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해일
견여래 글.그림 / 금터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견여래의 “영혼의 해일(금터, 2010년 3월)”을 어떤 장르로 분류할 수 있을까? 아이들 그림일기 같은 일종의 동화(童話)로도 볼 수 있고, 주인공인 “기차화통”이 자연과 나누는 대화들을 보면 결코 주제가 가볍지 않은,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일종의 “명상(冥想)”소설로도 볼 수 있는, 출판사 소개 글처럼 “모든 연령이 읽을 수 있지만 읽은 이에 따라 서로 다르게 읽히는” 느낌이 정말 묘한 그런 책이다. 

  1980년 어느 작은 시골마을, 일곱째 중 다섯째로 태어난 “기차화통”은 우는 소리가 하도 커서 아버지 철든이 - 이름들이 하나같이 특이하다. 아버지 철든이, 어머니 석숭이, 자녀들은 완벽, 가분수, 셋째, 똥배, 기차화통, 역삼각형, 됐다 - 가 “기차화통을 삶아먹었나. 목소리가 왜 저리 크나?”라고 해서 이름이 “기차화통”이 되었다. 어느날 길을 지나던 노승에게서 받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수수께끼라는 “태어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 것, 이것은 뭐고?”라는 일종의 선(禪)문답을 받고는 꿈 속에서 천사를 만나서 모든 사물과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고 그 답을 찾기 위한 여행이 시작된다. 

  책에는 아이들 그림일기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들과 기차화통과 그의 자매들, 친구, 부모님과의 순수하고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한편 기차화통이 사람 및 자연의 각종 사물들, 즉 벌레이자 기차화통의 친구인 “고독한이”, “도둑”, “거지”, “물”, “별똥별”, “천년수(天年)”, “바람”, “구름” 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영적 완성을 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에피소드들에 웃음 짓다가도 사물들과의 대화에서는 뭔가 심오한 이야기들에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되는 이 특이한 구성은 일견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처럼 아이들에게는 동화로, 어른들에게는 바쁘고 힘든 삶을 살아오면서 이제는 잃어버린 줄 만 알았던 순수함과 소중한 인연을 다시금 돌이켜보게 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게 한다.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서 스님이 던진 수수께끼의 답에 하나씩 둘씩 접근해가던 기차화통은 결국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지혜로움은 사실은 무엇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덜어내어 몸과 마음이 가벼워져 그 삶이 행복해지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라는 존재로 세상 모든 것들이 존재할 수 있고 세상에서 가장 감사해야 할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영정사진이 될 지도 모르는 사진을 찍고 꿈 속에서 만난 천사를 만나 기차화통의 육체를 버리고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것으로 끝내는 마지막 장면은 당황스러움 - 이제 갓 열 살도 되지 않은 꼬마 소녀가 삶의 모든 이치를 깨닫고 동네에 사진사가 오는 날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을 때 하신 자세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가락을 땅에 대는 촉지인(觸地印) 자세를 취하고 그걸 지켜보는 어른들이 놀라는 장면과 마치 선가(仙家)의 우화등선(羽化登仙)을 연상시키는 마지막 승천(昇天)하는 장면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과 함께 많은 생각꺼리를 던져준다. 읽고 나서도 책의 성격이 분명하진 않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아이들을 소재로 한 일종의 뉴에이지 풍의 구도(求道) 소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쉬우면서도 그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묵직한 물음을 던져주는 이 책, 아이들이 읽었다면 훗날 어른이 돼서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도, 어른이 돼서 읽었다면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그런 나이에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그런 책이라 생각된다.

'나'라는 존재가 없으면 생각하고 말하고 기뻐하고 슬퍼할 수 없음을... 나라는 존재로 세상 모든 것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세상에서 가장 감사해야 할 것은 스승님, 부모님, 친구, 배우자도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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