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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어 인문학 산책 - EBS 이택광의 어휘로 본 영미문화
이택광 지음 / 난장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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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구사하는 단어나 어법, 이야기 주제, 표현력, 논리 등을 통해 그 사람의 학식이나 생활수준, 성격들을 유추해볼 수 있는데 이는 “말”이라는 것이 자신 내면의 “생각”을 구체화하는 수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천문학적인 돈을 영어 사교육비로 쏟아 붓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영어 실력은 과연 어떨까? 영어 사교육 현장 일선에서 영어 학원 선생님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아내에게 물어보니 원어민 빰치는 아이들의 영어 발음이나 회화실력은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을 정도이지만, “어휘력”과 “문법”에 절대 취약해 말하는 수준도 단문 위주의 생활 영어 수준에 불과할 뿐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할 줄 모르는 아이가 태반이라고 한다. 즉 “영어”라는 “말”에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담아서 전달하지 못하고 그저 단어를 나열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시험보기 위하여, 취업을 위하여, 또는 주변 사람들이 다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우리 영어 공부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우리는 영어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종종 쓰는 말인 “어처구니 없다”에서 “어처구니”가 맷돌을 돌리기 위한 손잡이라는 사실을 뜻을 알게 되면서 화제가 더욱 풍성해지고 보다 명확한 어휘구사가 가능해지듯이 어휘 공부에 있어서 단어장 외우듯이 발음과 뜻만 외울 것이 아니라 그 단어의 유래, 용법, 관련된 문화, 역사적 지식을 같이 공부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재미있고 깊이 있는 영어 공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영미문화전공자이자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교수의 “영단어 인문학 산책(부제: 이택광의 어휘로 본 영미문화 / 난장이 / 2010년 6월)”은 우리가 자주 접하는 영어단어의 유래와 함께 역사, 문화를 곁들여 영어 단어를 통해 영미 문화를 쉽고 재밌게 이해하게 하는 인문 해설서라 할 수 있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영단어를 단순하게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단어의 내력을 파악하면 무수한 사연들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언어가 문화의 산물이라는 말은 역사를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그 역사에 대한 탐사는 인문학적인 시선을 통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라고 이야기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영단어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면서 동시에 영단어를 통해 인문학을 돌아보는 과정”이며, “영단어의 이해를 위한 해설서이기도 하고, 영단에 숨어있는 내력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인문학서”라고 정의한다. 책의 구성은 총 53개의 영어 단어를 소개하고 단어의 어원 및 의미의 변천사, 그 단어와 연관된 역사, 문화 이야기를 소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상추 lettuce의 어원은 원래 식물과 전혀 관계가 없는 이탈리아어로 우유라는 뜻의 latte에서 비롯되었는데, 상추를 잘라보면 나오는 하얀 액즙이 우윳빛이어서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돼지고기 햄 통조림 상표명으로 유명한 Spam이 인터넷에서 원하지 않는 광고성 메일을 뜻하는 말로 사용된 이유는 영국의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에게 제공하는 모든 음식에 스팸을 넣어 조리하여 먹기 싫어도 억지로 먹어야 하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사용되었고, 마침 1993년 3월 31일 인터넷 유저가 실수로 200번이나 동일한 메시지를 포스팅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마치 그 상황이 싫어도 억지로 먹어야 했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의 “스팸”과 유사하여 Junk Mail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젓가락 Chopstick에서 Chop은 원래 작은 조각으로 자른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의성어인 “chop chop”에서 나온 말이며, 이 단어는 중국어 방언인 kuai-kuai가 변해서 chop chop이 되었으며, kuaizi에서 온 Kuai는 영어의 의미는 nimble ones(재빠르다)는 뜻이라고 한다. 영국에 가보면 액세서리 코너에서 젓가락 한 짝으로 머리를 올릴 수 있는 액세서리가 판매되고 있고, 젓가락을 사용하는 한,중,일(韓中日) 세 나라의 젓가락 재료가 서로 다르다는 데 영국 사람들은 신기하고 신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17세기 전만에도 변변한 식사도구가 없어 귀족들도 손으로 음식을 먹었던 유럽이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비로소 제대로 된 식사를 위한 도구를 갖추게 되었다고 재밌는 역사 상식을 들려준다.
한 단어 당 4 ~ 5 페이지 분량으로 어원과 역사, 문화적 상식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내용 자체가 쉽고 재미있고, 페이지마다 단어와 관련된 미술, 영화 삽화들을 배치하여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따로 외우지 않아도 저절로 그 단어의 뜻을 이해하게 되어 쉽게 잊혀지지 않게 만든다. 사실 이 책과 같은 형식의 영어 단어에 대한 설명은 예전 영어 문법 참고서나 회화 책들을 보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단어의 유래나 재밌는 역사 상식을 짤막한 코너로 별도 소개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어 전혀 새로운 시도라고는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이 단어공부장이나 새로운 영어 참고서는 될 수 는 없겠지만 “고등학생이면 알아야 할 필수단어 XXXX 개”라는 거창한 제목의 단어장 속 깨알같은 단어들에 대한 스펠링, 발음, 뜻에 대한 무한 반복 암기에서 탈피하여 영어 단어에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도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재미에 눈뜨고 싶은 학생들에게, 앞에서 언급한 “어처구니”란 단어의 뜻을 알게 되면서 맷돌에 대한 상식과 함께 식문화, 농경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듯이 단어의 숨은 뜻과 문화적 배경을 통해 풍성한 이야기 소재꺼리와 함께 영미 문화 학습을 위한 단초를 마련해보고 싶은 일반인들에게까지 영어에 직간접적으로 관심있는 누구라도 한번쯤은 읽어봐도 좋을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