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권혁준 옮김 / 해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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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글,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간에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한 목적을 가졌다면 처음부터 시선을 붙잡을 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는 처음부터 시선을 붙잡는다. 확! 또한 그 긴장감을 중반이후까지 쭉 이어간다. 처음부터 인물 소개나 배경 지식을 알려주는 친절 따위는 베풀지 않는다. 사건부터 치고 나온다. 연이어 발생되는 사건에 휘말려 도대체 범인의 목적이 무엇인지, 무슨 사건인지 파악하다 보면 눈을 부릅뜨고 책을 쳐다볼 수밖에 없다. 밤부터 책을 읽기 시작한걸 어찌나 후회했는지... 눈을 부릅뜨다 뜨다, 결국은 내일을 기약하며 책을 덮는데 머뭇거리게 되고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책을 펼치면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청혼하려는 날, 그녀를 잃는 것을 지켜봐야 하고,  한 여자가 자살하려고 마음 먹는 순간이 연이어진다. 어떤 남자가 라디오 방송국에 침입하여 인질을 잡고 베를린 시민을 대상으로 게임을 벌이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독자로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사실 알 수 있는게 그리 많지 않다. 도대체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끝까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하나씩 하나씩 사건과 단서를 던져주고 등장인물들을 속일 뿐 아니라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고 믿게 한후 독자마저도 속이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듯 “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 이란 말은 이 책을 위해 존재한다.

물론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모든 것을 뭉뚱그린 해피엔딩이냐, 아니냐 정도의 결말 말이다) 결말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근래 읽은 소설 중에서 잠을 줄여가며, 읽는 것에 푹 빠지게 만든터라 평점은 후하게 별이 다섯 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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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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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무래도 이 작가와 나는 참 안맞나 보다.

<인구 조절 구역>이라는 책을 시작했다가 정말 말 그대로 식겁해서는 내려놓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제정신이야? 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그런 기억 때문에 표지 바로 뒤, 작가의 약력이 조금 믿기지 않았다. ‘ IQ 178이라는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로, 학교에서 그만을 위해 특별 교육 과정까지 만들었을 정도였다’ 라니.

천재에게도 광기는 있는 거니깐.. 이라고만 하기엔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인구 조절 구역>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

말 그대로 ‘로트레크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루는 소설이다.

띠지에 “ 반드시, 그 누구라도 처음부터 다시 읽을 수밖에 없다!” 라고 적혀 있는데, ‘누구’에 나는 분명 속하지 않는다. 다시 읽을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

예전에 ‘나’ 라는 단어에 속았던 경험이 있던 터라, 화자가 정확히 누군지에 대해 상당히 민감해 하는 편이 되어버려,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처음부터 알았다. 매끄럽지가 않잖아.

트릭은 이것이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다들 대단한 트릭! 놀라버렸다! 라며 그게 무엇인지 안 적어 놓았기에 나만 적기가 좀 그렇다.

책을 읽고 알아내시길. ^^

조르주 심농의 소설처럼 군더더기가 없는 표현법이다. 슬렁슬렁 넘어간다는 말이 아니라 딱 할말만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글이라는 거다. 그래서 가볍게 읽기 좋다.

단, 반전에 대한 기대는 좀 줄이고 읽기를 권하는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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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컬링 (양장) - 2011 제5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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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도 그랬다.  

주인공 으랏차, 아니 을하 차, 차을하처럼 ‘컬링’이라는 경기를 보며 웃음 짓거나,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을 갖기도 했다. ‘스톤’이라 불리는 로봇청소기처럼 생긴 것을 얼음판 위에 굴리는 거야 그렇다고 해도, 스톤 앞에서 사정없이 행하는 ‘빗질’을 본다면 웃지 않을 수 없으며,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게 동계 스포츠 종목이란 것도 의문이고, 저렇게 해서 ‘운동’ 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적어도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다.

근데, 와. 소설로 만나는, 아이들이 빠져들고만 그 ‘컬링’은 나까지 유혹한다. 그동안은 무관심이었다면, 호기심이 생긴다. 답답하기만 했던 아이들의 인생에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다가온 컬링은 도대체 어떤 운동일까, 빠져들게 만들었던 그 운동의 매력은 과연 무얼까, 알고 싶어진다.

2011년 제 5회 블루픽션상 수상작인 <그냥, 컬링>.

아무리 상을 수상했어도 이상하게 안 읽히는 책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내 취향이 아니어서겠지만, 가끔 상을 받았다고 해도 대중에게 외면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을 보면 단순히 내 취향 탓만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내 느낌을 말하자면 이랬다. ‘ 이런 소설이라면 나도 상주고 싶다!’

남들에게 주목받지 못해도, 아니 설령 비웃을지 몰라도 내가 좋아서, 온 힘을 다해 컬링을 하는 이 녀석들을 보면 속시원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응원해주고 싶고, 그러다보면 나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한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될지 모른다.

“ 생각해 보니 내가 진 빚도 아니야. 내가 갚아야 할 빚도 아니고. 그런데도 우리 가족은 이렇게 됐어. 빚만 다 갚으면 엄마랑 모여 살 수 있겠지, 우리도 남들처럼 살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데 말이야, 이런 식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해. 남들과 똑같은 방법으로는 말이야, 내가 아무리 기를 쓰고 달려도 벌써 남들은 그만큼 앞서 나가 있어. 그리고 더 나쁜 건, 앞선 놈들은 내가 추격조차 할 수 없게 만든다는 거야. 그래서 나, 이제 뒤쫓는 건 그만두려고. 이제 다른 방법으로 빚을 갚아 보려고 해. 그래서 학교, 이참에 그만둘까 한다. ” (p272-273)

그냥, 아무 이유없이 컬링을 하는 녀석들에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과 악의 무리(!) 같은 존재가 있다. 정녕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닌 이 사회적 모순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어른들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정의를 실현한다. 그게 참 대견스럽다.

한번 손에 잡으면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한번에 쭉 읽게 되는 소설이다. 그만큼 몰입이 잘 되며, 이야기가 청산유수 잘 흘러가기 때문이다.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인물과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울고 웃다 보면 희망찬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한동안 책이 눈에 안들어와 고민이었는데 이 책 읽고는 다시금 책에 대한 흥미와 기대로 내 눈이 반짝이게 되었다. 박카스  뺨치는 원기 회복제같은 존재이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전혀 중요치 않은 일이다. 그래도 우리는 하고 있다, 컬링. 이 어둠 속, 혼자가 아니라서 좋다. 달려간다. 함께하기 위해서. 아마도 그래서 하는 것이다.

컬링, 우리는 하고 있다. (p279)

이들이 그냥, 컬링을 하고, 이유없이 좋아서 그냥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꼭 목적이 있어야 그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 그래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이들이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참고로, 내가 제주도 여행서 중에 입에 침이 튀도록 칭찬하고 추천하는 책이 있다.

<제주도 비밀 코스 여행> 이란 책인데, 이 책의 저자가 바로 그 책을 쓰신 분이다.

오! 아무래도 깊이 애정하게 될 작가 한 명이 또 탄생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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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상 3 : 지구의 심장 다른 세상 3
막심 샤탕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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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변화되어 악의 존재가 된 어른들과 ‘팬’이라고 하며 공동체를 꾸리고 조직화된 아이들은 이제 전쟁을 앞두게 된다. 맷, 토비아스, 앙브르는 그들의 선두에 서서 전쟁이 유리한 쪽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몸소 위험한 정찰대로 나서고, 지도가 가진 의미를 알기 위해 여왕의 영토에 잠입하기도 한다. 시니크와 글루통, 여왕의 군사들 뿐 아니라 위험한 숲의 괴물들도 상대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 빠져서도 기지를 발휘하여 괴물을 피하기 위해 다른 괴물을 이용한다는 발상은 신선했다. 14세 정도의 아이들의 상황이지만, 역시 외국이어서 그런지, 내가 가지고 있던 ‘14세’의 이미지보다는 더 성숙하고, 위기의 상황에 대한 대처법이 뭔가 남달랐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조그만 의문 하나가 들기 시작했다. 앙브르의 역할이랄까, 정확히 말하면 생명의 나무 역할이랄까, 지구의 심장이라는 존재에 부여된 의미가 너무 약해 보였다. 폭풍설까지 일으키며 인간을 단죄하려, 자연을 훼손하려는 인간의 오만함을 벌하려 했다면서, 변형까지 시킨 인간들이 서로를 미워하고 전쟁을 일으키게 한다는 것은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과거 공룡을 사라지게 했던 것처럼 인간을 소멸시켜 버리면 될 것을 변형시켜 글루통이나 시니크와 같은 괴물을 만들어 내고, 자연을 더 파괴하게 전쟁을 일으킨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설을 쓰기 위해... 상상력을 담은 소설이니까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려고 했다, 그래도 뭔가, 고개를 갸웃하며 잠시 생각하게 만드는 의문을 남긴다. 내가 봤을 때 자연이 분노하여 바뀐 ‘다른 세상’ 이나 이전 세상의 차이가 별로 없어 보인다고나 할까.

“ 여러분이 무기를 버린다면 우리가 동맹을 맺는다면 우리는 태초부터 시작된 인류의 사명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생명을 퍼뜨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계속 진화해야 합니다. ”

(p 447)

이렇게 앙브르가 전쟁을 종식시켜야 하고, 변화된 ‘다른 세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부여된 역할에 대한 연설을 한다. 하지만 이미 머릿속을 가득찬 의문 때문에 이 마지막이 감동적이지 않았다는게 참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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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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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사이트에서 예매한다고 올라왔을 때부터 찜해놓았던 책이다.

‘딴지일보’도 정말 재밌게 읽었고, ‘건투를 빈다’를 읽으면서는 살짝 감동하기도 했다. <닥치고 정치>를 읽으면서는 왜, 우리나라 정치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쉽게 이야기 못하나 하는 아쉬움이 절로 생겼다. 아, 자신만의 목소리가 있는 사람은 정말 자신감이 넘치누나. 내게 없는 걸 깨달으니 또 마냥 부러움도 생긴다.

뭐, 마냥 부러워하는거.. 저자가 원하는 바 아닐테니 집어치우고, 책이야기나 해야지.

<닥치고 정치>는 제목에서부터 알기 쉽다. 정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정치 이야기... 지겹다. 나는 왜이리 지겨운지 모르겠다. 어려워서 지겨운건지, 맨날 보는 얼굴만 봐서 지겨운건지, 같은 소리 매번 들어서 지겨운건지, 또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정치란 분야는 언제나 멀리하고픈 그런 분야이다. 하지만, 지난번 대선때 이놈도 저놈도 다 마음에 안들어! 하고는 투표 안했다가 친구한테 벌써 몇 년째 욕을 듣고 있다. ‘너같은 사람 때문에...’ 로 시작되는 말을 듣다보면 정말 가카가 대통령이 된 것이 다 나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싫은걸 어떡해.. 책임지기도 싫고, 정치인들도 싫고... 다 그래서 그랬는데, 행동의 결과가... 너무 심각했다. 뼈저리게 느낀다.

내가 살아온 이 짧은 생애 동안 죽음이 이렇게 가까운 줄 몰랐다. 살아오면서 ‘돈’이 이토록 중요한 존재가 될 줄도 몰랐다. 사람이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줄도 몰랐다.

“ 폼잡는 이론이나 용어 빌리지 않고, 일상의 언어로 정치를 이야기해보자고. 평소 정치에 관심 없는 게 쿨한 건 줄 아는 사람들에게.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사람들에게. 좌우 개념 안 잡히는 사람들에게, 생활 스트레스의 근원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당들 행태가 이해 안 가는 사람들에게, 이번 대선이 아주 막막한 사람들에게, 그래서 정치를 멀리하는 모두에게 이번만은 닥치고 정치,를 외치고 싶거든. 시국이 아주 엄중하거든, 아주. ”

표지 바로 뒤 저자 소개란에 써 있는 이 말은 꼭 나를 콕 집어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다.

관심없어도, 지금은 정치에 관심을 두고 제대로 한번 투표하자고 말하는데 왠지 마음이 움직인다. 거기다가 ‘가카’와 관련되어 벌어지는 소설들은 정말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온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사회 흐름을 그건 이래서 그래, 하고 쉬운 용어로 설명해주는 것도 참 고맙다. 진위 여부를 차치하고 이렇게 자세하게, 이렇게 쉽게 이야기해준 사람, 이제껏 없었으니까. 적어도 BBK의 진실은 속시원히 알았으니 좋다. 물론, 쉽게 이야기 하고 있는데 미안하지만, 그래도 못 알아듣겠는 부분, 있다. 몇 번 더 읽으면 이해가 되려나.

   상당 부분의 이야기들이 “ 나는 꼼수다”에서 나왔던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은 책을 읽고 난 뒤였다. "나는 꼼수다“ 방송에서 중구난방 떠들었던 이야기들이 여기서는 정리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방송을 많이 들었던 분들이라면 새로울 것이 없다며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거 않은데 내가 받은 책만해도 벌써 6쇄였다. 와, 대박이구나, 싶으면서  뭐랄까, 위로받고 싶은 마음,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 더 잘 알고 싶은 마음 여하튼 여러 가지 복합적인 마음을 가진, 편하게 말해서 나같은 사람이 정말 많구나 싶었다. 적어도 내가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닥치고 정치, 라는 주장이 알고 싶어서였다. 딴지일보를 만든 사람이니 적어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좀 쉽게 정치를 설명해주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김어준이란 사람, 말빨만 센줄 알았는데, 멀리보는 혜안 뿐 아니라 심판처럼 싹 정리도 잘하는 사람이구나 싶다. 왜 지금 그가 닥치고 정치, 란 주장을 들고나올 수밖에 없는지 어렴풋이 알겠다. 이왕 선동하기 시작한거 제대로 여론을 휘몰아 우리도 제대로 된 정치인, 제대로된 지도자 한번 만나봤음 좋겠다. 책을 읽고 들었던 속시원한 마음보다 씁쓸하고 허탈한 마음 좀 달래주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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