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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밥이다 - 똑똑한 경제인을 위한 경제법률 지식사전
장진영 지음 / 끌레마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법(法)은 참 어렵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던 터라 법 관련 과목은 새내기 시절 교양 필수 과목으로 들었던 “법학개론(法學)” 한 과목뿐이었지만 시험 공부하는 데 꽤나 애먹었던 기억이 난다. 한자 (漢字) 투성이에 생소한 법조용어, “한다, 안한다” 등의 우리가 자주 쓰는 구어체 어미가 아니라 “할 수도 있다, 아니 한다” 투의 낯선 문어체 어미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제대로 개념정리가 되지 않아 낙제를 간신히 면한 학점을 채우고는 지레 겁먹어 “민법”, “형법” “상법” 등 법이 필수 과목인 “고시(高試)”는 일치감치 포기해버렸던 기억이 난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법원은 멀리 할 수 록 좋다”는 어른들의 충고를 신실히 따른 덕에 아직 송사(訟事)“에 시달려 본 적은 없지만 경찰서나 재판이 아니더라도 자동차를 몰다 보면 꼭 한번쯤은 받게 되는 교통 위반 법칙금이나 접촉사고 분쟁들, 최근 인터넷 개인정보 유출사고처럼 의도하지 않았지만 내게 일어나는 각종 법적 사건들, 마침내 내 집 마련 꿈을 이뤄 집을 계약할 때의 각종 계약서나 공증 서류 등 법은 우리 생활에 너무나 밀접해 있어 멀리 하고 싶다고 멀리할 수 있는 그런 성질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법률 상식 정도는 알아둬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려운 용어와 많은 가짓수의 법률에 그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포기하곤 했었는데, 드디어 나처럼 법이라면 질색부터 하는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소개서를 만났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법정 공방 죄와 길“ 편에서 출연하여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장진영 변호사의 ”법은 밥이다(부제: 똑똑한 경제인을 위한 경제법률지식사전, 끌레마, 2010년 3월)“이 바로 그 책이다.
나처럼 한문 투성이의 어려운 용어 때문에 법을 공부하는 데 애먹었다는 작가는 머리말에서 “법률지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정확한 법률 용어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며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에서 법률용어를 설명하는 작업은 변호사와 시민이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일”이었다며 집필 동기를 밝히고 있다. 책은 “ㄱ 가족관계등록”에서 “ㅎ 회사”에 이르기까지 총 150 여개의 법률 용어를 “ㄱ,ㄴ,ㄷ” 순서대로 사전식으로 엮어 관심있는 항목을 찾아 그 부분만 펼쳐보기 쉽게 엮었다.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는 단어인 “공증(公證)”을 예로 들어보면 먼저 “특정사실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증거를 보전하고 공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행위. 부동산 등기, 자동차 등록, 각종 증명서 발급, 여권 발급 등”으로 공증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공증을 처리하는 공증사무소 업무에 대한 소개와 각 사안별 공증비용을 “표” 정리하여 소개한다. 그리고 “NOTE”라는 코너로 채무자가 공증사무소에 함께 가기를 거절하는 경우 인감도장이 찍힌 차용증 2장과 위임장 1장을 가지고 가면 채권자 혼자도 공증을 받을 수 있다고 유용한 상식을 알려준다. 그리고 “알쏭달쏭” 코너에서는 우리가 궁금해할 만한 사례나 의문들을 소개하는 데 “공증받지 않은 각서는 효력이 없는가”라는 의문에 작가는 각서는 각서를 쓴 사람이 상대방과 한 약속이기 때문에 공증이나 인증 - 본인 의사에 따라 각서나 계약서에 서명 또는 날인한 것이 틀림없다는 사실을 공증사무소에서 확인해주는 것은 “인증”이라고 하며 각서를 “공증한다”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며 “인증 받는다”가 정확한 표현이란다 - 없어도 그 자체로 효력을 가진다고 해설한다. 이 알쏭달쏭 코너가 참 재미있는데 사전을 소설처럼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다 읽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법률 용어는 필요할 때마다 그때 그때 찾아서 읽으면 유용할 것이고 대신 “알쏭달쏭” 코너만 찾아 읽어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재밌는 알쏭달쏭 사례를 몇 개 소개하자면,
- 가끔 남편들이 술 마시고 아내에게 싹싹 빌면서 쓰는 각서는 과연 법적 효력이 있을까?
정답은 “효력은 있지만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란다. 부부간 계약은 그 약속에 엄격히 구속되겠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애정 또는 압력에 의해 진정한 의미없이 약속한 경우가 많아 일단 유효하지만 혼인 중에는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별 효력이 없단다. 단 혼인관계가 파탄 상태라면 남남간의 계약과 같은 효력을 부여한다고 한다.
- 회사가 월급 200만원을 모두 10원짜리 동전으로 줘서 직원이 받기를 거부했다면?
회사의 이런 행동은 “신의를 좇은 행동”,“성실한 이행”으로 볼 수 없어 임금 체불이 된다
- 차용증 없이 돈 빌려줬는데 돈 꾼 사람이 돈 없다고 배째라고 한다면?
“돈이 없다, 배째라”라는 말이 돈을 꾼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고, 법률상으로 돈을 꾼 사실에 대한 “자백”이 되므로 자백을 입증할 책임이 없는 빌려준 사람에게 유리하단다.
- 무허가 음식점에서 파는 음식을 먹은 사람이 주인에게 음식값을 줄 필요 없을까?
무허가 음식판매는 행정적인 불이익이나 형사 처벌을 받게 되지만 그 행위의 민사적 효력까지 없는 것은 아니므로 음식값은 내야 한다고 한다. 가끔 허가 없이 어렵게 장사하는 포장마차에서 고발하겠다고 협박해서 밥값 떼어먹는 파렴치한 사람들이 있는데 음식값은 꼭 내야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길 바란다^^
물론 “약은 약사에게, 법은 변호사에게”라는 격언처럼 이 책은 쉽고 평이하게 쓰여진 벌률 상식 수준 정도의 책으로 법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일반 시민들이 법률 용어와 사례들을 재밌게 알아보는 선에서 그쳐야지 복잡하고 어려운 송사에서 선무당 식으로 이 책에서 나온대로 믿고서 판단하면 안 될 것이다. 그래도 옆에 가까이 두고 신문이나 TV에서 생소한 법률 용어를 들을 때마다, “가족관계증명”, “공증”, “보증”, “상속”, “어음” 등 실생활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경미한 “법적 상황”에서 한번씩 해당 항목을 찾아 읽어본다면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한 그런 책으로서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추천해주고 싶은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