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해일
견여래 글.그림 / 금터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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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여래의 “영혼의 해일(금터, 2010년 3월)”을 어떤 장르로 분류할 수 있을까? 아이들 그림일기 같은 일종의 동화(童話)로도 볼 수 있고, 주인공인 “기차화통”이 자연과 나누는 대화들을 보면 결코 주제가 가볍지 않은,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일종의 “명상(冥想)”소설로도 볼 수 있는, 출판사 소개 글처럼 “모든 연령이 읽을 수 있지만 읽은 이에 따라 서로 다르게 읽히는” 느낌이 정말 묘한 그런 책이다. 

  1980년 어느 작은 시골마을, 일곱째 중 다섯째로 태어난 “기차화통”은 우는 소리가 하도 커서 아버지 철든이 - 이름들이 하나같이 특이하다. 아버지 철든이, 어머니 석숭이, 자녀들은 완벽, 가분수, 셋째, 똥배, 기차화통, 역삼각형, 됐다 - 가 “기차화통을 삶아먹었나. 목소리가 왜 저리 크나?”라고 해서 이름이 “기차화통”이 되었다. 어느날 길을 지나던 노승에게서 받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수수께끼라는 “태어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 것, 이것은 뭐고?”라는 일종의 선(禪)문답을 받고는 꿈 속에서 천사를 만나서 모든 사물과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고 그 답을 찾기 위한 여행이 시작된다. 

  책에는 아이들 그림일기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들과 기차화통과 그의 자매들, 친구, 부모님과의 순수하고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한편 기차화통이 사람 및 자연의 각종 사물들, 즉 벌레이자 기차화통의 친구인 “고독한이”, “도둑”, “거지”, “물”, “별똥별”, “천년수(天年)”, “바람”, “구름” 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영적 완성을 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에피소드들에 웃음 짓다가도 사물들과의 대화에서는 뭔가 심오한 이야기들에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되는 이 특이한 구성은 일견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처럼 아이들에게는 동화로, 어른들에게는 바쁘고 힘든 삶을 살아오면서 이제는 잃어버린 줄 만 알았던 순수함과 소중한 인연을 다시금 돌이켜보게 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게 한다.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서 스님이 던진 수수께끼의 답에 하나씩 둘씩 접근해가던 기차화통은 결국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지혜로움은 사실은 무엇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덜어내어 몸과 마음이 가벼워져 그 삶이 행복해지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라는 존재로 세상 모든 것들이 존재할 수 있고 세상에서 가장 감사해야 할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영정사진이 될 지도 모르는 사진을 찍고 꿈 속에서 만난 천사를 만나 기차화통의 육체를 버리고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것으로 끝내는 마지막 장면은 당황스러움 - 이제 갓 열 살도 되지 않은 꼬마 소녀가 삶의 모든 이치를 깨닫고 동네에 사진사가 오는 날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을 때 하신 자세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가락을 땅에 대는 촉지인(觸地印) 자세를 취하고 그걸 지켜보는 어른들이 놀라는 장면과 마치 선가(仙家)의 우화등선(羽化登仙)을 연상시키는 마지막 승천(昇天)하는 장면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과 함께 많은 생각꺼리를 던져준다. 읽고 나서도 책의 성격이 분명하진 않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아이들을 소재로 한 일종의 뉴에이지 풍의 구도(求道) 소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쉬우면서도 그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묵직한 물음을 던져주는 이 책, 아이들이 읽었다면 훗날 어른이 돼서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도, 어른이 돼서 읽었다면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그런 나이에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그런 책이라 생각된다.

'나'라는 존재가 없으면 생각하고 말하고 기뻐하고 슬퍼할 수 없음을... 나라는 존재로 세상 모든 것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세상에서 가장 감사해야 할 것은 스승님, 부모님, 친구, 배우자도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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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밥이다 - 똑똑한 경제인을 위한 경제법률 지식사전
장진영 지음 / 끌레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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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法)은 참 어렵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던 터라 법 관련 과목은 새내기 시절 교양 필수 과목으로 들었던 “법학개론(法學)” 한 과목뿐이었지만 시험 공부하는 데 꽤나 애먹었던 기억이 난다. 한자 (漢字) 투성이에 생소한 법조용어, “한다, 안한다” 등의 우리가 자주 쓰는 구어체 어미가 아니라 “할 수도 있다, 아니 한다” 투의 낯선 문어체 어미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제대로 개념정리가 되지 않아 낙제를 간신히 면한 학점을 채우고는 지레 겁먹어 “민법”, “형법” “상법” 등 법이 필수 과목인 “고시(高試)”는 일치감치 포기해버렸던 기억이 난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법원은 멀리 할 수 록 좋다”는 어른들의 충고를 신실히 따른 덕에 아직 송사(訟事)“에 시달려 본 적은 없지만 경찰서나 재판이 아니더라도 자동차를 몰다 보면 꼭 한번쯤은 받게 되는 교통 위반 법칙금이나 접촉사고 분쟁들, 최근 인터넷 개인정보 유출사고처럼 의도하지 않았지만 내게 일어나는 각종 법적 사건들, 마침내 내 집 마련 꿈을 이뤄 집을 계약할 때의 각종 계약서나 공증 서류 등 법은 우리 생활에 너무나 밀접해 있어 멀리 하고 싶다고 멀리할 수 있는 그런 성질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법률 상식 정도는 알아둬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려운 용어와 많은 가짓수의 법률에 그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포기하곤 했었는데, 드디어 나처럼 법이라면 질색부터 하는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소개서를 만났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법정 공방 죄와 길“ 편에서 출연하여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장진영 변호사의 ”법은 밥이다(부제: 똑똑한 경제인을 위한 경제법률지식사전, 끌레마, 2010년 3월)“이 바로 그 책이다.

    나처럼 한문 투성이의 어려운 용어 때문에 법을 공부하는 데 애먹었다는 작가는 머리말에서 “법률지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정확한 법률 용어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며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에서 법률용어를 설명하는 작업은 변호사와 시민이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일”이었다며 집필 동기를 밝히고 있다. 책은 “ㄱ 가족관계등록”에서 “ㅎ 회사”에 이르기까지 총 150 여개의 법률 용어를 “ㄱ,ㄴ,ㄷ” 순서대로 사전식으로 엮어 관심있는 항목을 찾아 그 부분만 펼쳐보기 쉽게 엮었다.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는 단어인 “공증(公證)”을 예로 들어보면 먼저 “특정사실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증거를 보전하고 공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행위. 부동산 등기, 자동차 등록, 각종 증명서 발급, 여권 발급 등”으로 공증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공증을 처리하는 공증사무소 업무에 대한 소개와 각 사안별 공증비용을 “표” 정리하여 소개한다. 그리고 “NOTE”라는 코너로 채무자가 공증사무소에 함께 가기를 거절하는 경우 인감도장이 찍힌 차용증 2장과 위임장 1장을 가지고 가면 채권자 혼자도 공증을 받을 수 있다고 유용한 상식을 알려준다. 그리고 “알쏭달쏭” 코너에서는 우리가 궁금해할 만한 사례나 의문들을 소개하는 데 “공증받지 않은 각서는 효력이 없는가”라는 의문에 작가는 각서는 각서를 쓴 사람이 상대방과 한 약속이기 때문에 공증이나 인증 - 본인 의사에 따라 각서나 계약서에 서명 또는 날인한 것이 틀림없다는 사실을 공증사무소에서 확인해주는 것은 “인증”이라고 하며 각서를 “공증한다”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며 “인증 받는다”가 정확한 표현이란다 - 없어도 그 자체로 효력을 가진다고 해설한다. 이 알쏭달쏭 코너가 참 재미있는데 사전을 소설처럼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다 읽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법률 용어는 필요할 때마다 그때 그때 찾아서 읽으면 유용할 것이고 대신 “알쏭달쏭” 코너만 찾아 읽어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재밌는 알쏭달쏭 사례를 몇 개 소개하자면,  

- 가끔 남편들이 술 마시고 아내에게 싹싹 빌면서 쓰는 각서는 과연 법적 효력이 있을까?
정답은 “효력은 있지만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란다. 부부간 계약은 그 약속에 엄격히 구속되겠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애정 또는 압력에 의해 진정한 의미없이 약속한 경우가 많아 일단 유효하지만 혼인 중에는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별 효력이 없단다. 단 혼인관계가 파탄 상태라면 남남간의 계약과 같은 효력을 부여한다고 한다. 
 

- 회사가 월급 200만원을 모두 10원짜리 동전으로 줘서 직원이 받기를 거부했다면?
회사의 이런 행동은 “신의를 좇은 행동”,“성실한 이행”으로 볼 수 없어 임금 체불이 된다
 

- 차용증 없이 돈 빌려줬는데 돈 꾼 사람이 돈 없다고 배째라고 한다면?
“돈이 없다, 배째라”라는 말이 돈을 꾼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고, 법률상으로 돈을 꾼 사실에 대한 “자백”이 되므로 자백을 입증할 책임이 없는 빌려준 사람에게 유리하단다.
 

- 무허가 음식점에서 파는 음식을 먹은 사람이 주인에게 음식값을 줄 필요 없을까?
무허가 음식판매는 행정적인 불이익이나 형사 처벌을 받게 되지만 그 행위의 민사적 효력까지 없는 것은 아니므로 음식값은 내야 한다고 한다. 가끔 허가 없이 어렵게 장사하는 포장마차에서 고발하겠다고 협박해서 밥값 떼어먹는 파렴치한 사람들이 있는데 음식값은 꼭 내야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길 바란다^^

   물론 “약은 약사에게, 법은 변호사에게”라는 격언처럼 이 책은 쉽고 평이하게 쓰여진 벌률 상식 수준 정도의 책으로 법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일반 시민들이 법률 용어와 사례들을 재밌게 알아보는 선에서 그쳐야지 복잡하고 어려운 송사에서 선무당 식으로 이 책에서 나온대로 믿고서 판단하면 안 될 것이다. 그래도 옆에 가까이 두고 신문이나 TV에서 생소한 법률 용어를 들을 때마다, “가족관계증명”, “공증”, “보증”, “상속”, “어음” 등 실생활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경미한 “법적 상황”에서 한번씩 해당 항목을 찾아 읽어본다면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한 그런 책으로서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추천해주고 싶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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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어 인문학 산책>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영단어 인문학 산책 - EBS 이택광의 어휘로 본 영미문화
이택광 지음 / 난장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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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구사하는 단어나 어법, 이야기 주제, 표현력, 논리 등을 통해 그 사람의 학식이나 생활수준, 성격들을 유추해볼 수 있는데 이는 “말”이라는 것이 자신 내면의 “생각”을 구체화하는 수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천문학적인 돈을 영어 사교육비로 쏟아 붓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영어 실력은 과연 어떨까? 영어 사교육 현장 일선에서 영어 학원 선생님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아내에게 물어보니 원어민 빰치는 아이들의 영어 발음이나 회화실력은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을 정도이지만, “어휘력”과 “문법”에 절대 취약해 말하는 수준도 단문 위주의 생활 영어 수준에 불과할 뿐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할 줄 모르는 아이가 태반이라고 한다. 즉 “영어”라는 “말”에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담아서 전달하지 못하고 그저 단어를 나열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시험보기 위하여, 취업을 위하여, 또는 주변 사람들이 다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우리 영어 공부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우리는 영어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종종 쓰는 말인 “어처구니 없다”에서 “어처구니”가 맷돌을 돌리기 위한 손잡이라는 사실을 뜻을 알게 되면서 화제가 더욱 풍성해지고 보다 명확한 어휘구사가 가능해지듯이 어휘 공부에 있어서 단어장 외우듯이 발음과 뜻만 외울 것이 아니라 그 단어의 유래, 용법, 관련된 문화, 역사적 지식을 같이 공부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재미있고 깊이 있는 영어 공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영미문화전공자이자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교수의 “영단어 인문학 산책(부제: 이택광의 어휘로 본 영미문화 / 난장이 / 2010년 6월)”은 우리가 자주 접하는 영어단어의 유래와 함께 역사, 문화를 곁들여 영어 단어를 통해 영미 문화를 쉽고 재밌게 이해하게 하는 인문 해설서라 할 수 있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영단어를 단순하게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단어의 내력을 파악하면 무수한 사연들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언어가 문화의 산물이라는 말은 역사를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그 역사에 대한 탐사는 인문학적인 시선을 통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라고 이야기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영단어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면서 동시에 영단어를 통해 인문학을 돌아보는 과정”이며, “영단어의 이해를 위한 해설서이기도 하고, 영단에 숨어있는 내력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인문학서”라고 정의한다. 책의 구성은 총 53개의 영어 단어를 소개하고 단어의 어원 및 의미의 변천사, 그 단어와 연관된 역사, 문화 이야기를 소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상추 lettuce의 어원은 원래 식물과 전혀 관계가 없는 이탈리아어로 우유라는 뜻의 latte에서 비롯되었는데, 상추를 잘라보면 나오는 하얀 액즙이 우윳빛이어서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돼지고기 햄 통조림 상표명으로 유명한 Spam이 인터넷에서 원하지 않는 광고성 메일을 뜻하는 말로 사용된 이유는 영국의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에게 제공하는 모든 음식에 스팸을 넣어 조리하여 먹기 싫어도 억지로 먹어야 하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사용되었고, 마침 1993년 3월 31일 인터넷 유저가 실수로 200번이나 동일한 메시지를 포스팅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마치 그 상황이 싫어도 억지로 먹어야 했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의 “스팸”과 유사하여 Junk Mail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젓가락 Chopstick에서 Chop은 원래 작은 조각으로 자른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의성어인 “chop chop”에서 나온 말이며, 이 단어는 중국어 방언인 kuai-kuai가 변해서 chop chop이 되었으며, kuaizi에서 온 Kuai는 영어의 의미는 nimble ones(재빠르다)는 뜻이라고 한다. 영국에 가보면 액세서리 코너에서 젓가락 한 짝으로 머리를 올릴 수 있는 액세서리가 판매되고 있고, 젓가락을 사용하는 한,중,일(韓中日) 세 나라의 젓가락 재료가 서로 다르다는 데 영국 사람들은 신기하고 신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17세기 전만에도 변변한 식사도구가 없어 귀족들도 손으로 음식을 먹었던 유럽이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비로소 제대로 된 식사를 위한 도구를 갖추게 되었다고 재밌는 역사 상식을 들려준다. 
 

   한 단어 당 4 ~ 5 페이지 분량으로 어원과 역사, 문화적 상식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내용 자체가 쉽고 재미있고, 페이지마다 단어와 관련된 미술, 영화 삽화들을 배치하여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따로 외우지 않아도 저절로 그 단어의 뜻을 이해하게 되어 쉽게 잊혀지지 않게 만든다.  사실 이 책과 같은 형식의 영어 단어에 대한 설명은 예전 영어 문법 참고서나 회화 책들을 보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단어의 유래나 재밌는 역사 상식을 짤막한 코너로 별도 소개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어 전혀 새로운 시도라고는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이 단어공부장이나 새로운 영어 참고서는 될 수 는 없겠지만  “고등학생이면 알아야 할 필수단어 XXXX 개”라는 거창한 제목의 단어장 속 깨알같은 단어들에 대한 스펠링, 발음, 뜻에 대한 무한 반복 암기에서 탈피하여 영어 단어에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도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재미에 눈뜨고 싶은 학생들에게, 앞에서 언급한 “어처구니”란 단어의 뜻을 알게 되면서 맷돌에 대한 상식과 함께 식문화, 농경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듯이  단어의 숨은 뜻과 문화적 배경을 통해 풍성한 이야기 소재꺼리와 함께 영미 문화 학습을 위한 단초를 마련해보고 싶은 일반인들에게까지 영어에 직간접적으로 관심있는 누구라도 한번쯤은 읽어봐도 좋을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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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톨레마이오스의 문 바티미어스 3
조나단 스트라우드 지음, 남문희 옮김 / 황금부엉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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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티미어스 시리즈의 대단원인 제 3부 “프톨레마이오스의 문(황금부엉이, 2010년 6월)”에서는 1, 2부의 모든 사건의 배후였던 음모의 세력이 드디어 전면으로 부상하여 본격적으로 행동을 개시하고 이를 막기 위한 나타니엘, 키티, 바티미어스, 세 주인공의 멋진 활약을 벌이게 된다. 시리즈가 이번 편으로 끝난다는 아쉬움과 어떻게 결말을 맺을까 하는 궁금증에 읽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게 된 이번 3부는 마지막 페이지에서의 놀라운 결말로 인해 읽고 나서도 쉽게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멍한 기분에 한동안 휩싸여야 했다. 

   골렘 사건이 해결된 지 3년 후 나타니엘은 정보부 장관으로 승진하여 갈수록 패전이 짙어지는 미국과의 전쟁에 대하여 정보를 조작하고 홍보하는 일을 맡는다. 권력의 정점에 더 가까워질수록 그것을 지키기 위해 더 추악해지고 속물이 되어간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나타니엘은 지니급 요괴를 여럿 부릴 정도로 마법력이 크게 성장했음에도 자신의 본 이름이 누설될까 하는 두려움과 자신을 구하고 골렘에게 죽은 줄로 알고 있는 키티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죄책감을 자극하고, 다른 요괴들처럼 고분고분하지 않고 빈정대며 대들기까지 하는 바티미어스의 모습들을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마음에 그를 돌려보내지 않고 계속 노예로 부려 먹게 되고, 바티미어스는 본질이 다 고갈될 정도로 크게 약해진다. 한편 런던에 남아 낮에는 마법사의 조수로 밤에는 술집의 여급으로 일하는 키티는 제국의 흥망성쇠의 역사가 반복된다는 바티미어스의 말을 가슴에 간직하고 마법 소환술과 역사를 공부하게 된다. 적국의 요괴들의 습격과 평민들의 동요와 시위가 계속되면서 영국은 혼란에 휩싸이게 되고,  미지의 인물 “홉킨스”를 찾을 단서를 발견한 나타니엘은 바티미어스에게 그를 미행하게 하지만 오히려 크게 당하고  간신히 귀환하게 되고, 바티미어스를 살리기 위해 차원으로 되돌려보냈다가 이를 목격한 관료들로 인해 나타니엘은 다시 궁지에 몰리게 된다. 키티는 바티미어스가 종종 변신하는 모습인 이집트 소년이 사실은 바티미어스가 이 천여년 전에 모셨던 주인 “프톨레마이오스”였으며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인간세계에서 요괴들의 세계로 넘어갔었던 마법사였음을 알게 되고는 바티미어스를 소환해 그에게 과거의 프톨레마이오스처럼 동등한 입장에서의 도움을 부탁하지만 거절당하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키티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타니엘은 바티미어스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나타니엘은 바티미어스와 자신의 지니급 요괴들에게 홉킨스를 체포하라고 명령하고 키티가 근무하고 있는 술집으로 찾아가 키티와 재회하게 되고, 키티와 가시돋힌 말을 주고 받던 차에 수상과 절친한 연극기획자 "쿠엔틴 메이크피스"의 초청으로 수상의 일대기를 각색한 연극의 초연을 어쩔 수 없이 같이 보러가게 되는데, 연극 공연 중 요괴들의 난입으로 정부 권력자들이 모두 포로가 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홉킨스를 체포하러 간 바티미어스 또한 죽음 직전까지 몰리게 된다. 그동안 러브레이스를 충동질하여 반역을 꾀하고, 골렘을 만들도록 정부 고위 관계자를 조정하고 레지스탕스에게 글래드스톤의 마법지팡이를 훔치게 만든 모든 음모의 배후가 밝혀지고, 또한  더 깊은 이면에는 노예로서 부림을 당하는 처지를 벗어나 인간의 몸을 빼앗아 인간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요괴 "노우다"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 관료들이 살해당하고 몸에 요괴가 씌우는 혼란 속에 가까스로 탈출한 나타니엘은 글래드 스턴의 마법 지팡이로 요괴에 대적하고자 하지만 지팡이를 다스릴만한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키티는 요괴의 제안을 거부하고 자신의 차원으로 돌아가면서 남긴 바티미어스의 수수께끼 같은 말에 힌트를 얻어 과거의 프톨레마이오스처럼 차원의 문을 통과하여 자신의 차원에서 머물고 있던 바티미어스를 만나 그를 설득하게 되고, 과거의 자신의 주인과 나눈 우정을 다시 재현해 낸 키티의 호소에 바티미어스는 결국 나타니엘의 몸 안으로 소환하여 그와 함께 요괴들과 일대 격전을 벌인다. 나타니엘과 바티미어스는 치열한 전투 속에 마침내 대요괴 "노우다"와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되고, 충격적인 결말로 시리즈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총 2천 여 페이지가 넘는 장대한 분량의 이 판타지 모험 소설은 읽는 내내 지루함을 전혀 느낄 겨를이 없을 정도로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더니, 마지막 페이지에서 기존에 판타지 소설에서 보지 못했던 놀라우면서도 충격적인 마무리로 아쉬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마지막 결말의 놀라움과 시리즈의 완결에 대한 아쉬움으로 한층 복잡해진 마음은 책장을 덮고 나서야 수습이 되었지만 이 책이 주는 여운과 감동은 한층 더 오래갈 것 같다.  기존의 판타지 소설들처럼 모든 위험을 극복하고 영웅이 되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으로 마무리해도 결코 나쁘지 않았을 이 시리즈를 작가는 여지를 남기지 않고 왜 이렇게 마무리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지만,  그 어떤 결말보다도 더 “바티미어스” 스러운 결말로 멋지게 마무리해낸 작가의 필력에 감탄이 절로 나오기까지 한다. 권력에 도취되어 점점 추해져갔지만 자신의 어린 시절 스승을 만나 자신을 멀리하는 스승의 모습에서 충격을 받고, 바티미어스와의 우정과 키티에 대한 사랑으로 마침내 자신의 본성을 깨닫고 그렇게 감추고자 했던 자신의 본 이름을 알려주는 나타니엘의 성장 과정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애틋함과 연민이 느껴지는 그런 주인공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며,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차원을 거슬러 올라가 바티미어스를 설득해 낸 키티의 굳은 의지와 나타니엘에 대한 가슴 시린 사랑과 그리고 줄곧 빈정대고 투덜대면서도 나타니엘과 멋진 조화를 이뤄 대 활약을 벌이고 몇 초간의 짧은 마지막 순간 나타니엘과 나눈 진한 우정 또한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판타지 소설이 결코 아이들이나 읽는 유치한 장르가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그 여느 순수문학 이상으로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멋진 판타지 소설 “바티미어스”를 만난 것은 내게는 행운과도 같은 만남이었다고 이야기해도 과함이 없을 것이다. 현재 어린 시절을 보낸 세인트앨번스에서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살면서 창작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이 책의 작가 조나단 스트라우드의 후속 작품이 어서 선보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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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시간 사계절 1318 문고 61
지크프리트 렌츠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사춘기에 막 접어든 중학교 시절, 교생 선생님으로 오셨던 어느 여선생님을 짝사랑한 적이 있었다. 수업 중 나를 쳐다보며 지으시는 선생님의 웃음을 나에게 보내는 사랑의 신호로 착각하고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밤마다 선생님과의 결혼을 상상하며 킥킥 웃어대다가 밤잠을 설치곤 했고, 한달 후 떠나시던 선생님을 보면서 얼굴에 눈물 범벅이 되도록 엉엉 울었었고, 가시고 난 후 여러 번 편지를 써서 보내고 답장을 받으면 얼마나 기뻐했던지, 친구들과 선생님의 학교로 찾아가 교문에서 선생님이 나오시길 기다리다가 저 멀리서 나오시는 모습을 보고 누구 하나 뒤쳐질세라 열심히 달려가 선생님의 팔에 매달리고 우리들 머리를 하나하나 쓰다듬어 주시는 선생님의 손길에 어찌나 가슴이 뛰던지.......선생님이 대학 졸업 후 먼 지방으로 발령받으셔서 내려가시고는 소식이 뜸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지만 수 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괜히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지는 그런 소중한 추억이었다. 지크프리트 렌츠의 “침묵의 시간(사계절, 2010년 3월)”은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봤을 아름다운 여선생님과 제자와의 사랑을 차분하고 절제된 감정표현으로 담담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우리는 눈물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젊은 여선생님인 “슈텔라 페테르젠”의 추모식에서 선생님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19세의 “크리스티안”은 어느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선생님과의 은밀한 사랑을 회상한다. 바닷가 마을의 축제에서 선생님과 춤을 추고, 바다에서 수영 시합도 펼치고, 어느 외딴 섬에 선생님과 같이 갇혀서 첫 키스를 나누고, 호텔에서 선생님과 잠자리를 함께한 짜릿한 추억들, 학교로 돌아와 자신을 차갑게 외면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가슴 아파하고 결근하신 선생님 집을 직접 찾아가서 선생님의 아버지와 만났던 일들, 그녀와 함께 드라이브를 하다가 친구들을 만나는 가슴 철렁한 순간에도 그녀의 재치로 무사히 위기를 넘겼던 일, 여행 후 돌아오던 날 풍랑에 바다에 빠진 선생님을 구출해내지만 결국 기억을 잃어버리고 끝내 세상을 떠난 그녀와의 추억을 하나하나 추억한다. 그러고는 “어쩌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침묵 속에 머물러 지켜야 하는 지도 모릅니다”라고 독백하면서 선생님과의 아름다운 사랑을 영원한 침묵 속에 가슴 속으로만 간직하기로 결심한다. 

  밋밋하다 느껴질 정도로 최대한 감정표현을 억제하여 담백하게 그려낸 이 책은 선생님과의 애틋하고 절실한 사랑이 구구절절한 사랑 고백과 소리내어 우는 울음보다도 크리스티안이 가슴 속에 영원히 간직되어 수없이 되새겨 보게 될 그런 소리 없는 사랑이 더욱 가슴 절절할 수 도 있으며, 꽉 짜여진 스토리보다는 이렇게 여백을 간직한 사랑이야기가 읽은 이들에게 더한 감동과 여운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저기 떠나는 꽃들이 내 젊음의 영원한 비극으로 기억되는 동시에, 상실의 아픔을 보듬는 크나큰 위안이 되리라는 것을” 이라는 크리스티안의 마지막 깨달음처럼 선생님과의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사랑은 크리스티안의 가슴 속에서 때로는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영원한 아픔으로, 때로는 언젠가 그를 다시 한번 가슴 뛰게 할 또 다른 사랑이 찾아와 자리를 양보할 때까지 그럴 위로하고 지켜줄 버팀목으로 그와 함께 호흡할 것이다. 

짧지만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 덕분에 그동안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 풋사랑의 추억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었던 행복한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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