억이 더 먼저 떠오른다. 미안하고 후회했던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아주 작은 것을 기다리는 시간>을 읽으며, 나는 여전히 안좋은 기억들만을 되살리고 있었지만 책 내용에 동화되어 가는 기분또한 느껴졌다. 저자 역시 교사로 지내면서 교육에 대해,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생각한 고민들을 담고 있었다. 교사는 가르치는 것만 할 수 있으면 그나마 행복하다. 교사에게는 가르치는 것 외에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러다가 비리나 체벌, 줄서기와 같이 하고 싶지 않지만 눈치를 봐야 하는 일과 맞닥드리게 될 경우는 정말 난감해지기까지 하다.

용감해질 것이냐, 그냥 넘어갈 것이냐.

그것이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관계된 경우에는 더욱 난감하다.

터트릴 것이냐, 그냥 놔둘 것이냐.

<아주 작은 것을 기다리는 시간>은 용감했다. 앞으로 나서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잘못됐다고 말하고 있다. 책을 읽다가 ‘논리적’ 이라고 하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는데, 저자의 주장은 참 논리적이라 생각된다. 부러울만큼 말이다.

이 책은 교육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영역을 넓혀 사회에 대한 이야기까지 한다.

왜 반항하지 않는가? 왜 나의 생각을 말하려 하지 않는가?

이 땅의 교육이 진실만을 가르친다고 생각하는가? 언론도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의문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그러게 왜? 도대체 왜 나는 그냥 받아들이고만 사는거지? 반항하고픈 기운도 스멀스멀 생겨난다.

교육에 관한 내용이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살면서 자신의 생각, 마음 속에 하나의 굳은 심지를 기르기 위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해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스스로의 생각대로, 굳은 믿음대로 살아가는 삶을 살아보는 것은 어떤지, 어떻게 ‘같이’ ,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만들어갈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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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5 - 2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5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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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기를 하재믄... 세월이 약이라등가? 인간이 미렌한 겐가 모릅지. 사램이 사는데 너무 서두르느응 거 앙입매. 다아 지나간 일이랑이. ” (p149)

“ 세월이 긴데 뭘 그리 서두르시오. ” (p183)

(서희의 생각) ‘내 돈이 아까워 군자금을 아니 낸 건 아니었소. 당신네들에게 협력을 한다면 나는 내 희망을 버려야 하는 게요. 나는 원수의 힘을 빌려 원수를 칠 것이요. ......

나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별했을 뿐이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른바 내가 써야 할 군자금을 마련하는 일이오. 충분히 마련되는 그날 나는 돌아갈 것이오. 그리고 싸울 것이오. 내 원수하고, 섬진강 강가에 뿌린 눈물을. 내 자신에게 한 맹세를 나는 잊지 않을 것이오. ‘ (p215)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얼마나 큰 약점인가. 절망에서의 탈출 뒤에 온 희열이란 또 얼마나 서글픈 찰나인가. (p340)

토지 5권에서는 미묘한 서희와 길상의 신경전을 보는 재미가 있다. 두 사람이야 애가 탈수도, 혹은 너무도 싫은 시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서로를 향한 애정 혹은 애증의 감정이 용정에서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서희는 이미 길상을 정혼 상대로 마음을 정한 눈치지만, 그것을 모르는 길상은 양반이 아니라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더욱 애가 탈 뿐이다.

토지를 읽으면서 나는 긴 호흡의 삶을 생각하게 되었다.

언제나 2년, 3년 후라는 짧은 기간의 미래만을 생각하고 살아가는데, 서희를 통해 그리고 여러 인물들을 통해 나는 천천히 흘러가는 긴 세월을 조금이나마 가늠해본다. 서둘러봤자 긴 세월을 놓고 봤을때는 별것 아닌 것이 되버리는 시간을 이제사 깨닫는다.

긴 호흡의 이야기는 이런 깨달음을 주는 듯 하다. 긴 장편 소설을 읽다보면 한권짜리 소설은 단편같은 기분이 들 정도이다. 한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정말 다양한 일을 겪으며 험난한 고비를 거쳐 나가야 함을 알게 된다. 불에 타서 모든 것을 잃고 난 후에도 사람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것인가보다.

긴 이야기의 1/4을 읽었다. 그런데도 소설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간다는 점이 대단하다 싶다. 토지가 왜 명작인지, 책을 읽어나갈수록 알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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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4 - 1부 4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4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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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렇게 할 수 있어. 내 원한으로 불살라서 죽여버릴테야. 난 그렇게 할 수 있어.

찢어 죽이고 말려 죽일테야. 내가 받은 수모를 하난들 잊을 줄 아느냐? (p148)

어린 서희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이 대사가 드디어 나왔다. 그저 드라마 대사 중 하나인줄만 알고 있다가 책 속에서 읽으니 그 말을 해야만 했던 서희의 심정을 헤아리기 보다 뭐랄까, 그저 반가운 마음부터 앞선다. 드라마 토지를 기억하게 만든 대사덕분에 나는 토지를 읽고 싶었고, 책을 읽는 중 드라마를 떠올리게 하는 이 말을 보게 되니 내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구나 싶다.

토지 4권으로 해서 1부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최참판댁 재산은 역병이 돌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조준구와 부인 홍씨에게 은연중 넘어가게 된다. 서희는 나이는 어리나 타고난 당돌함으로 그들에게 맞서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서희를 굳건히 지키고 있던 세 명, 길상, 봉순, 수동 중 수동이가 죽고나자 조준구의 만행은 도를 넘어간다. 조준구는 마을 사람들에게도 인심을 잃어 결국 마을 사람들은 조준구의 재산을 빼돌리고 마을을 떠난다. 그 속에 서희, 길상, 용이, 월선, 임이네가 있었다.

하동 평사리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이렇게 1부로 끝이 나고 질긴 목숨들은 용정에서 새 터를 잡아 이어진다.

최참판댁의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는 동안 나라 역시 주권을 잃고 혼란 속으로 접어든다. 을사 보호 조약이 체결되어 나라의 주권이 일본 제국에게 넘어가고, 충성스런 신하들은 자결한다. 해아 밀사 사건은 아무래도 헤이그 밀사 사건을 말하는 듯 싶은데, 이 사건으로 인해 고종은 퇴위를 해야했고, 조선의 군대는 해산하여 나라는 힘을 잃게 된 것이다.

나라가 혼돈에 휩싸이게 되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변화를 일으키는지 토지는 담담히 보여준다.

어서 서희가 자랐으면... 어서 이 나라가 힘을 키웠으면..

책을 읽으면서 바라는게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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